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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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부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의 기소 여부 등 검찰의 수사 과정을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판단받을 수 있을지가 11일 결정된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검찰과 변호인단의 재격돌이 예상된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 부회장 사건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 넘길지를 결정할 부의심의위원회(부의심의위)를 11일 개최한다.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 및 수사 계속 여부 등을 심의하는 ‘본선’이라면, 부의심의위는 수사심의위를 열 필요성이 있는지를 심의하는 ‘예선’ 성격을 띤다.

부의심의위는 일반 시민 15명으로 구성된다. 서울고검 산하에 있는 150명 가량의 검찰시민위원 가운데 무작위 추첨을 통해 이 부회장 사건을 심의할 부의심의위 위원들이 선정됐다. 대검 수사심의위가 법조계·학계·언론계 등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반면, 부의심의위는 회사원, 자영업자 등 그야말로 시민들로 구성되는 게 차이점이다. 법조인은 부의심의위에 참여할 수 없다.

부의심의위 위원들은 검찰과 변호인단이 각각 제출한 A4용지 30쪽 이내 의견서를 바탕으로 수사심의위 개최 필요성을 판단한다.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삼성물산 등 세 주체가 각 30쪽 의견서를 제출해, 총 9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한다. 검찰 측은 ‘동일한 사안’인 만큼 총 30쪽 이내 의견서만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의심의위에서 구두진술은 허용되지 않으며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심의위의 필요성을 의결한다.

검찰 측은 ‘통상 절차’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이미 상당한 증거도 확보했고 영장심사 당시 법원도 재판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통상 절차인 정식 공판을 거쳐 유무죄를 다투면 된다는 점을 어필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 도입 취지를 강조하며 수사심의위 개최 필요성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 수사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사심의위를 만든 것인데, 이번 삼성 사건이 제도 취지에 가장 들어맞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복잡한 이번 사건의 개요를 시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검찰과 변호인 양측 모두 도표와 그래프 등 시각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의견서를 작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부의심의위 결과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단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이 부회장 측은 부의심의위 문턱을 넘어 수사심의위 단계까지 도달한 후, 수사심의위로부터 ‘불기소 적정’ 의견을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사심의위의 최종 의견은 ‘권고적 효력’을 가질 뿐이지만, 만약 불기소 판단이 나오게 되면 검찰로선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