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이 1조7000억원 규모 환매 중단 펀드를 공동 관리하는 신설 가교(假橋) 운용사(일명 배드뱅크) 설립에 최종 합의했다.

1.7兆 라임펀드 배드뱅크 10일 출범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개 라임펀드 판매사는 10일 공동협약을 맺고 가교 운용사 설립을 위한 추진단을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환매가 중단된 라임펀드를 모두 넘겨받는 신설 운용사를 두고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을 지칭하는 배드뱅크라는 용어가 주로 쓰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배드뱅크가 부정적 선입관을 준다는 말이 있어 ‘임시로 놓은 다리’란 뜻의 가교 운용사로 부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교 운용사는 앞으로 6년여 동안 펀드 투자자산 회수만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이관되는 라임펀드는 모펀드 기준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인슈런스(CI)펀드 등 1조6679억원 규모다.

다음달 법인 설립을 마치고 오는 8월 전문사모운용사로 등록한 뒤 4개 모펀드에 돈을 태운 173개 자펀드를 이관해올 계획이다. 펀드 운용과 부실 자산 회수 등은 지난 2월 라임에 영입된 문경석 최고운용책임자(CIO)가 맡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가교 운용사 초기 자본금은 50억원으로 책정됐다. 환매 중단 펀드 판매 규모가 가장 큰 신한금융그룹(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이 자본금 출자액의 24%(12억원)가량을 부담해 최대주주가 된다. 신한금융의 환매 중단 라임펀드 판매액은 6017억원으로 전체 판매액 대비 약 36%에 이른다. 현행 금융지주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사 지분율 합계가 30% 넘는 회사는 금융지주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가교 운용사를 손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에 신한금융이 난색을 보여 한때 진통이 있었다”며 “모든 판매사가 5000만원씩 10억원의 기본출자금을 우선 부담하고 나머지 40억원은 각 사별 판매액 비중에 따라 내는 방식으로 신한금융 지분율을 낮췄다”고 덧붙였다. 단일회사 중 판매액(3577억원)이 가장 많은 우리은행의 지분율은 약 20%가 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