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버스정류소가 확 바뀐다. 지하철과 같이 '스크린도어'가 도입돼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게 되고, 무료 와이파이에 공기청정기, 냉‧난방기, 벽면 정원까지 설치된 미래형 정류소로 변신한다. 서울시는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내년 이후 서울 전역 정류소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9일 시내 버스정류소를 '스마트쉘터(Smart Shelter)'로 개편하는 시범사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스마트쉘터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신재생에너지, 공기청정시설 등 다양한 기능이 집약된 세계 최초의 미래형 버스정류소"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버스정류소는 추위와 무더위, 자동차 매연, 미세먼지 등 외부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데다 교통약자 등 버스 이용자의 편의 시설이 부족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2004년 중앙버스전용차로 개통 당시 설치된 주요 버스정류소는 시설 노후화로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 중앙버스전용차로 버스정류소 10곳을 '스마트쉘터'로 개편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8월 설치에 들어가 10월 첫 선을 보인다. 시범사업에는 1개 정류소 당 1억5000만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스마트쉘터'도입으로 버스 승하차 시스템이 지금과 크게 달라진다.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정류소의 빈 곳을 감지해 도착 예정인 버스의 정차 위치를 지정해주고 운전사와 대기승객에게 안내하는 '자동정차시스템'으로 바뀐다. 해당 지점에 버스가 도착하면 버스 출입문 개폐에 맞춰 스크린도어가 자동으로 열리고 닫혀, 승객들이 우르르 움직일 필요가 없도록 했다.

천정형 공기청정기와 실내외 공기 질 측정기, 외부 공기 유입을 막아주는 에어커튼, 미세먼지 정보제공시스템, 벽면 정원 등을 설치해 깨끗한 공기 질을 유지토록 한 것도 특징이다. 냉‧난방은 물론이고 따뜻한 좌석을 선호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온열의자까지 갖춘다.

버스를 대기하는 시간에 시민들이 필요로 했던 와이파이와 핸드폰 무선충전을 제공하고 안전 손잡이, 음성안내 등 교통약자 배려 시설도 도입된다.

서울시는 '스마트쉘터' 시범사업에 대한 시민 반응에 따라 내년이후 단계적으로 시내 전역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900여개 중앙버스전용차로 버스정류소를 포함해 서울시내 총 4081개 정류소가 그 대상이다.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지우선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에어컨을 설치한 두바이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파리 등 일부 해외 도시에서 특정 기능을 도입한 버스정류소를 선보인 사례는 있었지만, 종합적인 기능을 적용한 스마트쉘터는 서울시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스마트쉘터' 설계에 시민 의견을 반영키로 했다.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등 등 3종류의 시안을 놓고 선호도 투표를 벌이는 한편, 자유 제안 방식의 공모도 병행한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