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만 있어도 땀 줄줄"…'한증막 방호복' 악전고투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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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참으려면 물도 못 마셔" 폭염 속 탈진 사례 속출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도 한계 "그나마 국민응원으로 버텨" "6㎏짜리 방호복 속은 한증막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합니다"
10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이른 시간이지만 수은주는 이미 30도를 훌쩍 넘어섰다.
역학조사팀 이지언(35) 씨는 전신을 감싸는 6㎏짜리 레벨D 방호복에 숨쉬기조차 힘든 보건용(N95) 마스크, 고글, 덧신으로 중무장하고 선별진료소 한편을 지켰다.
감염 예방을 위한 필수 조처지만 장비를 착용한 지 5분도 안 돼 온몸이 땀범벅이다.
지난 3월 찬바람이 불 때도 방호복 내부 온도는 40도까지 올라 온몸이 땀에 젖을 지경이었는데,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요즘은 체감온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각급 학교의 등교수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검사 물량이 급증해 잠시 휴식할 틈도 없다.
이씨는 "방호복을 한 번 입으면 4시간 이상 땀으로 샤워를 하는데, 움직이는 찜질방이 따로 없다"며 "이때는 화장실 가는 것은 고사하고 물조차 마음 놓고 못 마신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의료진은 화장실 가는 게 부담스러워 근무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물을 거의 안 마신다. 화장실에 가면 어렵게 입은 방호복을 벗고, 또 새로운 방호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습기에 약한 방호복이 오염될까 봐 얼음조끼도 입을 수 없다.
지난 2월 중순부터 4개월째 선별진료소 근무 중인 김주호(42·의사) 주무관은 "건강한 나도 지치는데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간호사나 직원분들은 탈진해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무더위가 시작된 뒤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 의료진이 지쳐 쓰러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여자중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워크 스루(Walk through)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 업무를 하던 보건소 직원 3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30도를 웃도는 더위를 견디지 못해 탈진한 이들은 어지럼증, 과호흡, 손 떨림, 전신 쇠약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보건소에서는 10일 새벽 여직원 한 명이 심한 방광염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화장실도 편하게 가지 못하는 선별진료소 근무를 하면서 생긴 병이 심해진 것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33도를 넘는 폭염 일수가 평년 대비 두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보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현장 의료진들이 벌써 한걱정을 하는 이유다.
무더위로 인한 체력적 어려움만큼이나 의료진을 괴롭히는 정신적 피로도 상당하다.
임승관 경기도 안성병원장은 "의료진으로서의 사명감과 국민적 응원에서 나오는 자부심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한계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병원에는 의사 25명, 간호사 100여명의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54명을 돌보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수도권 감염 사례가 다시 급증하면서 끝을 모르는 24시간 3교대 근무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임 병원장은 "코로나19 종료를 기대했다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 현장에서 느끼는 허탈감이 크다"며 "오랜 집중 근무로 지구력이 떨어진 데다 더위가 주는 불쾌감까지 더해져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은 열악하지만 주변의 응원은 여전히 의료진에게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임부란 고양시 덕양구보건소 팀장은 "인근 커피숍 직원들이 찾아와 아이스커피를 건네고, 어린이집 아이들은 직접 만든 과자를 가져오는 등 주변의 끊임없는 응원에 힘들어도 참고 버틴다"고 전했다.
이귀연 대전 건양대병원 외래 파트장(간호사)은 "무더위와 잦은 비가 예상되는 계절인 만큼 각종 진료와 검사를 위해 대기해야 하는 분들이 힘들 것"이라며 "서로 격려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0일 현장 의료진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전국 614개 선별진료소에 냉방기를 서둘러 설치키로 하고, 약 30억원의 예산을 즉시 투입한다고 밝혔다.
또 여름철 선별진료소 운영을 위한 수칙을 새롭게 마련했다.
개인 보호구는 두꺼운 방호복 대신 전신 가운을 비롯해 수술용 가운, 페이스쉴드, N95 마스크, 장갑 등 4종을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수술용 가운은 방호복보다 더위에 따른 피로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곧 당국이 비축한 가운 등 보호구 4종 세트를 지자체별로 배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칙에는 선별진료소에서 인력이 상시 대기하지 않도록 사전 예약제를 운영하고, 근무자가 쉴 수 있는 냉방 공간을 마련하는 대책 등이 담겨 있다.
(권준우 노승혁 신민재 이재림 전창해 기자)
/연합뉴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도 한계 "그나마 국민응원으로 버텨" "6㎏짜리 방호복 속은 한증막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합니다"
10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이른 시간이지만 수은주는 이미 30도를 훌쩍 넘어섰다.
역학조사팀 이지언(35) 씨는 전신을 감싸는 6㎏짜리 레벨D 방호복에 숨쉬기조차 힘든 보건용(N95) 마스크, 고글, 덧신으로 중무장하고 선별진료소 한편을 지켰다.
감염 예방을 위한 필수 조처지만 장비를 착용한 지 5분도 안 돼 온몸이 땀범벅이다.
지난 3월 찬바람이 불 때도 방호복 내부 온도는 40도까지 올라 온몸이 땀에 젖을 지경이었는데,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요즘은 체감온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각급 학교의 등교수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검사 물량이 급증해 잠시 휴식할 틈도 없다.
이씨는 "방호복을 한 번 입으면 4시간 이상 땀으로 샤워를 하는데, 움직이는 찜질방이 따로 없다"며 "이때는 화장실 가는 것은 고사하고 물조차 마음 놓고 못 마신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의료진은 화장실 가는 게 부담스러워 근무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물을 거의 안 마신다. 화장실에 가면 어렵게 입은 방호복을 벗고, 또 새로운 방호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습기에 약한 방호복이 오염될까 봐 얼음조끼도 입을 수 없다.
지난 2월 중순부터 4개월째 선별진료소 근무 중인 김주호(42·의사) 주무관은 "건강한 나도 지치는데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간호사나 직원분들은 탈진해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무더위가 시작된 뒤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 의료진이 지쳐 쓰러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여자중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워크 스루(Walk through)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 업무를 하던 보건소 직원 3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30도를 웃도는 더위를 견디지 못해 탈진한 이들은 어지럼증, 과호흡, 손 떨림, 전신 쇠약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보건소에서는 10일 새벽 여직원 한 명이 심한 방광염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화장실도 편하게 가지 못하는 선별진료소 근무를 하면서 생긴 병이 심해진 것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33도를 넘는 폭염 일수가 평년 대비 두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보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현장 의료진들이 벌써 한걱정을 하는 이유다.
무더위로 인한 체력적 어려움만큼이나 의료진을 괴롭히는 정신적 피로도 상당하다.
임승관 경기도 안성병원장은 "의료진으로서의 사명감과 국민적 응원에서 나오는 자부심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한계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병원에는 의사 25명, 간호사 100여명의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54명을 돌보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수도권 감염 사례가 다시 급증하면서 끝을 모르는 24시간 3교대 근무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임 병원장은 "코로나19 종료를 기대했다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 현장에서 느끼는 허탈감이 크다"며 "오랜 집중 근무로 지구력이 떨어진 데다 더위가 주는 불쾌감까지 더해져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은 열악하지만 주변의 응원은 여전히 의료진에게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임부란 고양시 덕양구보건소 팀장은 "인근 커피숍 직원들이 찾아와 아이스커피를 건네고, 어린이집 아이들은 직접 만든 과자를 가져오는 등 주변의 끊임없는 응원에 힘들어도 참고 버틴다"고 전했다.
이귀연 대전 건양대병원 외래 파트장(간호사)은 "무더위와 잦은 비가 예상되는 계절인 만큼 각종 진료와 검사를 위해 대기해야 하는 분들이 힘들 것"이라며 "서로 격려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0일 현장 의료진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전국 614개 선별진료소에 냉방기를 서둘러 설치키로 하고, 약 30억원의 예산을 즉시 투입한다고 밝혔다.
또 여름철 선별진료소 운영을 위한 수칙을 새롭게 마련했다.
개인 보호구는 두꺼운 방호복 대신 전신 가운을 비롯해 수술용 가운, 페이스쉴드, N95 마스크, 장갑 등 4종을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수술용 가운은 방호복보다 더위에 따른 피로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곧 당국이 비축한 가운 등 보호구 4종 세트를 지자체별로 배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칙에는 선별진료소에서 인력이 상시 대기하지 않도록 사전 예약제를 운영하고, 근무자가 쉴 수 있는 냉방 공간을 마련하는 대책 등이 담겨 있다.
(권준우 노승혁 신민재 이재림 전창해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