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HSBC 맹비난…"中에 충성해봤자 별 이득 없을 것"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영국계 은행 HSBC에 대해 “중국 정부에 머리를 조아려봤자 별 이득이 없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HSBC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공개 지지한 일을 두고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HSBC가 아무리 ‘커우터우(叩頭)’하며 충성을 보인들 중국 정부는 HSBC를 별로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며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은행업을 영국에 대한 정치적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은 기업에 강압적인 협박 전술을 쓰고 있다”며 “자유국가라면 기업이 정치적인 비굴 행위를 하도록 압박할 게 아니라 진정한 우정을 통해 상호 번영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이례적으로 커우터우라는 단어를 중국 발음대로 썼다. 블룸버그통신은 “상당한 역사적 의미가 담긴 단어”라며 “영국이 아편전쟁에서 홍콩을 점령해 HSBC 등 기업이 생겼고, 이때를 중국은 ‘굴욕의 세기’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HSBC 20대 주주 중 하나인 영국 자산운용사 아비바인베스터도 HSBC에 비판 목소리를 냈다. 데이비드 커밍 아비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HSBC가 홍콩 보안법의 내용이나 집행 방법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을 우려한다”며 “기업의 정치적 성명엔 반드시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라고 했다.

지난 3일 HSBC는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의 자사 공식 계정을 통해 피터 웡 HSBC 아시아태평양부문 최고경영자(CEO)가 홍콩 보안법을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했다고 알렸다.

지난달 말 렁춘잉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의장이 “HSBC는 홍콩에서 유일무이한 특권을 누려왔지만, 하루아침에 중국 은행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발언한 지 약 1주일 만이다. HSBC는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매출의 절반 이상이 홍콩에서, 13%는 중국 본토에서 나온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