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구미·창원·울산까지…갭투자 전선 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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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감소하는 지방으로…2000만원에 한 채씩
"지역경기 침체에 출구전략 마련 어려울 수도"
"지역경기 침체에 출구전략 마련 어려울 수도"
서울과 수도권에 규제가 집중된 사이 부동산 투자자들이 지방으로 남하하고 있다.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곳엔 어김없이 갭투자자들이 나타나 매집하는 중이다. 제조업 불황으로 수년 간 집값이 하락하던 지역들까지 꿈틀대고 있다.
◆“한 채만 살 건 아니죠?”
11일 경남 창원 팔용동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대동중앙아파트’는 1040가구 가운데 전세를 낀 매물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발빠른 투자자들이 이미 쓸어담다시피 해서다. A공인 관계자는 “한두 달 새 서울 투자자들이 다녀가면서 매물이 동났다”며 “월세입자가 살고 있는 매물들은 인기가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 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6252가구 규모의 상남동 ‘성원아파트’도 전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매물이 귀하다. 이 아파트는 세를 안고 거래하면 매매가격 1억3000만원짜리 전용면적 50㎡를 4000만원에 살 수 있다. B공인 관계자는 “일대에서 이 정도 갭은 흔치 않다”며 “서둘러야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법인 형태의 매입을 권유하는 중개업소도 있다. 개인은 4주택부터 취득세율이 4%로 중과돼서다. 한 채를 사는 데 그치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채를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움직임에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예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다. 창원은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집값이 내리 떨어졌던 곳이다. 산업단지 쇠퇴에다 대량 입주가 맞물렸다. 하락기에 4만 가구가 집들이를 했다. 그러나 내년 입주물량은 올해(8867가구)의 10분의 1 수준인 880가구에 불과해 벌써 갭투자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업투자자는 “비규제지역에선 보유 1년이 지나면 일반세율로 처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입주가 감소하기 직전 해부터 투자수요가 늘어난다”며 “되팔 때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을 모두 올려서 받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생산라인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는 경북 구미에서도 아슬아슬한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입주 5년째를 맞은 임은동 ‘삼도뷰엔빌W’ 전용 60㎡는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2000만원 정도다. C공인 관계자는 “올봄엔 가격차가 1000만원까지 좁혀졌다”며 “입지나 지역경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달구는 유동성
투자자들이 몰리는 지역들은 새 아파트 입주가 급감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공급감소로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가격도 따라서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점도 이 같은 수요를 남하시키는 요인이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72곳 가운데 3분의 2인 47곳이 조정대상지역 이상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지방 광역시까지 확대되는 규제를 앞두고 주변 도시에 선제적인 투자를 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시가 예상 외로 급속 반등한 데다 기준금리까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유동성이 부동산에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던 울산에선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2단지’ 전용 84㎡는 이달 초 8억원에 손바뀜하면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D공인 관계자는 “대장 단지의 신고가를 따라 주변 아파트들에선 키맞추기 호가가 나오고 있다”면서 “조선 위기로 고사 직전이던 동구에서 청약을 받은 단지에도 벌써 웃돈이 붙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갈 곳 없는 자금은 호재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충북 청주는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집값의 재료가 되고 있다. 입지로 선정된 청원구 아파트 매매가는 불과 최근 3주 동안 2.91% 급등했다. 외지인 투자수요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청주의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28.2%에서 4월 37.1%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저평가된 가격 수준이나 입주물량만 믿고 ‘묻지마’ 식 투자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발 풍선효과로 부동산시장에 지역별 가격 키맞추기 기대가 깔려 있는 상태”라며 “경기가 예상보다 위축될 경우 자칫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한 채만 살 건 아니죠?”
11일 경남 창원 팔용동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대동중앙아파트’는 1040가구 가운데 전세를 낀 매물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발빠른 투자자들이 이미 쓸어담다시피 해서다. A공인 관계자는 “한두 달 새 서울 투자자들이 다녀가면서 매물이 동났다”며 “월세입자가 살고 있는 매물들은 인기가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 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6252가구 규모의 상남동 ‘성원아파트’도 전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매물이 귀하다. 이 아파트는 세를 안고 거래하면 매매가격 1억3000만원짜리 전용면적 50㎡를 4000만원에 살 수 있다. B공인 관계자는 “일대에서 이 정도 갭은 흔치 않다”며 “서둘러야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법인 형태의 매입을 권유하는 중개업소도 있다. 개인은 4주택부터 취득세율이 4%로 중과돼서다. 한 채를 사는 데 그치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채를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움직임에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예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다. 창원은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집값이 내리 떨어졌던 곳이다. 산업단지 쇠퇴에다 대량 입주가 맞물렸다. 하락기에 4만 가구가 집들이를 했다. 그러나 내년 입주물량은 올해(8867가구)의 10분의 1 수준인 880가구에 불과해 벌써 갭투자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업투자자는 “비규제지역에선 보유 1년이 지나면 일반세율로 처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입주가 감소하기 직전 해부터 투자수요가 늘어난다”며 “되팔 때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을 모두 올려서 받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생산라인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는 경북 구미에서도 아슬아슬한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입주 5년째를 맞은 임은동 ‘삼도뷰엔빌W’ 전용 60㎡는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2000만원 정도다. C공인 관계자는 “올봄엔 가격차가 1000만원까지 좁혀졌다”며 “입지나 지역경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달구는 유동성
투자자들이 몰리는 지역들은 새 아파트 입주가 급감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공급감소로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가격도 따라서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점도 이 같은 수요를 남하시키는 요인이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72곳 가운데 3분의 2인 47곳이 조정대상지역 이상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지방 광역시까지 확대되는 규제를 앞두고 주변 도시에 선제적인 투자를 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시가 예상 외로 급속 반등한 데다 기준금리까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유동성이 부동산에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던 울산에선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2단지’ 전용 84㎡는 이달 초 8억원에 손바뀜하면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D공인 관계자는 “대장 단지의 신고가를 따라 주변 아파트들에선 키맞추기 호가가 나오고 있다”면서 “조선 위기로 고사 직전이던 동구에서 청약을 받은 단지에도 벌써 웃돈이 붙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갈 곳 없는 자금은 호재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충북 청주는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집값의 재료가 되고 있다. 입지로 선정된 청원구 아파트 매매가는 불과 최근 3주 동안 2.91% 급등했다. 외지인 투자수요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청주의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28.2%에서 4월 37.1%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저평가된 가격 수준이나 입주물량만 믿고 ‘묻지마’ 식 투자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발 풍선효과로 부동산시장에 지역별 가격 키맞추기 기대가 깔려 있는 상태”라며 “경기가 예상보다 위축될 경우 자칫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