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 당뇨 예방법 누가 모르나요. 알면서도 걸리는 게 당뇨예요.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예방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광원 신임 한국당뇨협회장(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73·사진)은 국내 최고의 당뇨병 권위자로 꼽힌다. 아시아 최초 췌도(췌장 내 인슐린 분비 세포) 이식 성공, 레지던트 시절 갑상선암 세포진단법 도입…. 그의 이름을 수식하는 숱한 ‘최초’ 타이틀은 의료계에선 구문(舊文)이 된 지 오래다.

외과적 시술과 연구를 통해 명성을 쌓았으면서도 그는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독 ‘문화’를 강조했다. “당뇨는 사회·문화적 요소가 밀접하게 연관된 질병”이라는 이유에서다. 그가 대국민 당뇨 예방 홍보를 주된 업무로 하는 한국당뇨협회의 신임 회장으로 지난달 22일 취임한 것도 당뇨 예방과 치료를 어렵게 하는 사회문화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당뇨는 생활’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당뇨는 식생활,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수면 등 크게 네 가지 요인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예방할 수 있다”며 “당뇨 예방이란 생활습관 자체를 말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설명하던 김 회장은 “혼자서 습관을 고치는 게 말처럼 쉽겠느냐”고 했다. 그는 음식문화를 예로 들면서 “과식은 당뇨에 쥐약과도 같은데, 상대방을 대접할 때 기름진 음식을 상다리 부러지도록 차려줘야 한다는 인식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당뇨 예방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식(食)문화가 바뀌어야 개인도 당뇨를 예방하는 식습관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과식을 덜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 당뇨 예방에 적합한 문화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선진사회의 모습과 같다”고 강조했다.

문화를 바꾸기 위해 김 회장은 대통령 등 고위관료들이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먹을 만큼만 골고루 떠다 먹는 ‘식판문화’를 정부가 앞장서서 보여주면 건강한 식문화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73세 나이에도 군살 없이 건강한 모습인 김 회장은 “식판에 먹을 만큼만 떠서 고춧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한국당뇨협회도 건강한 사회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김 회장은 밝혔다. 신임 회장으로서 첫 과제는 ‘당뇨병 교육센터(가칭)’ 설립이다. 김 회장은 삼성의료원 재직 시절인 1997년부터 2012년 정년퇴임 전까지 매년 2박3일간 성인 대상 당뇨캠프를 열었다. 김 회장은 “당시 성인 대상의 당뇨캠프를 세계 최초로 열어 환자의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협회에서도 캠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당뇨 교육을 확대하고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