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손씨의 발인식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이뤄졌다. 오전 7시 30분께 손 씨 유가족과 장례위원들은 영정 사진을 들고 빈소 앞을 나와 1층 영결식장으로 향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연 이사장)과 상주를 맡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등이 앞장섰다. 다른 장례위원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조문객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장례위원장은 이 이사장, 한국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 등 관계자들과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 시민사회 인사 16명이 맡았다. 빈소와 영결식장 근처에는 취재진 접근이 차단됐다.
2004년부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해 온 손 씨는 지난 6일 오후 10시 35분께 경기도 파주시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달 21일 검찰이 정의연의 회계 자료 일부가 보관돼 있다는 이유로 쉼터를 압수수색한 뒤 주위에 심적 고통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장례식은 지난 8일부터 3일간 '여성·인권·평화 시민장'으로 진행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고민정·김민석·김상희·정춘숙·진선미 의원 등 여러 민주당 인사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정의연에 따르면 1182명의 개인과 단체가 손 소장의 장례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 씨의 발인이 엄수된 이날 정의연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3차 수요시위 행사를 가졌다. 정의연은 손 씨를 추모하며 정의연에 대한 취재 경쟁을 벌여온 언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은색 상복을 입은 이 이사장은 수요시위에서 "고인의 죽음 뒤에도 각종 예단과 억측, 무분별한 의혹 제기, 책임 전가와 신상털이 등의 언론 취재행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언론이) 사회적 살인행위에 반성은 커녕 카메라와 펜으로 다시 사자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일삼고 있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