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정책 의제’ 선점 경쟁이 저출산 문제로 옮겨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근로자가 낸 보험료로 육아휴직 급여를 지원하는 ‘육아보험’을 꺼내들었고, 미래통합당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초·중학생 교육을 학교가 책임지는 ‘전일(全日) 보육제’를 검토하고 있다.

9일 국회에 따르면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육아보험법 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육아보험은 독립적 재원을 확보해 현행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유산·사산휴가, 난임휴가, 아이돌봄휴가 등에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육아 관련 급여에 필요한 재원을 기금화해 최대한의 육아휴직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고용주와 임금근로자, 자영업자 등이 보험료를 부담하면 소득대체율 60~80% 수준의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현행 육아휴직 급여는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데,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가 넓고 급여 상한액을 정해 놓고 있어 소득대체율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최근 발의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수요자 맞춤형 보육체계를 구축하자는 내용이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여야 의원 82명이 참여한 저출산 인구절벽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전날 대표 발의했다.

통합당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일보육제’를 의제로 꺼내들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전일보육제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초·중학생의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부모에게 도움이 되고, 사교육 등으로 인한 교육불평등 문제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전일보육제는 김 위원장의 지론”이라며 “직장이 있거나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에게 종일 교육, 종일 보육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비대위 회의 중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통합당은 비대위 산하기구인 경제혁신위가 꾸려지는 대로 전일보육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저출산 대책의 핵심인 보육·교육 정책은 관련 대상자가 많은 만큼 ‘표심’을 얻기에 유리한 의제다. 다만 재원 대책 없이 언급되고 있는 저출산 대책이 무책임한 입법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의 무상보육 추진이 재원 부담으로 이어졌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보육 대란’이 벌어졌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