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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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측이 "기소 타당성을 시민 눈높이에서 따져달라"며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11일 택시기사, 회사원 등 시민들이 판단한다. 이들의 손에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수사심의위의 개최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사건을 대검 산하 수사심의위에 부의할지 결정한다. 검찰시민 위원 중 무작위 추첨한 15명의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에서 과반수가 찬성해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이번 부의심의위 위원에는 교사와 택시기사, 자영업자, 회사원, 전직 공무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판단을 받기 위해 넘어야 할 '예선'인 셈이다. 부의심의위가 이 부회장 사건을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법률가, 기자, 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가 이 부회장의 기소 타당성 여부를 따지게 되는 수사심의위는 열리지 않는다.

부의심의위원들은 이 부회장 측 90쪽, 검찰 30쪽 등 120쪽 의견서를 종합해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낸다. 혐의 유무가 아니라 해당 사건이 수사심의위 심의 대상인지 따져 부의 여부만 결정하는 만큼 이 부회장 측은 부의 의결에, 검찰은 부결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부의심의위에 전날 제출한 의견서엔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에 대해 "기소할 사안이라는 판단이 아니다"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부장판사가 "피의자들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한 것을 두고 검찰이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불구속 기소' 정당성은 인정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데 대한 반박 성격이다.

또 이 사건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으로, 2018년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외부 전문가 시각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심의위 심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살필 때 국민의 알 권리, 인권 보호 필요성,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게 돼 있다는 규정도 근거로 들었다.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수사심의위 심의를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어필하는 모양새다.

시세조종과 회계사기 등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 부회장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는 부당하다는 의견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돼 이듬해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2년4개월 만에 재구속 기로에 놓였다/사진=뉴스1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돼 이듬해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2년4개월 만에 재구속 기로에 놓였다/사진=뉴스1
반면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기소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적정성과 공정성이 충분히 확보된 만큼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원 부장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에 대해서도 '혐의 사실에 대해 아무런 소명이 없었다면 판사가 재판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기소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수사심의위가 다뤄야 하는 전체 수사기록이 20만쪽에 달하는 방대한 이 사건을 이해하기 만만치 않다는 점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의심의위원들이 일반 시민인 만큼 의견서만으로 충분히 설득하기 쉽지 않고 구두변론 없이 의견서로만 다툴 수 있는 데 착안해 삼성 측은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 내용과 쟁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끔 그림과 도표 등을 별도 첨부했다는 후문이다.

부의심의위를 거쳐 수사심의위가 열릴 경우 검찰 측에 부담이 실린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결정하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데다, 검찰 스스로 마련한 제도를 통해 나온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도 어려워서다.

법조계에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혐의 판단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수사심의위가 열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사심의위가 개최될 경우 회의는 이달 말경 열릴 것으로 보인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