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필요성에 대해서는 소명 부족"
삼성 "재판서 범죄없었다는 점 규명할 것"
검찰 "재청구 여부 검토"
원정숙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이 부회장 등 3명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연 뒤 9일 새벽 “검찰이 그간의 수사를 통하여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위반 등이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법원이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원 부장판사는 구속할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같은 이유로 구속을 피했다.
삼성 측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부회장 측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돼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 등에서 불법 행위가 일절 없었다는 점 등을 성실히 규명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실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법원이 "수사를 통해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지적한데 주목하고 있다. 법원으로부터 검찰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일부 인정받은 만큼 향후 정식 공판 과정에서도 검찰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측도 이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도 "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