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학기 대학 졸업을 앞둔 A씨는 최근 지방 건축사무소의 채용공고를 찾고 있다. 건축학을 전공한 A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도권에서 연봉 3000만원 이상을 받는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지만, 눈높이를 낮춰 2000만원대 후반까지 희망연봉을 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건축·건설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채용도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A씨는 “입사지원서 희망연봉란에 숫자를 쓸 때마다 수십 번 고민하게 된다”며 “정말 급한 친구들은 비정규직이라도 일단 취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자들이 희망연봉을 대폭 낮추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취업준비생 1917명을 대상으로 ‘취업 희망연봉’을 조사한 결과, 신입직은 평균 2970만원으로 나왔다. 6개월 전 같은 조사 때 희망연봉 평균 3050만원보다 2.6% 줄어들었다.

신입 구직자들의 ‘눈높이 낮춤’은 고교·전문대·4년제 대학생 모두에게서 나타났다. 조사 결과 4년대를 졸업한 신입직 구직자의 희망연봉은 평균 3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6개월 전(3200만원)에 비해 3.1% 낮은 수준이다. 전문대졸 신입직 구직자의 희망연봉은 평균 2770만원으로 6개월 전(2920만원)에 비해 5.1% 낮아졌고, 고졸 신입직 구직자의 희망연봉도 평균 2740만원으로 6개월 전(2990만원)보다 8.4%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절벽’에 내몰린 청년들은 비정규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1일 취업준비생 1182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7.7%가 “비정규직 취업 의향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이 업체의 조사에 비해 5.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비정규직 취업 시 희망연봉은 평균 2669만원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한파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명문대 학생들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이모씨(27)는 “최근 중견기업에서 구직 제의가 왔는데 연봉이 3100만원에 불과해 다소 낙담했다”며 “대기업 공채가 열리지 않으니 이것마저도 감사할 지경”이라고 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박모씨(28)도 “1학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모두 떨어져서 2학기에는 눈을 낮춰 최대한 많이 지원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