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42년 얽히고설킨 美·中 경제…공급사슬 아무도 못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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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PC·스마트폰·마스크 vs 美 반도체·장비·엔진 수출
美 기술 혁신이 中 생산기지 만나 '윈윈'…기업들 몰려
정치가 내놓은 中 '3-5-2' vs 美 리쇼어링, 성과 '글쎄'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美 기술 혁신이 中 생산기지 만나 '윈윈'…기업들 몰려
정치가 내놓은 中 '3-5-2' vs 美 리쇼어링, 성과 '글쎄'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정치와 디커플링된 美·中 교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홍콩 사태 등으로 촉발된 미·중 간 신냉전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대(對)미국 수출이 증가하고 기존 공급망도 살아나는 등 회복 탄력성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 수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미국의 중국 수출도 늘어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 수출 제품의 핵심 소재와 부품에 미국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양국은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미국의 혁신이 중국의 생산기지를 통해 실현되는 그런 관계다. 정치가들이 리쇼어링과 자급자족을 외치지만 경제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한국도 이런 공급망에서 혜택을 받는 나라다. 지금 글로벌 경제를 보는 눈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중국 내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2차전지)의 최대 수출국은 한국이다. 한국은 지난해에만 중국에 9억달러어치의 2차전지를 수출했다. 중국도 자체 생산하고 있지만 한국이 중국에 더 많이 팔았다. 말레이시아와 일본이 그다음인데 한국보다 훨씬 뒤진다. 그런데 중국 시장에서 갑자기 올해부터 강력한 라이벌 국가가 부상했다.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까지 중국에 소량의 2차전지를 수출했다. 수출이 급증한 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전기차 공장 ‘기가팩토리’를 가동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4월 기준 미국의 2차전지 중국 수출액은 8570만달러로 한국(8911만달러)의 중국 수출액과 341만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선 이미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이 2위를 점했다. 테슬라의 중국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테슬라가 기가팩토리를 본격 가동하는 6월 이후 미국의 배터리 수출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중국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향하는 에어버스 화물기가 증편됐다. 중국 동방항공이 직항으로 운항하는 항공편은 매일 3회로 늘어났다. 선전만이 아니다. 미국 LA항에는 화물선 입항이 5월 이후 부쩍 많아졌다. 항만 측은 이미 전년 같은 달 수입량을 훌쩍 넘었다고 한다. 2월에는 2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다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들어온 화물이다. 상하이항에선 벌써 화물 초과가 발생해 화물선 잡기가 쉽지 않다는 보도도 나온다. 美, 배터리 수출국 부상
미·중 간 무역은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 정부의 수출입 통계에서 이런 추세는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 관세청이 발표한 중국의 5월 수출은 2068억1280만달러였다. 지난해 평균엔 미치지 못하지만 4월보다 3.3% 늘었다. 무엇보다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가 돋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미국에 372억18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4월보다 16% 급증했다. 코로나가 없었던 지난해 4분기 평균 월별 실적보다 훨씬 낫고, 중국 무역협상단이 워싱턴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1단계 합의를 이끌어낸 지난해 10월 수출 실적과 비슷하다. 위기 때 오히려 미·중 간 수출이 활발해진다는 소리도 들린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하는 단일 품목은 PC(노트북 PC 포함)다. 지난 4월 37억7932만달러어치가 팔렸다. 이렇게 많이 팔리기는 201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전체 수출액의 11.8%나 된다. 코로나로 재택근무와 원격교육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판매가 주춤했지만 스마트폰도 전체의 6.17%를 차지하는 중국의 수출 효자 품목이다. 이 두 가지 품목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10년 이상 중국 수출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수출이 급증한 마스크를 포함하면 세 가지 품목이 전체 수출의 20%가량 된다.
한국 中 수출 부진 걱정된다
미국의 대중 수출도 여전하다.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 소자가 전체 수출의 13%를 차지한다. 각종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장비와 가스 터빈 등도 주요 수출품이다. 의약품과 의료장비 등도 코로나 이후 부쩍 늘었다. 미국의 중국 수출품은 주로 중간재적 성격을 띤다. 스마트폰 생태계는 더하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42년 동안 이렇게 미국과 중국은 얽히고설킨 관계로 살아왔다.
중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이처럼 오래 지속된 가치 사슬을 깨려고 야단이다. 중국 정부는 3년 전부터 외국 자본에 의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배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국산화를 2021년까지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3-5-2 전략’이다. 2019년에는 30%였고, 올해는 50%를 추진해서 모두 80%, 내년까지 100%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국산 프로젝트가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조차 이 정책이 제대로 구현될지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하드웨어는 당장의 자본 투자로 일정 부분 이뤄낼 수있지만 소프트웨어는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 낳는 축적 자산이어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면서 반도체 기술에 매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도 트럼프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을 외치면서 250억달러에 이르는 제조업 기업들의 본국회귀기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통신기기 기업 화웨이에 대한 단속도 거세지고 있고, 하이테크 기업과 대학에 취업 및 유학을 노리는 중국인 엔지니어와 학생들의 비자 승인을 늦추려고 한다. 이에 덧붙여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370억달러(약 46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정부와 의회가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은 미·중 갈등이나 코로나 때문에 중국을 쉽게 떠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로 이전을 꾀하는 기업이 있지만 대부분은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려 든다. 중국 미국상의(암참 차이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70% 이상이 생산망 및 공급망 운영을 재배치하거나 중국 이외 지역으로 소싱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로디움그룹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지난해 140억달러를 투자했다. 2018년 130억달러보다 늘었다. 이들 중국 진출 기업은 미국 혁신이 중국 생산기지를 통해 이뤄지는 윈윈(win-win) 구조를 반긴다. 그게 자급자족이 아니라 거래를 중시하는 자유시장 경제다. 이런 구조의 파괴는 미국 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파악하고 있다.
한국 中 수출 부진 걱정된다
중국은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까지 설정하면서 지정학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중국은 미국에 정치적 우선권을 차지하기 위해 도발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 떠들고 있는 동안 기업들은 여전히 무역 현장에서 기존의 공급망을 유지한 채 사업을 이어간다. 미·중 간 무역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의 무역적자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무역적자에서 벗어나면 패권을 잃을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하지만 지금 미·중 간 수출은 여전히 활발하고, 미국의 대륙 간 열차는 중국 화물을 싣고 미국 내 곳곳으로 향한다. 정작 한국의 중국 수출이 부진하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대중 수출에서 일본에도 밀렸다. 이게 더 걱정이다.
ohchoon@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홍콩 사태 등으로 촉발된 미·중 간 신냉전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대(對)미국 수출이 증가하고 기존 공급망도 살아나는 등 회복 탄력성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 수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미국의 중국 수출도 늘어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 수출 제품의 핵심 소재와 부품에 미국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양국은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미국의 혁신이 중국의 생산기지를 통해 실현되는 그런 관계다. 정치가들이 리쇼어링과 자급자족을 외치지만 경제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한국도 이런 공급망에서 혜택을 받는 나라다. 지금 글로벌 경제를 보는 눈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중국 내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2차전지)의 최대 수출국은 한국이다. 한국은 지난해에만 중국에 9억달러어치의 2차전지를 수출했다. 중국도 자체 생산하고 있지만 한국이 중국에 더 많이 팔았다. 말레이시아와 일본이 그다음인데 한국보다 훨씬 뒤진다. 그런데 중국 시장에서 갑자기 올해부터 강력한 라이벌 국가가 부상했다.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까지 중국에 소량의 2차전지를 수출했다. 수출이 급증한 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전기차 공장 ‘기가팩토리’를 가동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4월 기준 미국의 2차전지 중국 수출액은 8570만달러로 한국(8911만달러)의 중국 수출액과 341만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선 이미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이 2위를 점했다. 테슬라의 중국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테슬라가 기가팩토리를 본격 가동하는 6월 이후 미국의 배터리 수출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중국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향하는 에어버스 화물기가 증편됐다. 중국 동방항공이 직항으로 운항하는 항공편은 매일 3회로 늘어났다. 선전만이 아니다. 미국 LA항에는 화물선 입항이 5월 이후 부쩍 많아졌다. 항만 측은 이미 전년 같은 달 수입량을 훌쩍 넘었다고 한다. 2월에는 2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다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들어온 화물이다. 상하이항에선 벌써 화물 초과가 발생해 화물선 잡기가 쉽지 않다는 보도도 나온다. 美, 배터리 수출국 부상
미·중 간 무역은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 정부의 수출입 통계에서 이런 추세는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 관세청이 발표한 중국의 5월 수출은 2068억1280만달러였다. 지난해 평균엔 미치지 못하지만 4월보다 3.3% 늘었다. 무엇보다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가 돋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미국에 372억18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4월보다 16% 급증했다. 코로나가 없었던 지난해 4분기 평균 월별 실적보다 훨씬 낫고, 중국 무역협상단이 워싱턴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1단계 합의를 이끌어낸 지난해 10월 수출 실적과 비슷하다. 위기 때 오히려 미·중 간 수출이 활발해진다는 소리도 들린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하는 단일 품목은 PC(노트북 PC 포함)다. 지난 4월 37억7932만달러어치가 팔렸다. 이렇게 많이 팔리기는 201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전체 수출액의 11.8%나 된다. 코로나로 재택근무와 원격교육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판매가 주춤했지만 스마트폰도 전체의 6.17%를 차지하는 중국의 수출 효자 품목이다. 이 두 가지 품목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10년 이상 중국 수출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수출이 급증한 마스크를 포함하면 세 가지 품목이 전체 수출의 20%가량 된다.
한국 中 수출 부진 걱정된다
미국의 대중 수출도 여전하다.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 소자가 전체 수출의 13%를 차지한다. 각종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장비와 가스 터빈 등도 주요 수출품이다. 의약품과 의료장비 등도 코로나 이후 부쩍 늘었다. 미국의 중국 수출품은 주로 중간재적 성격을 띤다. 스마트폰 생태계는 더하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42년 동안 이렇게 미국과 중국은 얽히고설킨 관계로 살아왔다.
중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이처럼 오래 지속된 가치 사슬을 깨려고 야단이다. 중국 정부는 3년 전부터 외국 자본에 의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배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국산화를 2021년까지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3-5-2 전략’이다. 2019년에는 30%였고, 올해는 50%를 추진해서 모두 80%, 내년까지 100%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국산 프로젝트가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조차 이 정책이 제대로 구현될지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하드웨어는 당장의 자본 투자로 일정 부분 이뤄낼 수있지만 소프트웨어는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 낳는 축적 자산이어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면서 반도체 기술에 매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도 트럼프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을 외치면서 250억달러에 이르는 제조업 기업들의 본국회귀기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통신기기 기업 화웨이에 대한 단속도 거세지고 있고, 하이테크 기업과 대학에 취업 및 유학을 노리는 중국인 엔지니어와 학생들의 비자 승인을 늦추려고 한다. 이에 덧붙여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370억달러(약 46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정부와 의회가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은 미·중 갈등이나 코로나 때문에 중국을 쉽게 떠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로 이전을 꾀하는 기업이 있지만 대부분은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려 든다. 중국 미국상의(암참 차이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70% 이상이 생산망 및 공급망 운영을 재배치하거나 중국 이외 지역으로 소싱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로디움그룹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지난해 140억달러를 투자했다. 2018년 130억달러보다 늘었다. 이들 중국 진출 기업은 미국 혁신이 중국 생산기지를 통해 이뤄지는 윈윈(win-win) 구조를 반긴다. 그게 자급자족이 아니라 거래를 중시하는 자유시장 경제다. 이런 구조의 파괴는 미국 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파악하고 있다.
한국 中 수출 부진 걱정된다
중국은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까지 설정하면서 지정학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 때까지 중국은 미국에 정치적 우선권을 차지하기 위해 도발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 떠들고 있는 동안 기업들은 여전히 무역 현장에서 기존의 공급망을 유지한 채 사업을 이어간다. 미·중 간 무역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의 무역적자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무역적자에서 벗어나면 패권을 잃을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하지만 지금 미·중 간 수출은 여전히 활발하고, 미국의 대륙 간 열차는 중국 화물을 싣고 미국 내 곳곳으로 향한다. 정작 한국의 중국 수출이 부진하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대중 수출에서 일본에도 밀렸다. 이게 더 걱정이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