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줄 알았는데 독약?…크릴오일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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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크릴조업국 한국
부적합 판정 나온 제품 대부분 중국선 선상 건조
배 위에서 항산화제 등 뿌려 추출, 이동 과정서 산패
국내산은 선상 건조 없이 급속냉동해 국내 제조
"새우 급속 냉동, 국내 제조인지 따져보고 사야"
인체 유해성 없는데... '제2 백수오 사태' 우려도
부적합 판정 나온 제품 대부분 중국선 선상 건조
배 위에서 항산화제 등 뿌려 추출, 이동 과정서 산패
국내산은 선상 건조 없이 급속냉동해 국내 제조
"새우 급속 냉동, 국내 제조인지 따져보고 사야"
인체 유해성 없는데... '제2 백수오 사태' 우려도
'크릴오일의 배신', '오메가3 대신 먹었는데 속았다', '내가 먹은 크릴오일 독약이었나….'
9일 오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 판매 중인 41개 크릴오일 제품 중 12개를 부적합 판정을 내린 후 소비자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크릴오일은 다음 날인 10일까지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년 전 국내 본격 소개돼 현재 약 3000억원대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한 크릴오일. 크릴오일의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부적합 크릴오일은 유해할까? NO
식약처는 크릴오일 조사 결과 보도자료에 '부적합', '전량 회수', '수사 의뢰' 등의 다소 강력한 표현을 썼다. 소비자들이 '부적합'을 '유해하다'로 이해한 것도 식약처의 이 같은 단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부적합 크릴오일을 먹었을 때 어떤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식약처 해당 조사관은 "평생 먹어도 해가 없다"고 답했다. 또 "식약처는 식품첨가물 관련법 등을 준수했느냐를 판단할 뿐,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는 기관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흰수염고래'의 주식, 크릴오일이 뭐길래
크릴오일은 새끼손가락만한 크릴새우에서 뽑은 오일이다. 크릴새우는 흰수염고래의 주식이다.
흰수염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몸집이 크다. 심장 무게만 1t에 달한다. 한 번에 수 백만 마리의 크릴을 먹어치운다. 최대 몸길이 33m, 최대 몸무게 180t의 커다란 몸을 움직일 에너지를 크릴새우에서 얻는다. 크릴은 '남극의 마술사'로 불릴 만큼 고래, 펭귄, 물개 등 다양한 포유류의 먹이다. 남극 생태계에선 없어선 안될 중요한 존재다.
크릴오일은 노르웨이 등 유럽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먹었다. 아스타잔틴, DHA, EPA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돼 있다. 뇌세포의 구성 성분이자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인지질,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 국내에선 2018년 12월 홈쇼핑에서 처음 소개된 뒤 시장이 연간 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오메가3가 풍부하면서도 참치, 연어 등 큰 어종에 비해 수은 중독 등이 없어 더 안전한 영양보조제로 각광 받았다. 크릴새우는 몸집이 작아 바다에서 식물성 플랑크톤만 먹으며 성장한다. 한국은 세계 3위 크릴 조업국
한국은 세계 3위 크릴 조업국이다. 동원산업과 정일산업이 매년 총 3척의 조업선을 남극해에 띄우고 있다.
크릴조업과 크릴오일 제조를 모두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노르웨이, 중국 등 3개국에 불과하다. 한국은 '크릴강국'으로 불린다.
남극에서 크릴 조업은 국제기구인 '남극 해양생물자원 보존위원회(CCAMLR)'의 통제 하에 허가된 업체만 일정 쿼터까지 잡을 수 있다. CCAMLR은 크릴 조업 허가량을 미개발된 크릴 자원의 1% 이내로 관리한다. 실제 연간 조업량은 0.3% 수준이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남극 생태계의 핵심 자원인만큼 철저하게 조업량이 관리되는 어종"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고를까
크릴새우는 어선에서 잡은 뒤 '사료용 분말' 또는 '크릴오일용 원료' 둘 중 하나로 분류된다. 사료용 분말은 선상해서 건조해 크릴분말로 만든다. 크릴오일 추출용으로 사용하는 크릴을 어획 즉시 급속냉동한다. 냉동 상태로 육지로 운송, 육지의 별도 제조설비에서 만든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제품을 고르려면 '어획 후 급속냉동'을 한 원료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사료용 크릴새우를 건조하던 중국 등의 어선에서 크릴이 돈이 된다는 이유로 각종 첨가물을 뿌려 크릴오일용으로 유통한 것. 크릴분말은 사료회사에 판매되는데 장기 보관에 따른 산패(지방의 부패)를 막기 위해 살충제 성분인 에톡시퀸을 첨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제조된 신선한 크릴오일은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 생산 크릴오일에는 에톡시퀸 등의 첨가물이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오일을 뽑을 때도 국내 법령에 따라 주정 이외의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크릴오일을 고를 때는 '급속냉동'과 '국내제조'를 확인해야 한다. 국내 크릴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제조 크릴오일은 에톡시퀸과 잔류 용매로부터 안전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국내산 크릴오일에 대한 오해를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국내 생산 시설의 제조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공개하기도 했다.
부적합 제품엔 뭐가 들었길래
식약처가 전량 회수를 하기로 한 12개 제품 중 5개에서 에톡시퀸이 초과 검출됐다. 에톡시퀸은 산패를 막기 위한 화학물질이다. 다국적 농업기업인 몬산토가 1950년대에 개발했다. 주료 사료용으로 많이 활용돼왔다. 국내에서도 식품첨가제로는 허용되지 않는다.
수산용 사료에 함유된 에톡시퀸이 수산물을 통해 몸 속에 흡수될 수 있어 잔료허용 기준을 적용해 관리 중이다. 국내 하루 허용치는 0.2㎎/㎏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의 경우 하루 0.3㎎ 이하로 섭취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만큼의 양을 먹기는 쉽지 않다.
식약처는 "최고 많이 나온 제품이 2.5㎎/㎏인데 국제 기준과 비교해도 미량이므로 사실상 유해하지 않지만, 기준대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회수 명령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크릴에서 기름을 짜내는 용매가 문제가 돼 회수된 제품들도 있다. 2개 제품이 유지추출 용매로 쓰는 헥산의 기준치를 넘겼다. 헥산의 검출 기준치는 5㎎/㎏이다. ‘슈퍼 파워 크릴오일 56’에선 1072㎎/㎏, ‘지노핀 크릴오일'에선 51㎎/㎏의 헥산이 나왔다. 이밖에 초산에틸과 이소프로필알콜은 기름을 짜내는 용매로 등록이 안된 성분이다.
인체에 유해성이 없다면서도 식약처가 이 같은 조사를 벌인 이유는 과대광고와 과장광고로 인한 왜곡 현상 때문이다. 식약처는 "크릴오일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혈관청소부' '다이어트에 효과' '항산화 성분' 등의 광고가 넘쳐났다"며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일반가공식품"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9일 오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 판매 중인 41개 크릴오일 제품 중 12개를 부적합 판정을 내린 후 소비자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크릴오일은 다음 날인 10일까지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년 전 국내 본격 소개돼 현재 약 3000억원대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한 크릴오일. 크릴오일의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부적합 크릴오일은 유해할까? NO
식약처는 크릴오일 조사 결과 보도자료에 '부적합', '전량 회수', '수사 의뢰' 등의 다소 강력한 표현을 썼다. 소비자들이 '부적합'을 '유해하다'로 이해한 것도 식약처의 이 같은 단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부적합 크릴오일을 먹었을 때 어떤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식약처 해당 조사관은 "평생 먹어도 해가 없다"고 답했다. 또 "식약처는 식품첨가물 관련법 등을 준수했느냐를 판단할 뿐,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는 기관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흰수염고래'의 주식, 크릴오일이 뭐길래
크릴오일은 새끼손가락만한 크릴새우에서 뽑은 오일이다. 크릴새우는 흰수염고래의 주식이다.
흰수염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몸집이 크다. 심장 무게만 1t에 달한다. 한 번에 수 백만 마리의 크릴을 먹어치운다. 최대 몸길이 33m, 최대 몸무게 180t의 커다란 몸을 움직일 에너지를 크릴새우에서 얻는다. 크릴은 '남극의 마술사'로 불릴 만큼 고래, 펭귄, 물개 등 다양한 포유류의 먹이다. 남극 생태계에선 없어선 안될 중요한 존재다.
크릴오일은 노르웨이 등 유럽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먹었다. 아스타잔틴, DHA, EPA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돼 있다. 뇌세포의 구성 성분이자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인지질,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 국내에선 2018년 12월 홈쇼핑에서 처음 소개된 뒤 시장이 연간 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오메가3가 풍부하면서도 참치, 연어 등 큰 어종에 비해 수은 중독 등이 없어 더 안전한 영양보조제로 각광 받았다. 크릴새우는 몸집이 작아 바다에서 식물성 플랑크톤만 먹으며 성장한다. 한국은 세계 3위 크릴 조업국
한국은 세계 3위 크릴 조업국이다. 동원산업과 정일산업이 매년 총 3척의 조업선을 남극해에 띄우고 있다.
크릴조업과 크릴오일 제조를 모두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노르웨이, 중국 등 3개국에 불과하다. 한국은 '크릴강국'으로 불린다.
남극에서 크릴 조업은 국제기구인 '남극 해양생물자원 보존위원회(CCAMLR)'의 통제 하에 허가된 업체만 일정 쿼터까지 잡을 수 있다. CCAMLR은 크릴 조업 허가량을 미개발된 크릴 자원의 1% 이내로 관리한다. 실제 연간 조업량은 0.3% 수준이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남극 생태계의 핵심 자원인만큼 철저하게 조업량이 관리되는 어종"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고를까
크릴새우는 어선에서 잡은 뒤 '사료용 분말' 또는 '크릴오일용 원료' 둘 중 하나로 분류된다. 사료용 분말은 선상해서 건조해 크릴분말로 만든다. 크릴오일 추출용으로 사용하는 크릴을 어획 즉시 급속냉동한다. 냉동 상태로 육지로 운송, 육지의 별도 제조설비에서 만든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제품을 고르려면 '어획 후 급속냉동'을 한 원료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사료용 크릴새우를 건조하던 중국 등의 어선에서 크릴이 돈이 된다는 이유로 각종 첨가물을 뿌려 크릴오일용으로 유통한 것. 크릴분말은 사료회사에 판매되는데 장기 보관에 따른 산패(지방의 부패)를 막기 위해 살충제 성분인 에톡시퀸을 첨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제조된 신선한 크릴오일은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 생산 크릴오일에는 에톡시퀸 등의 첨가물이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오일을 뽑을 때도 국내 법령에 따라 주정 이외의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크릴오일을 고를 때는 '급속냉동'과 '국내제조'를 확인해야 한다. 국내 크릴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제조 크릴오일은 에톡시퀸과 잔류 용매로부터 안전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국내산 크릴오일에 대한 오해를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국내 생산 시설의 제조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공개하기도 했다.
부적합 제품엔 뭐가 들었길래
식약처가 전량 회수를 하기로 한 12개 제품 중 5개에서 에톡시퀸이 초과 검출됐다. 에톡시퀸은 산패를 막기 위한 화학물질이다. 다국적 농업기업인 몬산토가 1950년대에 개발했다. 주료 사료용으로 많이 활용돼왔다. 국내에서도 식품첨가제로는 허용되지 않는다.
수산용 사료에 함유된 에톡시퀸이 수산물을 통해 몸 속에 흡수될 수 있어 잔료허용 기준을 적용해 관리 중이다. 국내 하루 허용치는 0.2㎎/㎏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의 경우 하루 0.3㎎ 이하로 섭취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만큼의 양을 먹기는 쉽지 않다.
식약처는 "최고 많이 나온 제품이 2.5㎎/㎏인데 국제 기준과 비교해도 미량이므로 사실상 유해하지 않지만, 기준대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회수 명령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크릴에서 기름을 짜내는 용매가 문제가 돼 회수된 제품들도 있다. 2개 제품이 유지추출 용매로 쓰는 헥산의 기준치를 넘겼다. 헥산의 검출 기준치는 5㎎/㎏이다. ‘슈퍼 파워 크릴오일 56’에선 1072㎎/㎏, ‘지노핀 크릴오일'에선 51㎎/㎏의 헥산이 나왔다. 이밖에 초산에틸과 이소프로필알콜은 기름을 짜내는 용매로 등록이 안된 성분이다.
인체에 유해성이 없다면서도 식약처가 이 같은 조사를 벌인 이유는 과대광고와 과장광고로 인한 왜곡 현상 때문이다. 식약처는 "크릴오일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혈관청소부' '다이어트에 효과' '항산화 성분' 등의 광고가 넘쳐났다"며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일반가공식품"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