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족들이 엄지 척…롯데ON 온라인쇼핑 '게임체인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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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롯데ON
롯데 유통계열사 온라인몰 통합
백화점·롭스·홈쇼핑·하이마트 등 한번에 쇼핑
간편결제 '엘페이' 이용자도 47% 증가
롯데 유통계열사 온라인몰 통합
백화점·롭스·홈쇼핑·하이마트 등 한번에 쇼핑
간편결제 '엘페이' 이용자도 47% 증가
롯데는 지난 4월 말 유통 계열사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ON을 열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강화를 위해 그룹 자원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첫날 접속 장애가 났다. 이후 롯데는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도입했다. 3주 만에 소비자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계열사 간 통합 효과도 본격화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ON은 다음달 ‘맞춤형 추천’이 가능한 검색 엔진을 장착하고 e커머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 강자로서 쌓은 4100만 회원, 전국 1만50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통합 효과 본격화
4월 28일 오전 10시. 롯데가 롯데ON을 야심차게 선보인 순간, 서버가 다운됐다. 2시간 반 만에 복구했지만 종일 상품 검색이 잘 되지 않았다. 기대가 컸던 기존 롯데닷컴 고객들이 질타를 쏟아냈다. “e커머스의 기본 바탕인 정보기술(IT)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롯데는 절치부심했다. 고객들의 지적을 전부 받아들였다. 계열사 직원에게 포인트를 주고 롯데ON을 직접 써보게 한 뒤 쓴소리를 모아 반영했다. 5월 한 달간 앱 오류를 개선하고 안정화하는 데 전념했다.
고객들은 다시 롯데ON을 찾기 시작했다. 롯데ON을 선보인 뒤 2주 동안 방문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롯데닷컴 방문자보다 적었다. 주간 방문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3주차인 5월 중순부터다. 가장 최근 수치인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1주일간 방문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통합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ON 출범 전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 롭스 등 계열사마다 온라인몰을 갖고 있었다. 각각의 계열사 몰을 오가며 이용하는 고객은 전체의 2%에 그쳤다. 그러나 이들을 통합한 롯데ON 출범 이후 롯데 유통 계열사 몰을 오가며 쇼핑하는 고객이 23%로 급증했다.
롯데ON을 운영하는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검색을 통해 원하는 상품만 사고 나가는 고객이 많았다면 롯데ON에서는 롯데백화점 상품을 구매한 뒤 롭스 등 다른 몰도 구경하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단순히 계열사 몰을 한 화면에 모아놨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오히려 각 쇼핑몰의 특징을 유지했기 때문에 고객 방문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성 고객의 척도가 되는 유료 멤버십 가입자도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롯데ON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롯데오너스’ 가입자는 23만6000명이다. 4월 21만5000명에서 10% 증가했다. 롯데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엘페이’ 이용 회원 수도 지난달 기준으로 4월 대비 47.3%, 결제 건수는 18% 증가했다. 롯데 계열사에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엘포인트 사용 규모도 46% 늘었다.
○‘나만의 쇼핑몰’ 만든다
롯데ON이 출범할 때부터 강조한 핵심 기능은 ‘개인화 서비스’다. 계열사 통합 멤버십인 롯데멤버스 회원 4100만 명의 구매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무엇을 살지 미리 예측해 맞춤형으로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롯데백화점에서 수영복을 사고 롯데마트에서 선크림을 구매했다면 롯데ON에서는 물놀이용품이나 캐리어를 추천한다. A와 가장 비슷한 구매 패턴을 보이는 다른 고객의 구매 내역도 참고해 물놀이용품 중에서도 어떤 제품을 좋아할지 세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검색창에도 추천 기능을 반영한다. 롯데ON의 검색 엔진은 다음달부터 크게 바뀐다. 고객이 그동안 검색한 상품들을 기반으로 앞으로 무엇을 검색할지 예측하는 기능을 도입한다. 예를 들어 그동안 아동용품을 많이 검색한 사람이 검색창을 누르기만 하면 ‘키즈’ ‘학생복’ ‘신학기’ 등 키워드가 자동으로 뜬다. ‘나이키’를 검색한 뒤 트레이닝복 제품만 본 고객에게는 ‘트레이닝복’ 키워드를 새로 제시한다.
똑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도 개인별 그간 구매 패턴을 반영해 다른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고가 의류를 즐겨 찾은 사람에게는 고가 트레이닝복을, 패션에 큰돈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저가 트레이닝복을 추천한다. 고객이 자판으로 단어를 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확한 추천 결과를 보여준다는 목표다. 롯데ON은 검색 엔진을 외부에 맡기지 않고 자체 개발했다. 앞으로 꾸준히 검색 엔진을 개선할 계획이다.
○원하는 시간·장소로 배송
지금까지 유통업계에서 배송의 핵심 경쟁력은 속도였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 절차를 줄여 고객들이 제품을 빨리 받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롯데ON이 찾아낸 니즈는 ‘적시 배송’이다. 고객은 무작정 빠른 배송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롯데백화점,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 그룹의 다양한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픽’ 서비스다.
롯데ON은 고객이 주문한 뒤 1시간~1시간30분 내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주로 신선식품이 대상으로 롯데마트와 협업했다. 서울 중계점과 경기 광교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두 매장은 천장 레일 등 배송을 위한 장비를 설치해 ‘스마트 스토어’로 만들었다. 물류센터를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점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바로배송은 도입 후 2주 만에 주문 건수가 두 배 이상 뛰었다. 퇴근길이나 저녁 시간에 맞춰 신선식품 등을 당장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다. 롯데ON은 중계점, 광교점과 같은 스마트 스토어를 2021년까지 12개로 늘릴 계획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롯데ON은 다음달 ‘맞춤형 추천’이 가능한 검색 엔진을 장착하고 e커머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 강자로서 쌓은 4100만 회원, 전국 1만50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통합 효과 본격화
4월 28일 오전 10시. 롯데가 롯데ON을 야심차게 선보인 순간, 서버가 다운됐다. 2시간 반 만에 복구했지만 종일 상품 검색이 잘 되지 않았다. 기대가 컸던 기존 롯데닷컴 고객들이 질타를 쏟아냈다. “e커머스의 기본 바탕인 정보기술(IT)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롯데는 절치부심했다. 고객들의 지적을 전부 받아들였다. 계열사 직원에게 포인트를 주고 롯데ON을 직접 써보게 한 뒤 쓴소리를 모아 반영했다. 5월 한 달간 앱 오류를 개선하고 안정화하는 데 전념했다.
고객들은 다시 롯데ON을 찾기 시작했다. 롯데ON을 선보인 뒤 2주 동안 방문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롯데닷컴 방문자보다 적었다. 주간 방문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3주차인 5월 중순부터다. 가장 최근 수치인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1주일간 방문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통합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ON 출범 전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 롭스 등 계열사마다 온라인몰을 갖고 있었다. 각각의 계열사 몰을 오가며 이용하는 고객은 전체의 2%에 그쳤다. 그러나 이들을 통합한 롯데ON 출범 이후 롯데 유통 계열사 몰을 오가며 쇼핑하는 고객이 23%로 급증했다.
롯데ON을 운영하는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검색을 통해 원하는 상품만 사고 나가는 고객이 많았다면 롯데ON에서는 롯데백화점 상품을 구매한 뒤 롭스 등 다른 몰도 구경하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단순히 계열사 몰을 한 화면에 모아놨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오히려 각 쇼핑몰의 특징을 유지했기 때문에 고객 방문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성 고객의 척도가 되는 유료 멤버십 가입자도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롯데ON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롯데오너스’ 가입자는 23만6000명이다. 4월 21만5000명에서 10% 증가했다. 롯데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엘페이’ 이용 회원 수도 지난달 기준으로 4월 대비 47.3%, 결제 건수는 18% 증가했다. 롯데 계열사에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엘포인트 사용 규모도 46% 늘었다.
○‘나만의 쇼핑몰’ 만든다
롯데ON이 출범할 때부터 강조한 핵심 기능은 ‘개인화 서비스’다. 계열사 통합 멤버십인 롯데멤버스 회원 4100만 명의 구매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무엇을 살지 미리 예측해 맞춤형으로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롯데백화점에서 수영복을 사고 롯데마트에서 선크림을 구매했다면 롯데ON에서는 물놀이용품이나 캐리어를 추천한다. A와 가장 비슷한 구매 패턴을 보이는 다른 고객의 구매 내역도 참고해 물놀이용품 중에서도 어떤 제품을 좋아할지 세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검색창에도 추천 기능을 반영한다. 롯데ON의 검색 엔진은 다음달부터 크게 바뀐다. 고객이 그동안 검색한 상품들을 기반으로 앞으로 무엇을 검색할지 예측하는 기능을 도입한다. 예를 들어 그동안 아동용품을 많이 검색한 사람이 검색창을 누르기만 하면 ‘키즈’ ‘학생복’ ‘신학기’ 등 키워드가 자동으로 뜬다. ‘나이키’를 검색한 뒤 트레이닝복 제품만 본 고객에게는 ‘트레이닝복’ 키워드를 새로 제시한다.
똑같은 검색어를 입력해도 개인별 그간 구매 패턴을 반영해 다른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고가 의류를 즐겨 찾은 사람에게는 고가 트레이닝복을, 패션에 큰돈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저가 트레이닝복을 추천한다. 고객이 자판으로 단어를 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확한 추천 결과를 보여준다는 목표다. 롯데ON은 검색 엔진을 외부에 맡기지 않고 자체 개발했다. 앞으로 꾸준히 검색 엔진을 개선할 계획이다.
○원하는 시간·장소로 배송
지금까지 유통업계에서 배송의 핵심 경쟁력은 속도였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 절차를 줄여 고객들이 제품을 빨리 받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롯데ON이 찾아낸 니즈는 ‘적시 배송’이다. 고객은 무작정 빠른 배송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롯데백화점,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 그룹의 다양한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픽’ 서비스다.
롯데ON은 고객이 주문한 뒤 1시간~1시간30분 내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주로 신선식품이 대상으로 롯데마트와 협업했다. 서울 중계점과 경기 광교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두 매장은 천장 레일 등 배송을 위한 장비를 설치해 ‘스마트 스토어’로 만들었다. 물류센터를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점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바로배송은 도입 후 2주 만에 주문 건수가 두 배 이상 뛰었다. 퇴근길이나 저녁 시간에 맞춰 신선식품 등을 당장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다. 롯데ON은 중계점, 광교점과 같은 스마트 스토어를 2021년까지 12개로 늘릴 계획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