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 관계까지 '불똥 튄' 미국 대이란 제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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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국과 협상 대신 한국 압박해 움직이려 하는 것"
![한국-이란 관계까지 '불똥 튄' 미국 대이란 제재(종합)](https://img.hankyung.com/photo/202006/AKR20200613004251079_02_i.jpg)
이란이 미국의 제재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공세를 높이면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한국이 이란에 대해 필수품, 의약품 등 인도주의 물품을 사는 데 이란중앙은행의 자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이 제한을 가능한 한 빨리 해제하기를 기대한다"라며 중앙은행 총재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법적 방법을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소장은 한국 내 은행에 묶인 이란 자금 규모를 65억 달러(약 7조8천억원)∼90억 달러(약 10조8천억원)라고 말했다.
한국에 동결된 석유 수출대금을 해제해야 한다는 요구는 새로운 게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에 큰 피해를 본 이란이 이 돈을 인도적 목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도 10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 내 은행들이 상식적인 국제 금융합의를 무시한다며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의 해제를 촉구했다.
![한국-이란 관계까지 '불똥 튄' 미국 대이란 제재(종합)](https://img.hankyung.com/photo/202006/AKR20200613004251079_03_i.jpg)
이란 정부와 언론이 올해 들어 이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비판하거나 주재원을 추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도 이 자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1월 핵합의 이행 뒤 한국과 이란은 에너지, 자동차, 기계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교역을 재개하면서 순항했지만 미국의 제재가 복원된 여파로 양국 관계까지 껄끄러워진 셈이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원화결제계좌로 교역할 수 있었다.
이란에서 원유, 초경질유(가스콘덴세이트)를 수입한 한국 정유·석유화학 회사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원화계좌에 대금을 입금하면 이란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이 수출대금을 이 계좌에서 찾아가는 상계 방식으로 운용됐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서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제재 수준을 올리면서 한국의 두 은행은 이 계좌의 운용을 중단했다.
이후 지난달 31일 한국 업체가 희귀병인 고셰병 치료제 50만 달러어치를 이란에 수출하면서 이 자금을 처음 사용했다.
이 계좌 운용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에 "인도적 목적으로 이란이 석유수출대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란의 원론적 주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그러나 사실상 전세계와 거래가 중단될 수 있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 정부도 한국의 입장을 잘 알지만 인도적 교역까지 가로막는 미국 제재의 부당성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재료로 한국을 사용하는 것 같다"라며 "제재, 유가 하락 등으로 이란의 외화 보유고가 어려워진 것도 공세를 높이는 배경이다"라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의 한 정치평론가는 연합뉴스에 "한국에 동결된 석유수출대금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해법은 이란과 미국의 직접 대화"라며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란으로선 중간에 있는 한국을 움직여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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