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장 일각에는 중국 바이오기업의 기술력이 한국 기업 대비 뒤떨어져 있다는 편견이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많은 중국 제약사가 한국에서 신약 라이선스를 사갔다. 최근 이런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 중국에서 개발된 신약기술이 거꾸로 한국이나 미국으로 수출되는 경우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국 에이비엘바이오는 중국 우시바이오로부터 이중항체 플랫폼인 우시바디를 사들였다. 미국 셀젠은 중국 베이진이 개발한 면역관문억제제(PD-1저해제)를 수입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동종최고’나 ‘동종최선’ 전략을 취하고 있는 제약사들에 대해선 장기적인 차원에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한소제약(3692 HK)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저해제인 알모너티닙 상업허가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받았다. 이 약품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라는 폐암 치료제와 기전이 같다. 타그리소는 지난해 3조원의 매출을 올린 최고 인기 신약이다. 알모너티닙의 무진행생존기간(PFS)지표는 12.3개월로 타그리소(10.1개월)보다 뛰어났다.

화메디슨(2552 HK)은 체내 혈당 항상성을 조절하는 글루코스카이네즈 액티베이터(GKA)라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에서 시행한 임상 3상에서 당혈화색소 수치를 1% 정도 개선하는 등 성공적인 데이터를 내놨다. 당뇨병은 원천적인 치료가 어려운 만성질환으로 꼽힌다. 지난 10년간 새로운 메커니즘의 약물이 개발되지 않아 시장 성장도 정체된 상황이다. GKA는 많은 제약사가 개발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본 분야인 만큼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화메디슨의 GKA인 도자글리아틴은 기존에 실패했던 대부분 약품처럼 저혈당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았다. 3상에서는 의미있는 당혈화색소 수치 개선을 보여줬다. 이를 바탕으로 이달 미국당뇨학회에서 임상 3A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아직 임상 초기 단계지만 혁신신약을 개발 중인 중국 바이오기업이 많다. 올초 나스닥에 상장된 아이맵(IMAB US)은 새로운 메커니즘의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면역항암제인 PD-1억제제는 암환자 중 60% 이상에 대해선 약효가 통하지 않는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아이맵은 이런 암환자에 대한 약효 반응률을 높여줄 수 있는 약물인 TJD5(CD73 억제제)로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신약 개발하는 중국의 바이오기업들
어센티지(6855 HK)는 세포자멸 메커니즘을 이용한 신약인 APG-2575를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많이 시도되지 않은 단백질상호작용 분야의 신약이라 이목을 끈다.

우건 < JK캐피털 매니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