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 재생·시청해야 증거로 사용 가능…"최소한 인원 고민 중"
'박사방' 사건 주범 조주빈(24)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증거 조사 방식을 찾기 위한 고민을 내비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11일 열린 조씨 등 일당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씨는 작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한 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의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확인된 피해자 25명 가운데 8명은 아동·청소년이다.

워낙 피해자가 많다 보니,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 변호사만 10명이 출석해 자리를 채웠다.

재판장이 호명했으나 불출석한 이들까지 더하면 피해자 변호사는 총 16명에 이른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자 변호사 측이 낸 증거조사 방식 의견과 관련한 고민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재판부가 특히 고민하는 것은 영상 증거의 조사 방식이다.

불법 촬영물 등 영상 증거를 혐의 판단의 증거로 사용하려면 재생해서 청취·시청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변호인은 이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며 법정이 아닌 판사실 등에서 조사하는 방식을 거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사할 때 구속 피고인에 교도관, 검사 등도 있어야 하는데 저희 방에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고민을 잘 짚어는 주셨으나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결국 법정에서 조사하는 방법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며 "당사자 외에는 비공개로 하는 것이 맞지만, 피고인도 퇴정한 상태에서 하는 것은 법리를 검토해보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가능하면 최소한의 인원으로 이 법정에서 조사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나, 피해자 변호인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해 드리기 어려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증인 신문 방식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화상 증언 방식도 생각해 봤는데, 결국 이 방식도 피해자가 화상증언실에서 증언을 하다 보면 얼굴이 다 보이기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런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고…"라는 짧은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첫 공판의 절차 중 검찰이 공소요지를 진술하는 과정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대해 조주빈의 변호인은 강제추행·강요·아동청소년보호법상 강간 등 일부 혐의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16)군의 변호인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되, 불법 영상물을 배포한 것이 조주빈이 먼저 배포한 이후이고 영리 목적도 크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공범 강모(24)씨 측도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분담한 역할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자 1명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증인이 불출석함에 따라 다음으로 미뤘다.

재판부는 25일 두 번째 공판을 열고 다른 피해자 2명의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조주빈 등 피고인들도 퇴정한 상태에서 이뤄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