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제 대표 "뭘 살지 예측해 상품 추천…자체 검색엔진으로 쇼핑 취향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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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
성별·구매이력 등 분석해
누군 유니클로 누군 명품 먼저 보여줘
브랜드마다 다른 옷 사이즈도
사용자에게 꼭 맞게 맞춤 추천
성별·구매이력 등 분석해
누군 유니클로 누군 명품 먼저 보여줘
브랜드마다 다른 옷 사이즈도
사용자에게 꼭 맞게 맞춤 추천
롯데그룹은 작년 말 ‘물갈이 인사’를 했다. 계열사 대표의 약 40%를 바꿨다. 유통업계에선 롯데그룹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부문을 총괄할 새 수장을 가장 관심 있게 봤다. 올해부터 롯데가 그룹 자원을 총동원해 온라인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조영제 롯데지주 경영전략 2팀장(전무·사진)이 발탁됐다. 직전까지 그룹 전체 유통사업 전략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그의 미션은 분명했다. ‘오프라인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지닌 롯데를 온라인에서도 구현하라.’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신임 대표를 맡은 그의 취임 일성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다 잘하는 것”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롯데의 오프라인 매장이 빛을 보고, 오프라인 매장 덕분에 롯데 온라인 쇼핑몰이 더 강력해져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쉬운 과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지난 4월 ‘롯데ON’을 공개했다. 2년여간 롯데가 개발한 새로운 쇼핑 앱이다. 기존 백화점, 마트, 슈퍼 등이 제각각 운영했던 7개의 쇼핑 앱을 하나로 합쳤다. 조 대표를 지난 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만났다. 앞으로의 계획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롯데ON이 처음 나왔을 때 작동이 잘 안 됐습니다.
“사용자가 한꺼번에 몰려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접속 지연 사례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해결했습니다. 상품 검색이 잘 안 됐던 문제도 있었습니다. 휴지를 검색하면 각티슈, 롤티슈 등도 나와야 하는데 상품들이 제대로 안 보였습니다. 휴지와 함께 연관 검색어들이 연계가 잘 안 된 탓입니다. 엔지니어들이 빨리 대응해줘서 지금은 검색이 잘 됩니다. 시스템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점점 더 정교해질 겁니다.”
▷검색엔진을 직접 개발했나요.
“검색엔진을 내재화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검색엔진을 사다 쓰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롯데ON에 딱 맞게 계속 성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오는 7~8월에 검색 엔진을 개선합니다. 청바지를 검색해도 저와 제 아내는 다른 청바지를 보게 됩니다. 기존에 구매했던 목록을 분석해 1 대 1 맞춤형 검색 결과를 내놓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유니클로 청바지를, 또 다른 사람은 해외 명품 청바지를 보게 될 겁니다.”
▷또 새롭게 내놓을 서비스가 있습니까.
“다음달부터 옷 사이즈 추천 기능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브랜드마다 사이즈가 조금씩 다릅니다. 일일이 치수를 재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죠. 그래서 사용자에게 꼭 맞는 사이즈를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예컨대 나이키는 미디엄(M)을 입는 사람이 보스 정장은 스몰(S)을 사야 한다는 식입니다. 연말에는 검색창에도 맞춤형 키워드가 등장할 겁니다. 흐릿한 글씨로 사용자가 뭘 살지 예상해서 제시하는 겁니다.”
▷차별화 포인트가 또 있습니까.
“롯데란 브랜드입니다. 롯데ON을 찾은 소비자는 짝퉁이나 저급 상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롯데가 운영하니까 믿고 사는 겁니다. 저희 운영 방침도 신뢰가 우선입니다. 롯데와 오랜 기간 거래한 협력사 상품들을 되도록 잘 노출해 줍니다. 백화점, 마트 협력사들이 특히 많습니다. 이들은 어느 정도 검증됐기 때문에 믿고 사도 됩니다. 협력사들도 롯데ON을 통해 물건을 많이 팔면 좋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협력사 매출이 오르고, 협력사들 덕분에 롯데ON 매출도 오르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시너지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기지로 활용하는 것도 시너지 같습니다.
“배송이야말로 온·오프라인 시너지가 중요합니다. 현재 롯데마트 중계점과 광교점에서 주문 이후 2시간 이내에 배송을 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롯데ON 출시 이후 바로배송 주문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원래 매장당 100건도 안 되던 것이 지난달 200건을 넘겼고, 지금은 500건 가까이 올라왔습니다. 하루 1000건가량 처리할 수 있으니까 조만간 풀가동할 것으로 봅니다. 바로배송 매장을 계속 늘려갈 예정입니다. 이렇게 하면 물류센터를 짓는 데 수조원씩 쓸 필요가 없습니다. 물류 투자로 인해 대규모 적자를 낼 위험도 없습니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면서 소비자 혜택도 늘려가는 것이 온라인 전략입니다.”
▷오픈마켓도 도입했습니다.
“상품 종류와 상품 수를 늘리는 게 중요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기존 롯데 협력사뿐 아니라 다양한 판매자가 롯데ON에 들어와서 물건을 팔 수 있어야 합니다. 우수 판매자를 많이 유치해야 하는 것은 e커머스 누구에게나 주어진 과제입니다. 저희는 믿을 수 있는 판매자를 우대해줍니다. 그래서 ‘온픽’이란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판매자에게 점수를 주고, 이 점수가 높으면 화면 상단으로 끌어올려 줍니다. 상품에 대한 설명이 잘 돼 있고, 약속한 시간에 배송해주고, 고객 응대를 잘하면 점수가 올라갑니다. 아직은 1400만 개 상품 중 1%가 안 되는 10만 개밖에 적용이 안 돼 있습니다. 온픽을 빠르게 확대해 신뢰가 높은 판매자를 많이 확보하겠습니다.”
▷가격 전략도 설명해 주십시오.
“롯데ON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이란 것을 합니다. 구매량을 예상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프로야구 티켓은 비가 오는 날 잘 안 팔립니다. 이런 날에는 1만원짜리 티켓을 6000원에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싸게라도 파는 게 이득이죠. 반대로 날씨가 좋거나 라이벌전이면 1만1000원으로 올립니다. 다른 온라인몰 가격까지 감안합니다. 롯데ON은 최저가가 아니라, 최적가를 지향합니다.”
▷롯데ON 이외의 롯데 계열사 쇼핑앱이 아직도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엘롯데, 롯데마트의 롯데마트몰 등이 따로 있습니다. 이 앱들은 원래 롯데ON 출범 이후 없애려 했는데, 일단 그대로 뒀습니다. 각각의 앱을 사용하는 고정 이용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ON이 잘 안착하면 자연스럽게 통합도 이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외부 업체와 협업 계획이 있습니까.
“롯데ON을 본궤도에 올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래야 다른 업체들도 협업하고 싶을 겁니다. e커머스도 각각 장점이 다르기 때문에 힘을 합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롯데ON이 어떤 e커머스가 되길 바랍니까.
“롯데ON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합니다. 소비자가 쇼핑할 때 롯데ON을 먼저 켤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내부적으론 온라인 사업을 하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그래야 직원들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 사업은 적자가 난다는 통념을 깨고 싶습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신임 대표를 맡은 그의 취임 일성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다 잘하는 것”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롯데의 오프라인 매장이 빛을 보고, 오프라인 매장 덕분에 롯데 온라인 쇼핑몰이 더 강력해져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쉬운 과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지난 4월 ‘롯데ON’을 공개했다. 2년여간 롯데가 개발한 새로운 쇼핑 앱이다. 기존 백화점, 마트, 슈퍼 등이 제각각 운영했던 7개의 쇼핑 앱을 하나로 합쳤다. 조 대표를 지난 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만났다. 앞으로의 계획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롯데ON이 처음 나왔을 때 작동이 잘 안 됐습니다.
“사용자가 한꺼번에 몰려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접속 지연 사례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해결했습니다. 상품 검색이 잘 안 됐던 문제도 있었습니다. 휴지를 검색하면 각티슈, 롤티슈 등도 나와야 하는데 상품들이 제대로 안 보였습니다. 휴지와 함께 연관 검색어들이 연계가 잘 안 된 탓입니다. 엔지니어들이 빨리 대응해줘서 지금은 검색이 잘 됩니다. 시스템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점점 더 정교해질 겁니다.”
▷검색엔진을 직접 개발했나요.
“검색엔진을 내재화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검색엔진을 사다 쓰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롯데ON에 딱 맞게 계속 성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오는 7~8월에 검색 엔진을 개선합니다. 청바지를 검색해도 저와 제 아내는 다른 청바지를 보게 됩니다. 기존에 구매했던 목록을 분석해 1 대 1 맞춤형 검색 결과를 내놓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유니클로 청바지를, 또 다른 사람은 해외 명품 청바지를 보게 될 겁니다.”
▷또 새롭게 내놓을 서비스가 있습니까.
“다음달부터 옷 사이즈 추천 기능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브랜드마다 사이즈가 조금씩 다릅니다. 일일이 치수를 재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죠. 그래서 사용자에게 꼭 맞는 사이즈를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예컨대 나이키는 미디엄(M)을 입는 사람이 보스 정장은 스몰(S)을 사야 한다는 식입니다. 연말에는 검색창에도 맞춤형 키워드가 등장할 겁니다. 흐릿한 글씨로 사용자가 뭘 살지 예상해서 제시하는 겁니다.”
▷차별화 포인트가 또 있습니까.
“롯데란 브랜드입니다. 롯데ON을 찾은 소비자는 짝퉁이나 저급 상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롯데가 운영하니까 믿고 사는 겁니다. 저희 운영 방침도 신뢰가 우선입니다. 롯데와 오랜 기간 거래한 협력사 상품들을 되도록 잘 노출해 줍니다. 백화점, 마트 협력사들이 특히 많습니다. 이들은 어느 정도 검증됐기 때문에 믿고 사도 됩니다. 협력사들도 롯데ON을 통해 물건을 많이 팔면 좋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협력사 매출이 오르고, 협력사들 덕분에 롯데ON 매출도 오르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시너지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기지로 활용하는 것도 시너지 같습니다.
“배송이야말로 온·오프라인 시너지가 중요합니다. 현재 롯데마트 중계점과 광교점에서 주문 이후 2시간 이내에 배송을 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롯데ON 출시 이후 바로배송 주문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원래 매장당 100건도 안 되던 것이 지난달 200건을 넘겼고, 지금은 500건 가까이 올라왔습니다. 하루 1000건가량 처리할 수 있으니까 조만간 풀가동할 것으로 봅니다. 바로배송 매장을 계속 늘려갈 예정입니다. 이렇게 하면 물류센터를 짓는 데 수조원씩 쓸 필요가 없습니다. 물류 투자로 인해 대규모 적자를 낼 위험도 없습니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면서 소비자 혜택도 늘려가는 것이 온라인 전략입니다.”
▷오픈마켓도 도입했습니다.
“상품 종류와 상품 수를 늘리는 게 중요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기존 롯데 협력사뿐 아니라 다양한 판매자가 롯데ON에 들어와서 물건을 팔 수 있어야 합니다. 우수 판매자를 많이 유치해야 하는 것은 e커머스 누구에게나 주어진 과제입니다. 저희는 믿을 수 있는 판매자를 우대해줍니다. 그래서 ‘온픽’이란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판매자에게 점수를 주고, 이 점수가 높으면 화면 상단으로 끌어올려 줍니다. 상품에 대한 설명이 잘 돼 있고, 약속한 시간에 배송해주고, 고객 응대를 잘하면 점수가 올라갑니다. 아직은 1400만 개 상품 중 1%가 안 되는 10만 개밖에 적용이 안 돼 있습니다. 온픽을 빠르게 확대해 신뢰가 높은 판매자를 많이 확보하겠습니다.”
▷가격 전략도 설명해 주십시오.
“롯데ON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이란 것을 합니다. 구매량을 예상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프로야구 티켓은 비가 오는 날 잘 안 팔립니다. 이런 날에는 1만원짜리 티켓을 6000원에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싸게라도 파는 게 이득이죠. 반대로 날씨가 좋거나 라이벌전이면 1만1000원으로 올립니다. 다른 온라인몰 가격까지 감안합니다. 롯데ON은 최저가가 아니라, 최적가를 지향합니다.”
▷롯데ON 이외의 롯데 계열사 쇼핑앱이 아직도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엘롯데, 롯데마트의 롯데마트몰 등이 따로 있습니다. 이 앱들은 원래 롯데ON 출범 이후 없애려 했는데, 일단 그대로 뒀습니다. 각각의 앱을 사용하는 고정 이용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ON이 잘 안착하면 자연스럽게 통합도 이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외부 업체와 협업 계획이 있습니까.
“롯데ON을 본궤도에 올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래야 다른 업체들도 협업하고 싶을 겁니다. e커머스도 각각 장점이 다르기 때문에 힘을 합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롯데ON이 어떤 e커머스가 되길 바랍니까.
“롯데ON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합니다. 소비자가 쇼핑할 때 롯데ON을 먼저 켤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내부적으론 온라인 사업을 하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그래야 직원들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 사업은 적자가 난다는 통념을 깨고 싶습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