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개최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개최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미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러시아의 날'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다. 전통 우방 중 하나인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오늘 러시아 인민은 당신(푸틴)의 정력적인 영도 밑에 부닥치는 온갖 도전과 시련을 용감히 이겨내면서 강력하고 번영하는 러시아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우리(북한) 인민은 이를 진심으로 기쁘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진 조로(북러) 친선의 고귀한 전통을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가일층 강화·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두 나라 인민의 지향과 염원에 전적으로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을 언급하면서 "당신과의 뜻깊은 첫 상봉을 기쁜 마음으로 추억하고 있다"며 "우리들 사이에 이룩된 공동 인식과 합의들이 반드시 이행돼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로 친선관계의 발전을 힘있게 추동하게 되리라고 굳게 확신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9일에도 푸틴 대통령에게 집권 이후 처음으로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일 축하 전문을 보냈다.



러시아에 대한 친화적 움직임과 반대로 미국에 대해서는 연일 비판에 나서고 있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이날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 담화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에서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서 실제 조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북미정상회담 장소)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리 외무상은 "두 해 전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고 조선반도의 평화번영에 대한 한 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 버렸다"고 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의 행동을 비교하기도 했다. 북한은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의 완전 폐기, 미군 유골 송환, 억류된 미국인 특사 송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등을 했지만, 미국은 한반도 주변에 핵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등을 배치하는 등의 행위를 지속했다는 것이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말로는 관계개선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정세격화에만 광분해왔다"며 "미국에 의해 조선반도는 항구적이고 공조한 평화보장과는 정반대로 핵전쟁 유령이 항시적으로 배회하는 세계 최대 열점지역으로 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