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10분만에 숨이 '턱'…에어컨 켜도 땀이 '뻘뻘'
"답답해요" 폭염에 마스크까지…학생도 선생님도 숨 막히는 교실
"숨 막히고, 덥고, 땀이 차요. 안경엔 김 서림이 심해져 너무 불편해요."

낮 기온이 30도가 넘어선 10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송호고등학교 체육관.
정오께 마스크를 한 2학년 학생 20여명은 최영일(61) 체육 교사의 지시사항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수업에선 학생별 체력검사가 진행됐다.

학생 한명씩 교사 앞에 설치된 유연성 측정기에 앉아 팔을 앞으로 쭉 뻗은 채 윗몸을 앞으로 굽혔다.

나머지 학생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체육관 중앙에 설치된 베드민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채를 휘둘렀다.

오전 시간 내내 교실에만 앉아있다 체육관으로 나온 학생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셔틀콕을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잔뜩 신난 학생들의 천진한 모습만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학교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깔깔거리는 즐거운 소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체육관 안은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지만, 학생들의 입과 코를 틀어막은 마스크의 답답함을 해결해주진 못했다.

10여분간 친구와 공을 주고받은 정은진 양은 취재진과의 인터뷰 내내 손부채질을 하느라 바빴다.

얇은 덴탈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얼굴은 붉게 상기됐고, 이마엔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송 양은 "아침에 등교할 때 조금 늦어 뛰는데 마스크 때문에 너무 힘들었고, 얼굴이 빨개져 신경이 쓰였다"며 "날이 더워져 체온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답답해요" 폭염에 마스크까지…학생도 선생님도 숨 막히는 교실
유시연 양도 "마스크를 끼고 운동하니 답답하고 숨도 잘 안 쉬어져 힘들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어 오래는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교실에 에어컨을 켜지만, 창문을 열고 있어 에어컨에서 멀리 떨어진 학생은 시원하지도 않다"고 했다.

유시연 양의 말처럼 신체활동이 없는 일반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교사들도 더워진 날씨에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시각 수학 수업이 진행 중이던 3학년 12반 교실 창문은 중간중간 활짝 열려있었고 에어컨은 차가운 바람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칠판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삼각함수 문제 풀이법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송영근(47)교사의 얼굴에는 쉬지 않고 땀이 흘러내렸다.

수업시간이 50분에서 45분으로 5분 단축됐지만, 마스크를 한 채 수업을 진행하는 건 여전히 버거운 일이었다.

송 교사는 "처음엔 20분만 수업해도 어지러워 계속하기 힘들었다"며 "수업 중간중간에 복도로 나가 마스크를 살짝 벗었다가 다시 들어와 수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답답해요" 폭염에 마스크까지…학생도 선생님도 숨 막히는 교실
그는 "그나마 지금 좀 적응됐지만,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제 목소리가 멀리까지 잘 전달되지 않아, 질문한 학생한테 가서 개별적으로 답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학은 교과 특성상 학생들이 문제 푸는 시간이 있어 교사가 그때 잠시 쉴 수 있는데 교사가 계속 말해야 하는 과목 담당들은 정말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개인 마이크를 사용하는 교사들도 많다고 했다.

학생들도 수업 시간 내내 힘들었던지 일부는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 바로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거나 잠시 벗어뒀다.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던 강병주 군은 "저희는 앉아서 수업을 듣기만 하는데 선생님들은 계속 말씀을 하시니까 엄청 숨차하신다"며 "물을 마시거나 잔기침을 할 때도 교실 밖으로 나갔다 오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더워진 날씨 탓에 체온이 37.5도 전후로 측정되는 학생이 부쩍 늘기도 했다.

황교선 송호고 교장은 "일시적 관찰실로 간 학생이 오전에만 예닐곱명 정도 된다"며 "지난주까지만해도 거의 없었는데 이번주에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측정 체온도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송 교장은 "이제 여름이 막 시작했는데 이렇게 더워서 걱정"이라며 "학생과 교사가 모두 지치지 않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