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계열사인 GC녹십자엠에스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혈액을 보관하는 혈액백 분야에서 독보적이었다.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이 밀려들면서 혈액백 사업은 ‘계륵’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이 회사에 새로운 기회가 됐다. 진단시약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올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계륵이던 혈액백 사업에서 철수

GC녹십자엠에스 "혈액백 사업 매각…감염병 현장진단에 집중"
GC녹십자엠에스는 2003년 GC녹십자에서 분사한 의료기기·진단시약·혈액투석액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최근 모회사인 GC녹십자가 1970년대부터 해오던 혈액백 사업부문을 국내 중소기업에 매각했다. 한때 매출의 30%를 웃도는 주력 사업이었으나 중국산에 밀리면서 외형이 크게 줄었다. 2016년 206억원이었던 혈액백 매출은 지난해 126억원까지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 담합 혐의로 과징금 58억원을 부과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실적이 부진하다. 2017년 984억원이었던 전체 매출은 2018년 863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941억원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2년 연속 영업적자다.

이 회사는 2018년 8월 안은억 대표(사진)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한국로슈진단 대표,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진단사업부 총괄 등을 지낸 진단 분야 전문가인 안 대표는 혈액백 사업부터 정리했다. 진단시약과 혈액투석액, 현장진단(POCT)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그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회사 체질을 바꿔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진단 내세워 해외 공략

GC녹십자엠에스 "혈액백 사업 매각…감염병 현장진단에 집중"
GC녹십자엠에스는 POCT를 차세대 먹거리로 잡았다. 2022년 이 부문 매출을 5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체 매출의 40%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POCT를 활용하면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감염병 등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아시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처럼 의료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곳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사업 구조조정 효과는 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에 영업이익 5억20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당화혈색소 측정기 수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8% 성장했고 국내외 인플루엔자 진단키트 매출도 220%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진단시약 수출을 막 시작했다”며 “올해 진단시약 사업부문 매출이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사업 확장

GC녹십자엠에스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진단사업을 키우고 있다. 액체생검 전문기업 진캐스트와는 분자진단키트, 엠모니터와는 1시간 내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POCT 분자진단 키트, 젠바디와는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 제조에서 협업하기로 했다. GC녹십자엠에스가 생산을 맡아 수출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덕분에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을 웃돌 전망이고 흑자 전환도 기대하고 있다.

GC녹십자엠에스는 최근 충북 음성 2공장에서 혈액투석액 생산을 시작했다. 이곳에선 연간 410만 개 생산이 가능하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