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수주 잔량 기준 중국에 세계 1위를 내줬던 한국 조선업계가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자국 발주 물량을 등에 업은 중국에 지금은 밀리고 있지만,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100척 발주가 본격화하는 올 하반기에는 뒤집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은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469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중 절반이 넘는 288만CGT(121척·점유율 62%)를 수주했다. 한국은 90만CGT(32척·19%)를 수주해 2위로 밀렸다. 한국은 2018년 말 연간 수주량 기준으로 7년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가 올해 다시 중국에 선두를 내줬다.

한국의 부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선박 발주가 줄어든 영향이다. 올해 5월까지 세계 선박 발주량은 작년(1217만CGT)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와 달리 유럽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를 빨리 수습한 중국은 자국 발주 물량에 힘입어 치고 나갔다. 올해 중국의 수주량 중 80% 이상이 자국 물량이다. 중국 은행들은 ‘수주절벽’에 부닥친 자국 조선사 지원을 위해 무이자로 선박 발주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조선업계는 하반기 ‘역전’을 노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지난 1일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2027년까지 23조원 규모,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슬롯(배를 만드는 공간) 예약 계약을 맺었다. 조선업계에서는 계약 기간을 감안할 때 하반기 약 15~20척의 본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클락슨에 따르면 현재 LNG선은 한 척당 가격이 신조선가(새로 제작하는 선박 가격) 기준 1억8600만달러(약 2200억원)에 달한다. 컨테이너선(1억850만달러), 일반 유조선(4850만달러) 등 중국의 주력 선종보다 훨씬 비싸다. 유조선이 ‘안타’라면 LNG선은 ‘홈런’인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카타르를 비롯해 러시아 모잠비크 등의 LNG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한국의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초대형 유조선(VLCC) 발주가 늘고 있는 것도 한국엔 호재다. VLCC는 한 척당 가격이 9100만달러로 일반 유조선의 두 배에 달해 LNG선처럼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된다. 조선업계는 올해 작년보다 두 배 많은 약 70척의 VLCC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VLCC 시장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양분해왔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