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가 없는 협상 안해"…美 "대화 문 열려 있다"
미국과 북한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미·북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대조적인 반응을 내놨다. 북한은 “대가 없는 (비핵화) 협상은 안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반면 미국은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선권 북한 외무상(사진)은 12일 6·12 미·북 정상회담 2주년 담화에서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의 친분 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서 실제 조·미(북·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6·12 미·북 정상회담으로 본궤도에 올랐던 미·북 비핵화 협상은 작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교착 국면에 빠졌다. 같은 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에서도 양측 간 이견만 확인하는 데 그치면서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아왔다.

이선권은 “지금까지 미국 행정부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정치적 치적 쌓기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이선권이 언급한 ‘대가’를 대북제재 완화로 보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원론적 차원의 입장만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날 “미국은 북한 사람들이 보다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에 관여하는 데 대해 전념하고 있다”며 “그런 제안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법을 취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에서 미·북 비핵화 협상의 재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미국과 북한이 각각 ‘비핵화 이행’과 ‘대북제재 완화’를 협상 타결의 선행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의견차가 크고, 올해 11월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 변수인 북한 이슈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