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파 ‘보복 폭력시위’에…전쟁터로 변한 런던 [현장에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종차별 항의시위대의 동상 훼손 잇따르자
극우파 수천명 런던 의회광장 집결
“영국 역사와 기념물을 보호하자” 주장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 벌어져
화염병과 연막탄 자욱한 런던 심장부
존슨 총리, “경찰 폭행 용납할 수 없다”
극우파 수천명 런던 의회광장 집결
“영국 역사와 기념물을 보호하자” 주장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 벌어져
화염병과 연막탄 자욱한 런던 심장부
존슨 총리, “경찰 폭행 용납할 수 없다”
13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궁 앞 의회광장. 윈스턴 처칠 등 영국 역대 총리들과 에이브러햄 링컨, 넬슨 만델라, 마하트마 간디 등 전 세계 위인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인근에 화이트홀(정부청사)과 웨스트민스터사원, 버킹엄궁 등이 자리잡고 있는 런던의 심장부다.
의회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의회광장에선 이날 수천명의 극우파 백인시위대가 주도한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해 런던에서 주말마다 열리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집회에 맞서기 위해 열린 극우파들의 시위였다.
술에 취한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술병과 화염병 및 깃발 등을 잇달아 투척했다. 경찰들은 연막탄을 던지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곳곳에선 시위대의 경찰의 격렬한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화염병 불꽃과 연막탄 연기가 자욱한 런던 심장부의 이날 광경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극우파 시위대는 의회광장에 세워진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날 오전부터 의회광장에 집결했다. 이들은 시위 내내 ‘잉글랜드’와 ‘토미 로빈슨’을 연신 외쳐댔다. 토미 로빈슨은 소수인종에 대한 공공연한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영국의 유명한 극우 정치인이다.
이들이 오후 2시께 의회광장 북쪽에 있는 트라팔가광장까지 행진하려고 하자 경찰들이 급히 막아섰다. 비슷한 시간 트라팔가광장에선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열리고 있어 양측간 유혈충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막아서자 극우파 시위대는 욕설과 함께 손에 든 술병과 화염병을 기마경찰들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시위대의 위세에 눌린 경찰들은 서둘러 퇴각했다. 시위대는 진압복을 입은 경찰이 투입된 후에도 계속 대치했다. 시위대는 진압경찰들에게도 술병과 화염병 등을 던지며 거세게 저항했다. 곳곳에서 격한 몸싸움도 빚어졌다. 백인 남성들이 진압경찰 한 명을 끌어내 에워싼 채 집단폭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백인 시위대는 이 광경을 취재하던 취재진도 위협했다. 특히 기자를 비롯한 일부 동양인들에겐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동양인들을 향해 ‘코로나’라고 하거나, ‘너희 나라로 꺼져라’ 등의 욕설을 퍼붓는 것은 예사였다. 기자도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급히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이날 시위의 발단은 영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시위대의 동상 훼손에서 시작됐다. 앞서 인종차별 항의시위대는 지난 주말 잉글랜드 브리스틀에서 열린 시위에서 17세기 노예무역상인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려 훼손한 후 강에 던졌다. 런던 화이트홀 인근에 있는 제 1차 세계대전 승전기념비도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의해 훼손됐다.
지난 7일엔 런던 의회광장에 세워진 처칠 전 총리의 동상엔 ‘처칠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라는 낙서가 새겨졌다. 처칠 전 총리가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 대해 탄압정책을 펼쳤다는 이유에서였다. 런던 경찰은 낙서를 지운 후 동상이 더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간이 보호막을 씌워놨다. 처칠 전 총리의 열렬한 추종자인 보리스 존슨 총리는 “처칠 전 총리는 영웅이었고, 기념해야 마땅한 인물”이라며 “이번 시위가 폭력에 목마른 극단주의자들에게 장악된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극우파 시위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념물을 보호하라’(protect the monuments)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공영 BBC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수천명의 극우파들이 이날 의회광장에 집결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외국인들로부터 영국 역사를 지키고, 기념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이 훼손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의회광장에 함께 세워진 넬슨 만델라와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을 파괴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급히 만델라와 간디 동상에도 보호막을 씌운 채 경비에 나섰다.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한 인종차별 항의시위는 이날 런던 북쪽 하이드파크에서 열렸다. 당초 이 시위는 트라팔가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극우 시위대와의 충돌을 우려해 하이드파크로 장소가 변경됐다. 트라팔가광장과 의회광장은 걸어서 5분 거리다.
다만 이날 일부 흑인들은 트라팔가광장에 모여 시위를 강행했다. 이 시위에서도 경찰들과의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의회광장에 모여있던 일부 극우파 시위대와 일부 흑인들이 충돌하면서 곳곳에서 몸싸움이 빚어졌다.
존슨 총리는 이날 런던에서 발생한 폭력시위를 거세게 비난했다. 그는 “경찰을 공격하는 자에겐 누구라도 법의 전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인종차별적인 폭력행위는 우리 거리에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도 “시위대의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과정에서 1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찰에게 시위가 열릴 동안 위험한 무기를 소지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수색할 수 있는 예외권한을 부여했다. 앞서 지난 주말 열린 인종차별 항위시위에서도 경찰들이 흑인 시위대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의회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의회광장에선 이날 수천명의 극우파 백인시위대가 주도한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해 런던에서 주말마다 열리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집회에 맞서기 위해 열린 극우파들의 시위였다.
술에 취한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술병과 화염병 및 깃발 등을 잇달아 투척했다. 경찰들은 연막탄을 던지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곳곳에선 시위대의 경찰의 격렬한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화염병 불꽃과 연막탄 연기가 자욱한 런던 심장부의 이날 광경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극우파 시위대는 의회광장에 세워진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날 오전부터 의회광장에 집결했다. 이들은 시위 내내 ‘잉글랜드’와 ‘토미 로빈슨’을 연신 외쳐댔다. 토미 로빈슨은 소수인종에 대한 공공연한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영국의 유명한 극우 정치인이다.
이들이 오후 2시께 의회광장 북쪽에 있는 트라팔가광장까지 행진하려고 하자 경찰들이 급히 막아섰다. 비슷한 시간 트라팔가광장에선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열리고 있어 양측간 유혈충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막아서자 극우파 시위대는 욕설과 함께 손에 든 술병과 화염병을 기마경찰들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시위대의 위세에 눌린 경찰들은 서둘러 퇴각했다. 시위대는 진압복을 입은 경찰이 투입된 후에도 계속 대치했다. 시위대는 진압경찰들에게도 술병과 화염병 등을 던지며 거세게 저항했다. 곳곳에서 격한 몸싸움도 빚어졌다. 백인 남성들이 진압경찰 한 명을 끌어내 에워싼 채 집단폭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백인 시위대는 이 광경을 취재하던 취재진도 위협했다. 특히 기자를 비롯한 일부 동양인들에겐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동양인들을 향해 ‘코로나’라고 하거나, ‘너희 나라로 꺼져라’ 등의 욕설을 퍼붓는 것은 예사였다. 기자도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급히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이날 시위의 발단은 영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시위대의 동상 훼손에서 시작됐다. 앞서 인종차별 항의시위대는 지난 주말 잉글랜드 브리스틀에서 열린 시위에서 17세기 노예무역상인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려 훼손한 후 강에 던졌다. 런던 화이트홀 인근에 있는 제 1차 세계대전 승전기념비도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의해 훼손됐다.
지난 7일엔 런던 의회광장에 세워진 처칠 전 총리의 동상엔 ‘처칠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라는 낙서가 새겨졌다. 처칠 전 총리가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 대해 탄압정책을 펼쳤다는 이유에서였다. 런던 경찰은 낙서를 지운 후 동상이 더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간이 보호막을 씌워놨다. 처칠 전 총리의 열렬한 추종자인 보리스 존슨 총리는 “처칠 전 총리는 영웅이었고, 기념해야 마땅한 인물”이라며 “이번 시위가 폭력에 목마른 극단주의자들에게 장악된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극우파 시위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념물을 보호하라’(protect the monuments)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공영 BBC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수천명의 극우파들이 이날 의회광장에 집결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외국인들로부터 영국 역사를 지키고, 기념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이 훼손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의회광장에 함께 세워진 넬슨 만델라와 마하트마 간디의 동상을 파괴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급히 만델라와 간디 동상에도 보호막을 씌운 채 경비에 나섰다.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한 인종차별 항의시위는 이날 런던 북쪽 하이드파크에서 열렸다. 당초 이 시위는 트라팔가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극우 시위대와의 충돌을 우려해 하이드파크로 장소가 변경됐다. 트라팔가광장과 의회광장은 걸어서 5분 거리다.
다만 이날 일부 흑인들은 트라팔가광장에 모여 시위를 강행했다. 이 시위에서도 경찰들과의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의회광장에 모여있던 일부 극우파 시위대와 일부 흑인들이 충돌하면서 곳곳에서 몸싸움이 빚어졌다.
존슨 총리는 이날 런던에서 발생한 폭력시위를 거세게 비난했다. 그는 “경찰을 공격하는 자에겐 누구라도 법의 전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인종차별적인 폭력행위는 우리 거리에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도 “시위대의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과정에서 1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찰에게 시위가 열릴 동안 위험한 무기를 소지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수색할 수 있는 예외권한을 부여했다. 앞서 지난 주말 열린 인종차별 항위시위에서도 경찰들이 흑인 시위대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