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상인단체에 지원금 사용 협조 요청…10개 구·군에 단속 권고
"현금으로 달라"…일부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카드 결제 거부
인천에 사는 A(58)씨는 최근 한 전통시장에 있는 채소 가게를 들렀다가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을 위해 신용카드를 건넸더니 가게 주인으로부터 결제액 1만원이 넘어야만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다.

A씨는 다른 가게에서 채소를 샀지만,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전통시장, 지하상가 등에 있는 일부 영세 점포는 현금 거래가 빈번해 신용카드나 선불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하는 재난지원금을 통한 거래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

현금 거래와 카드 거래에 가격 차별을 하는 점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w19**)은 "재난지원금으로 밤을 사려고 했는데 카드 결제를 거부하더라"며 "시장 곳곳에 재난지원금 사용을 환영한다는 문구는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점포도 여럿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우리***)은 "한 시장에서 카드는 1만2천원, 현금은 1만원이라고 해서 물건을 안 사려다가 결국 현금으로 결제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할 경우, 수수료를 카드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할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현금으로 달라"…일부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카드 결제 거부
이와 관련해 상인들은 일부 사례들로 인해 전체가 비난받아선 안 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천 지역 한 시장상인회 회장은 "얼마 되지 않는 수수료 때문에 현금을 강요하는 상인들은 거의 없다"며 "애초 신용카드 가맹점이 아닌 일부 가게에서 벌어지는 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으로 물품을 구매한다는 데 말릴 상인은 없다"며 "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업자는 "카드 결제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속상하다"며 "전체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시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차별거래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10일 밝혔다.

인천시는 관내 소상공인연합회와 상인연합회에 공문을 보내 재난지원금의 원활한 사용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 차별거래 방지 대책으로 관내 10개 구·군별로 단속반을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인천시 연수구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 차별거래 및 부정유통 신고센터를 올해 8월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 불법 현금화를 막고 사용처에서의 결제 거부나 추가 요금 요구 등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에서는 이달 7일 기준 120만8천여 가구가 7천947억여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받았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기한은 8월 31일이다.

기한이 지나도록 소비하지 않은 금액은 국고로 환수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전통시장과 지하상가는 애초 현금 결제가 잦은 곳이라 계도 차원에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차별거래 사례를 줄여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