"신라젠 경영진, 무자본 BW 인수로 1천918억원 부당이득…DB금융투자가 설계"
"추징 보전으로 1천354억원 재산 확보…추가 조치로 부당이득 환수 철저"
검찰 "신라젠 로비의혹 실체없어…노무현재단·유시민 무관"
신라젠의 불공정거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서정식 부장검사)는 8일 브리핑을 열고 "수사 결과 자본시장법위반 등의 혐의로 4명을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며 "각종 언론에서 제기된 신라젠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월 신라젠의 불공정 거래사건 의혹 수사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에 배당하고 수사해왔다.

이 사건을 놓고 일각에서는 '신라젠과 관련 여·야 로비 장부가 있다'거나 '신라젠 상장이나 주가 상승, 수사 무마 등을 위해 여권 유력 인사가 개입했다'는 등 로비 의혹을 제기해왔지만, 검찰이 이를 공개적으로 일축한 것이다.

서 부장검사는 "신라젠 계좌를 추적한 결과 노무현 재단이나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관련된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치권 로비 장부에 대해서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 부장검사는 또 로비 의혹과 관련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신라젠의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등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신라젠의 전·현 경영진이 자사가 개발하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3상시험의 부정적인 평가결과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각해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에도 "미공개 정보가 생성된 시점은 2019년 3월인데 이들이 주식을 매각한 시기는 2018년 초이기 때문에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신라젠의 전략기획센터장인 신모 전무만은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도했고, 64억원의 손실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현재 신씨는 구속기소 된 상태다.

그러나 검찰은 문은상 신라젠 대표와 이용한 전 대표, 곽병학 전 감사 등은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해 자기 자금 없이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 1천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또 무자본 BW 인수와 관련 "DB금융투자가 이런 투자를 설계했고 자금까지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며 이날 DB금융투자와 이 회사의 기업금융 담당 전 부사장과 상무보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문 대표가 BW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국세청이 이를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자 문 대표의 고교 동문이던 당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조세심판원에 전화해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해 소환 조사하지는 않았고, 앞으로 수사 여부는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문 대표가 2013년 신라젠이 특허권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A사를 끼워 넣고 7천만원인 매수금을 30억원으로 부풀려 신라젠에 손해를 끼친 혐의와 2015년 지인들에게 스톡옵션을 과다 지급한 뒤 신주 매각 대금 38억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은 혐의 등도 공소장에 포함했다.

그러나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임직원이 아니었고 문 대표의 지시에 의해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것이어서 공범으로 보지 않았다"며 무혐의로 판단했다.

또 2019년 6월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에 미화 500만 달러를 대여한 후 그해 8월 전액 손상 처리한 것과 관련해서는 문 대표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문 대표 등이 부당하게 취득한 이득을 환수하기 위해 이들의 고가 주택과 주식 등 1천354억원 상당의 재산을 추징 보전했으며, 향후 추가 조치를 통해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하기로 했다.

또 신라젠 사건과 관련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고발한 것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