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혹독한 날씨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다섯 번째 대회인 ‘제14회 S-OIL 챔피언십’을 집어 삼겼다. 연이틀 이어진 악천후로 인해 올들어 처음으로 대회가 공식 취소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14일 짙은 안개로 인해 제주시 애월읍 엘리시안C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OIL 챔피언십 최종라운드가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는 1라운드 대회로 종료됐다. 규정에 따라 18홀(1라운드) 경기만으로 대회가 종료되면 공식 대회로 인정되지 않는다. 대회 성적과 상금은 랭킹에 반영되지 않는다.

애초 이 대회는 3라운드 54홀 경기로 예정됐다. 둘째 날부터 폭우를 동반한 낙뢰로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려웠다. 오전 7시 시작할 예정이던 경기는 낮 12시가 돼서야 시작됐다. 120명이 차례로 경기에 나섰으나 일몰로 59명이 2라운드를 마치지 못했다.

대회에 걸려있던 총상금 7억원은 별로 기준에 따라 분배된다. 상금 가운데 75%는 1~60위에게 차등으로 분배하고, 잔여 금액은 나머지 선수들에게 나누어 준다. 1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쳐 1위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이 가장 많은 9450만원의 상금을 수령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식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최혜진이 우승자에 오르지는 못한다. 1위에 올랐지만 챔피언 방어에는 실패하는 당황스런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최혜진은 "1라운드 컨디션이 좋아서 기대를 했는데 날씨 때문에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지 못해 아쉽다"며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대회 취소로 인해 선수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어제 열린 2라운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1라운드에서 호성적을 기록한 전우리(23), 이소미(21), 정연주(28) 이제영(19) 등이 7언더파를 쳐 공동 2위에 올랐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버디 10개, 더블보기 1개를 치며 중간합계 12언더파 단독 1위에 올랐던 김지영은 쓴맛을 다시게 됐다. 2라운드 전체가 취소되면서 최종 성적은 공동 19위. 김지영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좋은 스코어를 냈던 감을 유지해 남은 대회를 잘 치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 있는 한국여자오픈에서 많은 버디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