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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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가 내놓은 가상자산(암호화폐) 클레이(KLAY) 시세가 급등하자 관계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거래에 따른 자산의 시세 급등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혹여라도 관계 당국 눈밖에 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12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GDAC)에 따르면 클레이는 지난달 15일 상장 이후 3주간 100원대에서 500원대까지 가격이 4~5배가량 치솟았다. 이달 3일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 내부에 클레이 기반 가상자산 지갑 '클립'을 출시, 하루 만에 사용자 10만명을 확보한 영향이 컸다. 시세 상승을 노린 국내 투자자들이 클레이 투자에 몰리며 빚어진 일이다.

이처럼 거래가 활성화되고 시세가 오르면 발행사인 그라운드X 입장에서 반길 일이지만 오히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칫 투기 조장 오해를 사 당국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그라운드X는 이 때문에 철저하게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국내 사업에는 보수적으로 대처해왔다. 클레이의 가상자산 공개(ICO)와 거래소 상장도 모두 해외에서만 진행해 국내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

이번에 출시한 클립 서비스도 카카오톡 앱 내부에서 찾아보기가 쉽진 않다. 카카오톡 '더보기' 탭 내부 하단에 숨겨놓는 등 최대한 국내 사업을 조용히 진행한다는 방침을 지켜왔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특성에다 모회사 카카오의 유명세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묻지마 투자'가 과열될 것을 걱정해서다.

그러나 코인원 데이빗 지닥 등 국내 거래소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클레이를 입수, 상장을 단행하면서 클레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자 국내 투자자들이 몰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라운드X는 "클레이를 상장하는 국내 거래소와는 협력 관계를 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로 그라운드X와 공식 파트너십 관계였던 코인원과 지닥은 이번 상장을 이유로 관계가 단절됐다.

그라운드X는 "해당 거래소들이 국내 상장을 강행해 더 이상 협업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 사업 협력 관계를 종료할 예정"이라며 "그라운드X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보조를 맞추려 한다. 클레이의 국내 거래소 상장도 제도 정비에 맞춰 관계 당국과 협의해가며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들은 그라운드X 측의 입장은 이해하면서도 파트너십 파기 같은 대응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가상자산의 특성상 일단 발행한 이후에는 거래소 상장 등에 대해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짚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클레이튼의 성장을 응원하지만 이번 대응은 아쉬운 점이 많다"면서 "퍼블릭(공개형) 블록체인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컨트롤하길 원한다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설계했어야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가상자산 업체들끼리 당국 눈치를 보며 갈등을 빚는 사이 관계 당국은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제라도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이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나 피델리티, 노무라 홀딩스 등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전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기업들이 눈치보지 않고 사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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