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속 취임 강행한 후에도 부적절 광고·인사 등으로 논란 일으켜
칠레 옛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종손녀(형제자매의 손녀)인 마카레나 산텔리세스 칠레 여성장관이 무성한 논란만 일으킨 채 결국 임명 한 달 만에 물러났다.

산텔리세스 장관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과 우리나라, 칠레 여성에 대한 충성심으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을 위한다는 것엔 정치적 색깔이 없고 모두에게 속하며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우리가 이해할 때 한 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파 정당 독립민주당(UDI) 소속의 산텔리세스 장관은 지난달 초 임명 당시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1973∼1990년 집권한 피노체트의 종손녀라는 점뿐만 아니라 인권을 유린한 독재 정부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나 강한 반(反)이민 발언, 그리고 여성 관련 경험과 전문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거센 반발 속에서도 그는 "앞으로 하는 일로 평가해달라"고 말하며 업무를 시작했으나 이후에도 논란의 연속이었다.

최근엔 산텔리세스가 이끄는 여성·성평등부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캠페인 영상을 내놓았다가 역풍을 맞고 삭제하기도 했다.

한 남성 노인이 남자친구에게 학대당하는 손녀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자신이 과거에 아내를 때렸던 것을 울면서 후회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상은 가해자를 지나치게 동정하는 듯한 어조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전날엔 여성의 누드 사진을 전면에 싣던 선정적인 타블로이드 신문 편집자 출신의 호르헤 루스를 여성부 내 연구 책임자로 발탁해 논란을 키웠다.

그는 수영복 심사가 포함된 미인대회를 몇 년간 조직하기도 한 인물이었다.

결국 산텔리세스 장관은 잇단 논란을 뛰어넘지 못한 채 35일간의 짧은 임기를 접게 됐다.

장관의 낙마는 그의 임명을 강행한 피녜라 정권에도 타격이 됐다.

피녜라 대통령은 그의 후임으로 역시 UDI 소속인 모니카 살라케트 전 관광장관을 임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