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하고 16년만에 떠나는 닛산…고장 수리는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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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자동차관리법 부품공급 규정 보니
▽ 사브 등 앞선 철수社, 전문 정비업체 활용
▽ 기존 차주들은 "이미 사설 업체 이용"
▽ "AS망은 유지" 관측도…현실성은 낮아
▽ 사브 등 앞선 철수社, 전문 정비업체 활용
▽ 기존 차주들은 "이미 사설 업체 이용"
▽ "AS망은 유지" 관측도…현실성은 낮아
닛산이 한국 시장 진출 16년만에 철수를 결정하고, 재고 차량들을 할인 가격에 완판했다. 일각에서는 기존·신규 구매자들이 제대로 정비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자동차 브랜드들은 일정기간 정비 서비스와 부품 공급을 지속해야 한다. 차량 구매자들에 대한 우려가 근거없는 것은 아니지만,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닛산은 한국 시장을 철수하며 차량 품질 보증, 부품 관리 등 애프터서비스(AS)는 2028년까지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높지 않았다. 최근 인터넷설문조사업체 패널나우가 2만5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집계에서는 참여자의 68.5%가 향후 AS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등의 이유로 구매 의향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소비자가 2028년까지 AS를 제공하겠다는 닛산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 셈이다.
다만 닛산이 선량해서 향후 8년간 AS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은 아니다.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약속으로 보기도 어렵다. 법으로 강제되는 기한이 8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 제32조의2,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49조의3에는 자동차를 제작·조립·수입한 주체에게 자동차는 판매한 날부터 3년, 6만km(원동기 및 동력전달장치에 한함) 및 2년, 4만km(그 외의 장치) 이내인 자동차에 대해 무상수리를 제공할 의무를 부여한다. 또한 정비에 필요한 부품도 8년 이상 공급하도록 규정한다. 소비자보호법 시행령 10조3항에도 자동차 AS용 순정부품을 차량 단종 이후 최소 8년간 공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닛산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더라도 8년 이상 순정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 무상수리 기한은 2~3년이지만, 부품 공급망을 유지하는 이상 정비망만 차단할 이유도 마땅치 않다. 자동차 전문 정비업체를 부품 공급처로 지정하면 추가적인 비용 없이 정비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탓이다.
실제 닛산 이전에 국내에 진출했다 철수한 사브(SAAB), 스바루, 미쯔비시 등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다. 2009년 회사 매각과 함께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스웨덴 사브는 한국GM 일부 정비소를 통해 AS망을 운영하고 있다. 2012년 철수한 스바루는 전문 정비업체를 통해 서비스센터를 가동한다. 전범기업으로 2013년 한국을 떠난 미쓰비시 역시 한국GM, 쌍용차 등의 일부 정비소와 전문 정비업체를 서비스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전문 정비업체 등을 활용할 경우 기존과 같은 규모의 AS를 기대하긴 어렵다. 사브, 스바루, 미쯔비시 등의 서비스센터도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전국 10곳 이하 수준에 그친다. 한국닛산은 국내에 닛산 14곳, 인피니티 13곳 등 총 27곳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위탁정비를 하는 곳이 9곳이며, 일부 서비스센터 사업권 매각도 추진 중이다. 서비스센터 감소를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8년이 경과하기 전 공식 AS가 중단될 수도 있다. 상당수 서비스센터는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사가 운영하는데, 무상수리나 부품 공급 의무는 닛산의 국내 법인인 한국닛산에 있다. 딜러사가 서비스센터 운영을 중단하고 한국닛산마저 폐업할 경우 책임을 물을 주체가 마땅치 않다. 4~5년이 경과하면 서비스가 소홀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이러한 문제에 근거를 둔다.
기존에 닛산 차량을 구매했던 소유주들은 이미 커뮤니티를 통해 해외 부품 판매 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한 차주는 "닛산의 공식 서비스가 그렇게 탁월한 편도 아니었기에 무상보증 기간인 3년이 지나면 사설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본은 바로 옆나라이고 미국에서도 인기있는 브랜드이기에 부품 수급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차주 역시 "엔진오일 평생쿠폰을 받았는데 계속 쓰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속이 쓰리다"면서도 "기존 사례를 볼때 큰 고장이 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직구로 소모품을 구매해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판매망은 사라지더라도 수리 등으로 위한 AS망은 남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우선, 앞서 철수한 스바루와 미쓰비시는 국내 누적 판매량이 각각 1675대·1209대에 불과했지만, 닛산은 8만대를 넘기에 수입차 정비업체들이 닛산 서비스센터 사업권에 관심을 둘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만 이 경우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AS 비용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르노삼성이 AS를 맡아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닛산과 르노삼성은 르노-닛산-미쓰비시 그룹 소속 계열사다. 최근까지 르노삼성에서 닛산 차량이 생산되기도 했고, 닛산 알티마는 SM5·QM6 등과 일부 부품을 공유하는 측면도 있다. 전국에 탄탄한 AS망을 갖춘 르노삼성에서 닛산 AS를 맡는 것은 소유주들이 가장 바라는 방향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한국닛산과 르노삼성이 별다른 관계를 갖지 않아왔기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마지막으로는 혼다와 닛산의 합병설이 있다. 일본 정부는 닛산을 혼다에 인수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계는 일본 정부가 르노-닛산-미쓰비시 그룹 붕괴를 위해 카를로스 곤 전 르노 회장을 체포했고, 르노와 갈라서는 닛산·미쓰비시를 혼다와 합치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측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 그룹과 혼다 그룹으로 재편된다. 국내 혼다코리아가 닛산 AS를 맡을 가능성도 생긴다. 다만 현지 업계의 관측이 사실이더라도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기에 구체화된 결과가 나오기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번 할인으로 구매한 차량을 폐차한 이후가 될 수도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자동차 브랜드들은 일정기간 정비 서비스와 부품 공급을 지속해야 한다. 차량 구매자들에 대한 우려가 근거없는 것은 아니지만,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닛산은 한국 시장을 철수하며 차량 품질 보증, 부품 관리 등 애프터서비스(AS)는 2028년까지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높지 않았다. 최근 인터넷설문조사업체 패널나우가 2만5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집계에서는 참여자의 68.5%가 향후 AS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등의 이유로 구매 의향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소비자가 2028년까지 AS를 제공하겠다는 닛산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 셈이다.
다만 닛산이 선량해서 향후 8년간 AS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은 아니다.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약속으로 보기도 어렵다. 법으로 강제되는 기한이 8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 제32조의2,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49조의3에는 자동차를 제작·조립·수입한 주체에게 자동차는 판매한 날부터 3년, 6만km(원동기 및 동력전달장치에 한함) 및 2년, 4만km(그 외의 장치) 이내인 자동차에 대해 무상수리를 제공할 의무를 부여한다. 또한 정비에 필요한 부품도 8년 이상 공급하도록 규정한다. 소비자보호법 시행령 10조3항에도 자동차 AS용 순정부품을 차량 단종 이후 최소 8년간 공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닛산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더라도 8년 이상 순정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 무상수리 기한은 2~3년이지만, 부품 공급망을 유지하는 이상 정비망만 차단할 이유도 마땅치 않다. 자동차 전문 정비업체를 부품 공급처로 지정하면 추가적인 비용 없이 정비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탓이다.
실제 닛산 이전에 국내에 진출했다 철수한 사브(SAAB), 스바루, 미쯔비시 등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다. 2009년 회사 매각과 함께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스웨덴 사브는 한국GM 일부 정비소를 통해 AS망을 운영하고 있다. 2012년 철수한 스바루는 전문 정비업체를 통해 서비스센터를 가동한다. 전범기업으로 2013년 한국을 떠난 미쓰비시 역시 한국GM, 쌍용차 등의 일부 정비소와 전문 정비업체를 서비스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전문 정비업체 등을 활용할 경우 기존과 같은 규모의 AS를 기대하긴 어렵다. 사브, 스바루, 미쯔비시 등의 서비스센터도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전국 10곳 이하 수준에 그친다. 한국닛산은 국내에 닛산 14곳, 인피니티 13곳 등 총 27곳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위탁정비를 하는 곳이 9곳이며, 일부 서비스센터 사업권 매각도 추진 중이다. 서비스센터 감소를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8년이 경과하기 전 공식 AS가 중단될 수도 있다. 상당수 서비스센터는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사가 운영하는데, 무상수리나 부품 공급 의무는 닛산의 국내 법인인 한국닛산에 있다. 딜러사가 서비스센터 운영을 중단하고 한국닛산마저 폐업할 경우 책임을 물을 주체가 마땅치 않다. 4~5년이 경과하면 서비스가 소홀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이러한 문제에 근거를 둔다.
기존에 닛산 차량을 구매했던 소유주들은 이미 커뮤니티를 통해 해외 부품 판매 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한 차주는 "닛산의 공식 서비스가 그렇게 탁월한 편도 아니었기에 무상보증 기간인 3년이 지나면 사설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본은 바로 옆나라이고 미국에서도 인기있는 브랜드이기에 부품 수급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차주 역시 "엔진오일 평생쿠폰을 받았는데 계속 쓰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속이 쓰리다"면서도 "기존 사례를 볼때 큰 고장이 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직구로 소모품을 구매해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판매망은 사라지더라도 수리 등으로 위한 AS망은 남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우선, 앞서 철수한 스바루와 미쓰비시는 국내 누적 판매량이 각각 1675대·1209대에 불과했지만, 닛산은 8만대를 넘기에 수입차 정비업체들이 닛산 서비스센터 사업권에 관심을 둘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만 이 경우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AS 비용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르노삼성이 AS를 맡아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닛산과 르노삼성은 르노-닛산-미쓰비시 그룹 소속 계열사다. 최근까지 르노삼성에서 닛산 차량이 생산되기도 했고, 닛산 알티마는 SM5·QM6 등과 일부 부품을 공유하는 측면도 있다. 전국에 탄탄한 AS망을 갖춘 르노삼성에서 닛산 AS를 맡는 것은 소유주들이 가장 바라는 방향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한국닛산과 르노삼성이 별다른 관계를 갖지 않아왔기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마지막으로는 혼다와 닛산의 합병설이 있다. 일본 정부는 닛산을 혼다에 인수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계는 일본 정부가 르노-닛산-미쓰비시 그룹 붕괴를 위해 카를로스 곤 전 르노 회장을 체포했고, 르노와 갈라서는 닛산·미쓰비시를 혼다와 합치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측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 그룹과 혼다 그룹으로 재편된다. 국내 혼다코리아가 닛산 AS를 맡을 가능성도 생긴다. 다만 현지 업계의 관측이 사실이더라도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기에 구체화된 결과가 나오기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번 할인으로 구매한 차량을 폐차한 이후가 될 수도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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