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한 식당에 제비집 26개 화제…여섯 둥지에는 새끼 소리 "짹짹"
소문 듣고 먼 길 찾아오는 손님도…"박씨처럼 귀한 복 물어 오겠죠"
"손님들이 흥부 식당이라고 불러요" 한 지붕 여섯 제비 가족
"어머, 진짜 제비집이 잔뜩 있네. 저게 다 몇 개야?"
뙤약볕에 그늘을 찾고 싶어지는 10일 강원 춘천시 서면의 한 식당을 들어서던 손님들은 처마 아래 제비집을 발견하고는 부리나케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들었다.

기자도 따라 들어가 제비집을 세어봤다.

외벽 지붕 아래부터 안채 처마까지 즐비한 제비집을 세는 데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스물 여섯채야."
인상 좋아 보이는 식당 아주머니가 무심하게 답을 툭 뱉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 안팎을 살펴보니 정말로 제비집 26개가 지붕과 처마 아래 곳곳에 자리했다.

"손님들이 흥부 식당이라고 불러요" 한 지붕 여섯 제비 가족
여섯 둥지 속에는 주둥이가 노란 새끼 제비들이 애타게 어미를 찾고 있었다.

제비 부부는 서로 교대로 둥지를 지키며 제 몸의 절반 이상 크기로 자란 새끼를 먹이느라 분주했다.

먹이를 찾아 낮게 날아가는 제비는 종종 손님 탁자 근처를 스치듯 지나갔지만, 누구 하나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22년 전에 처음 식당 문을 열었어. 시골 식당이니 제비가 몇 마리씩 날아들어 집을 지었지. 제비야 흔하게 보는 새였으니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지."
식당 주인 이경화(71)씨는 기자 옆에 앉아 옛일을 떠올렸다.

"점차 제비들이 모여들더니 막 집을 짓더라고. 그래도 싫지 않았어. 흥부네 제비처럼 복이라도 물어다 줄지 누가 알아. 제비집을 본 손님들은 우리더러 흥부 식당이라고 불러. 제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지."
"손님들이 흥부 식당이라고 불러요" 한 지붕 여섯 제비 가족
제비들은 저마다 솜씨를 뽐내며 식당 곳곳에 집을 지었다.

지붕과 처마 아래는 물론이고 굵은 전깃줄 위, 배수관 옆까지 장소도 다양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 발걸음이 잦은 곳 주위로 둥지가 모여 있었다.

제비는 인적이 드문 곳을 편하게 여길 것이라는 생각과는 반대였다.

이씨는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곳은 고양이나 뱀 등이 다니지 않는다"며 "제비들도 그걸 알고 새끼를 안전하게 키우려고 여기(식당 출입구)에 집을 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비를 아끼는 식당 주인의 마음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제비집 바로 아래는 널찍한 판자가 달려 있다.

이는 혹시나 배설물을 본 손님들이 제비를 불쾌하게 여길까 일일이 높은 곳에 설치한 것이다.

"손님들이 흥부 식당이라고 불러요" 한 지붕 여섯 제비 가족
또 손님들이 카메라를 들고 둥지 가까이 가면 새끼들이 놀라고 어미 제비가 맘 편히 있지 못한다며 말리기도 했다.

이 같은 정성을 제비도 알고 복을 물어다 주는지, 이날 식당에는 손님 발걸음과 예약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두부 전골에 소주잔을 기울이던 박상은(62·강릉)씨는 "옛 생각이 나서 7년 만에 찾아왔는데 제비도 음식 맛도 여전하다"며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제비를 보니 추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흥부 식당이라고 불러요" 한 지붕 여섯 제비 가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