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LCD(액정표시장치) 편광판 사업을 중국 화학소재 업체 산산(Shanshan)에 매각한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인력을 줄이고 장비를 매각하는 등 LCD 사업 ‘군살 빼기’에 나서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년 가까이 한국의 핵심 비즈니스로 꼽혔던 LCD산업이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편광판 사업 매각한 LG화학

LG화학은 10일 산산에 LCD 편광판 사업을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매각하는 조건부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산산이 70%, LG 화학이 30%의 지분을 갖는 합작사로 신설한 뒤 편광판 생산법인을 합작사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게 계약의 골자다. 산산은 단계적으로 합작사 지분율을 100%까지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용 LCD 편광판 등 일부 제품군은 매각하지 않는다. 편광판은 LCD 패널에 부착하는 필름으로 선택적으로 빛을 통과시키거나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 승인 등을 거치면서 계약 내용이 다소 바뀔 수 있다”며 “정확한 계약 내용은 이사회가 끝난 후 공시하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은 LCD 패널 관련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지난 2월 LCD용 컬러 감광재를 중국 요케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시양인터낼에 580억원에 매각했다. 같은 달 열린 연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선 LCD 패널용 유리기판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LCD의 빈자리를 채울 제품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다. LG화학은 충북 오창 공장의 OLED 패널용 편광판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OLED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데 발맞춰 편광판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300만 대에 그쳤던 글로벌 OLED TV 시장이 2024년엔 951만 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력 재배치 나선 삼성디스플레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LCD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만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기로 했다. 지분 60%를 보유 중인 중국 쑤저우 8.5세대 LCD 패널 생산 공장은 매각할 계획이다.

인원도 줄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대형사업부 내 LCD 관련 부서 직원들로부터 ‘계열사 전환배치’ 신청을 받았다. LCD 개발과 기술, 생산 등을 담당하는 인력이 대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이동하는 일부 인력은 삼성SDI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생산한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로도 일부 인력이 이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경기 파주 8세대(가로 2200㎜×세로 2500㎜) TV용 LCD 패널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7세대(1950㎜×2250㎜) 라인도 올해 말까지만 돌릴 계획이다. 8세대 라인에 멈춰 있는 대형 LCD 생산 장비 등은 중국 업체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TV용 LCD 패널은 해외에서만 생산한다”며 “파주 공장 LCD 라인은 모니터와 노트북용 패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것은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업체들의 전 세계 대형 LCD 패널 시장(9인치 이상) 점유율은 40.4%에 달했다. 한국(23.9%)과 대만(31.1%), 일본(4.6%) 등을 압도한다. 업계에선 2~3년 후면 중국 업체 점유율이 60% 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황정수/송형석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