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을 앞세운 아디다스의 광고. 아디다스 제공
흑인을 앞세운 아디다스의 광고. 아디다스 제공
아디다스가 앞으로 신규 채용의 30%를 흑인으로 뽑겠다고 밝혔다. 최근 아디다스의 흑인 직원들이 자사의 불평등한 기업 문화를 비판한 데 대한 발빠른 대처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향후 미국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신규 채용의 최소 30%를 흑인 등 유색 인종에 할당해 흑인 직원들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5년 동안 매년 50명의 흑인 대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아이들을 위한 농구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흑인 지역사회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최근 사내 흑인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으며 금주 열리는 회의에서 새로 결정된 세부 사항들을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디다스가 갑자기 이처럼 흑인 관련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은 건 최근 사내에서 벌어진 논란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아디다스의 경쟁사인 나이키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이키는 지난달 말 소셜네트워크에 ‘돈 두 잇(Don’t Do It)’이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원래 나이키의 대표적인 광고문구인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바꾼 것으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관련, 사람들이 인종차별 등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방관하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아디다스는 자사 트위터 계정에 이 나이키 광고를 쿨하게 리트윗하며 ‘함께 하는 게 변화를 만드는 길’이라고 게시했다. 그러자 미국 지사의 흑인 직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디자이너 출신의 아릭 알몬은 “아디다스의 최근 발언은 회사 내부의 분위기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흑인 직원이 승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많은 직원들이 이에 동참했다. 지난주 아디다스의 흑인 직원들은 임원진에게 내년 말까지 전체 직원들 중 흑인의 비중을 31%까지 끌어올릴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WSJ은 아디다스의 경영진 6명과 이사회 16명 중 흑인은 한 명도 없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일파만파 커지자 아디다스 측은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일단 흑인 직원들은 추이를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운동용품의 주 소비층이 흑인들이고 흑인 스타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정작 회사의 의사 결정권자 중 흑인이 한 명도 없다는 건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