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원격의료 = 의료민영화' 프레임부터 내려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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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IT 융합한 원격의료 진전 없는 韓
'무조건 반대' 초점 맞춘 인식 틀 벗어나
'비대면' 뉴노멀에 대비한 논의 본격화를
방문석 < 국립교통재활병원 원장 >
'무조건 반대' 초점 맞춘 인식 틀 벗어나
'비대면' 뉴노멀에 대비한 논의 본격화를
방문석 < 국립교통재활병원 원장 >
한동안 중단됐던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다시 시작됐다. 지금까지 원격 모니터링, 가상현실을 이용한 재활 장비 등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외국인 투자도 유치했는데, 국내에서는 원격의료라는 프레임에 갇혀 이를 활용하지 못해 수출만 했고 그 결과 국내 임상데이터를 모을 수 없어 기술 발전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코로나19의 전염력 탓에 국내에서는 금기시됐던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됐다. 경증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임시로 운영된 서울대병원 생활치료센터 등에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원격 모니터링 장비를 환자에게 적용해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활용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시적으로 운영된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다시금 이들 장비도 무용지물이 됐다.
어찌 됐든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이들 논쟁에서는 발전하는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등과 융합된 미래 의학에 한국이 늦지 않게 가야 한다는 주장과 비대면 의료의 윤리 등에 대한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원격진료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이와 연관된 각 집단 간 ‘프레임’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할 듯싶다. 그래야 논의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현 정권 또는 진보 진영과 정책상 대체로 대립하는 보수 성향의 의사협회가 원격의료에 관해서는 유일하게 같은 입장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편은 ‘원격의료는 의료민영화의 단초’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진보 진영에서는 의료민영화는 사보험이 도입되는 계기가 되고, 전 국민 건강보험체계를 훼손하며, 공공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 사보험이 등장하고, 공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은 위축돼 건강과 질병 치료에서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이란 논리다. 원격의료라는 단어에 이런 강력한 정치적 진영논리에 입각한 프레임을 씌워서는 논의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로 1차 의료기관인 의원과 작은 병원이 가장 먼저 큰 타격을 받고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의료전달체계가 심각하게 왜곡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양측의 반대를 피해 그동안 섬이나 산간 오지, 군, 교도소 등에 한정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시행됐으나 그야말로 소규모였고, 확대되지도 못했으며, 특별한 기술이 적용된 것도 아니어서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도 개방형 공무원인 소위 ‘어공’으로 공공보건기관의 책임을 맡고 있을 때 원격의료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프레임의 실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거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을 위한 원격 모니터링이 포함된, 당시 유행하던 U-헬스케어의 국가연구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계약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모 국회의원으로부터 갑작스런 호출을 받았다. 국가기관이 집권 정당의 정책에 반하는 원격의료가 포함된 연구과제를 수행해서는 안 되니 당장 철회하라는 요구였다. 소외 계층인 중증 장애인을 위한 의료 서비스 연구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가기관이 당 정책에 반하는 의료민영화와 동일시되는 개념인 원격의료가 포함된 연구를 수행하게 할 순 없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임기가 정해진 기관장이 연구를 고집하면 그 기관의 사업 축소, 전체 예산 삭감 등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충고를 받아들여 계약 당일 주관기관 선정을 철회하고 말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 시대에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원격의료를 도입, 확대하며 앞서가고 있다. 의료 및 IT 분야에서 경쟁력을 자랑하는 우리가 더 이상 이 분야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론적인 논의를 반복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발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권은 원격의료 반대에 초점을 맞춘 인식 틀을 내려놓는 데 앞장서주길 바란다.
코로나19의 전염력 탓에 국내에서는 금기시됐던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됐다. 경증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임시로 운영된 서울대병원 생활치료센터 등에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원격 모니터링 장비를 환자에게 적용해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활용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시적으로 운영된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다시금 이들 장비도 무용지물이 됐다.
어찌 됐든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이들 논쟁에서는 발전하는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등과 융합된 미래 의학에 한국이 늦지 않게 가야 한다는 주장과 비대면 의료의 윤리 등에 대한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원격진료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이와 연관된 각 집단 간 ‘프레임’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할 듯싶다. 그래야 논의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현 정권 또는 진보 진영과 정책상 대체로 대립하는 보수 성향의 의사협회가 원격의료에 관해서는 유일하게 같은 입장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편은 ‘원격의료는 의료민영화의 단초’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진보 진영에서는 의료민영화는 사보험이 도입되는 계기가 되고, 전 국민 건강보험체계를 훼손하며, 공공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 사보험이 등장하고, 공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은 위축돼 건강과 질병 치료에서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이란 논리다. 원격의료라는 단어에 이런 강력한 정치적 진영논리에 입각한 프레임을 씌워서는 논의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로 1차 의료기관인 의원과 작은 병원이 가장 먼저 큰 타격을 받고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의료전달체계가 심각하게 왜곡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양측의 반대를 피해 그동안 섬이나 산간 오지, 군, 교도소 등에 한정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시행됐으나 그야말로 소규모였고, 확대되지도 못했으며, 특별한 기술이 적용된 것도 아니어서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도 개방형 공무원인 소위 ‘어공’으로 공공보건기관의 책임을 맡고 있을 때 원격의료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프레임의 실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거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을 위한 원격 모니터링이 포함된, 당시 유행하던 U-헬스케어의 국가연구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계약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모 국회의원으로부터 갑작스런 호출을 받았다. 국가기관이 집권 정당의 정책에 반하는 원격의료가 포함된 연구과제를 수행해서는 안 되니 당장 철회하라는 요구였다. 소외 계층인 중증 장애인을 위한 의료 서비스 연구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가기관이 당 정책에 반하는 의료민영화와 동일시되는 개념인 원격의료가 포함된 연구를 수행하게 할 순 없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임기가 정해진 기관장이 연구를 고집하면 그 기관의 사업 축소, 전체 예산 삭감 등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충고를 받아들여 계약 당일 주관기관 선정을 철회하고 말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 시대에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원격의료를 도입, 확대하며 앞서가고 있다. 의료 및 IT 분야에서 경쟁력을 자랑하는 우리가 더 이상 이 분야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론적인 논의를 반복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발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권은 원격의료 반대에 초점을 맞춘 인식 틀을 내려놓는 데 앞장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