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치의 경고 "달러 시대, 끝이 보인다"
“미국 달러에 특권이 주어지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 교수(사진)의 경고다.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을 지낸 로치 교수는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기고를 통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가 현재(93.32)보다 35% 하락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로치 교수는 달러가치 약세의 근거로 미국 내 저축률 추락을 지목했다. 올해 1분기 미국의 순국민저축은 국민소득 대비 1.4%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1년 이후 최저치다. 앞으로 이 수치가 최소 -5%에서 최대 -10% 수준에 이를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미국의 순 저축률은 -1.8% 정도에 그쳤다.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도 위험 요소로 꼽았다. 미국은 1982년 이후 매년 경상수지 적자를 보고 있다. 해외 자본으로 이를 메우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정부 적자도 문제로 거론됐다. 로치 교수는 올해 미 연방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7.9%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미 정부가 당초 세웠던 2021년 목표치(9.8%)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선 기축통화라고 해도 속수무책”이라며 “달러 가치가 (완연한) 하락세로 접어드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로치 교수는 달러가치 하락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결돼도 경제 회복세가 강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는 무역 적자의 폭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로치 교수는 “미국은 보호주의를 채택해 중국 외 다른 고비용 생산국들과 무역에 나서게 됐다”며 “재정 여력이 한계에 부닥친 미국 정부는 결국 국민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치 교수는 “코로나19와 인종차별 항의 시위, 달러 붕괴가 겹치면서 미국 경제와 리더십이 매우 혹독한 시험대에 서게 됐다”고 진단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h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