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초·재선 22명서 출발
지난 국회서 원내대표 3명 배출
21대엔 현역 51명으로 급성장
더불어민주당 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연구 모임인 더좋은미래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 여당 내 최대 계파로 부상하면서 ‘슈퍼 여당’의 ‘초슈퍼 모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연구 모임으로 시작
더좋은미래는 2014년 민주당 초·재선 의원 22명이 중심이 돼 구성된 연구 모임이다. 18대 대선 패배 이후 의원들의 정책적 역량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운동권 출신인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그룹’과 ‘GT(고 김근태 상임고문)계’ 일부 의원이 주축이 됐다. 연구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는 홍정민·한준호 등 새로 입성한 초선의원 26명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현역의원만 51명에 달하는 최대 의원 모임으로 성장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177명) 가운데 3명 중 1명은 더좋은미래 소속이다.
더좋은미래는 커진 몸집만큼 당내 권력과 주요 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경선에서 가장 공을 들인 모임이 더좋은미래다. 경선 기간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과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표를 다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의원 네 명 중 홍영표 의원을 제외한 우원식·우상호·이인영 의원 모두 더좋은미래 소속이다.
전당대회에도 입김
오는 8월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낙연 대 반(反)이낙연’ 구도가 조성된 것도 더좋은미래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다. 더좋은미래는 지난 3일 열린 정례회동에서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으로 흐르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 소식이 언론에 전해지면서 민주당 내부는 술렁였다. 더좋은미래 소속이자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우원식 의원은 김부겸 전 의원을 만나 사실상 대권 포기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낙연 의원 측은 더좋은미래에 서운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좋은미래 간사를 맡고 있는 진선미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데 전당대회가 과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도 “모임 내 (대권주자의 당권 도전과 관련한) 논의가 자칫 의도와 달리 왜곡될 수 있어 결론을 내지 않고 논의도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더좋은미래의 이런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더좋은미래 소속이 아닌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연구 모임이라면서 당권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더좋은미래는 당내 최대 정치 세력으로 부각되는 걸 막기 위해 기존 회원인 정무기획비서관 출신 진성준 의원 외 청와대 출신 인사는 가급적 가입시키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성향 강해”
더좋은미래는 최근 정치권의 최대 화두인 기본소득에는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는 “기본소득은 증세만으로는 재정 실현 가능성이 낮고 기존 복지제도와 통폐합돼 실질적인 복지 혜택을 오히려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를 두고 당내 최대 계파인 더좋은미래가 기본소득 도입에 선을 그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의원 시절 피감기관 지원 외유성 출장 의혹 등으로 임명 17일 만에 물러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더미래연구소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평이다. 재선의 기동민 의원은 지난 국회에서 “시중에는 원격의료를 설계한 것이 삼성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며 원격의료에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제윤경 전 의원은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결사 반대했다.
조미현/이동훈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