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에서 조업 중 발생한 사망사고 여파로 멈춰선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와 GV80 생산라인이 이르면 16일 오후에나 재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등은 사고가 발생한 덕양산업으로부터 재발방지 대책을 보고 받은 뒤 생산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한 덕양산업 울산공장엔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생산시설 전문가들이 모여 사고 원인 조사를 진행했다.

고용부 울산지청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관련해 "기계 오작동인지 근로자 오조작인지, 당시 안전장치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 다양한 조사가 필요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울산지청은 15일 오전 중 덕양산업측에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서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대책서를 검토한 뒤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생산라인 가동 판단시점을 결정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16일 오후께나 고용부의 허가를 받아 덕양산업의 생산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2직(오후 3시30분부터 조업)부터 휴업에 들어간 울산2공장 21라인(GV80·투싼)과 22라인(팰리세이드·싼타페), 울산 4공장 41라인(펠리세이드·그랜드스타렉스) 등 총 3개 생산라인은 15일에도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주문이 밀린 울산 2공장(21라인, 41라인)과 제네시스 G80 등 대형 승용차를 만드는 5공장의 지난 13일 주말 특근도 모두 취소했다.

운전석 모듈(크래시패드)을 현대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인 덕양산업 공장에선 지난 11일 오후 8시 30분쯤 근로자 1명이 발포라인 금형장치에서 일하다 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현장 보전을 위해 덕양산업 공장 내 발포 4개 라인의 생산이 멈춰섰다.

가동이 중단된 라인에서 만드는 운전석 모듈은 펠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V80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들어간다. 운전석 모듈은 부피가 큰 탓에 완성차 공장 내에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도 재고 관리를 위해 운전석 모듈을 매일 덕양산업으로부터 공급받아 왔다.

운전석 모듈(크래시패드)과 도어트림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는 덕양산업은 현대차의 대표적인 1차 협력사다. 운전석 모듈 등은 개발 단계부터 완성차와 협력하는 만큼 협력사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덕양산업은 작년 매출이 1조3594억원에 달한다. 중국 등 해외 현대차 공장 인근에도 생산시설을 짓고 내장재를 공급하고 있다.

아반떼와 베뉴, 아이오닉 등을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3공장 운전석 모듈(크래시패드) 재고도 15일이면 바닥을 드러낸다. 16일 오전 1직부턴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덕양산업 재가동 이후 울산공장 생산라인까지 운전석 모듈(크래시패드)이 도착하려면 3시간 30분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