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발표 전 거래·문의 활발…서울도 호재 겹치며 '들썩'
정부 추가대책 카드에 전문가 "뒷북 대책 우려…선제적 조치 필요"

정부가 최근 집값 불안 조짐을 보이는 수도권 비규제지역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주말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출 길이 막히고 세제 관련 규제가 강화되기 전 서둘러 집을 팔고 사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서울 지역도 개발 호재가 있는 강남권, 용산, 목동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강해지는 분위기이고, 6억∼9억원 수준의 중저가 주택이 몰려있는 구로·노원 등 비강남권 지역의 거래·문의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대책 나온다"…분주해진 수도권 부동산시장
◇ "규제 피하자"…인천·군포·안산 등 거래·문의 활발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인천·군포·안산 등 최근 아파트값이 상승한 수도권 비규제 지역 중개업소에는 주말 내내 거래와 문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최근 3개월간 주택 가격 상승률이 3.28∼9.44%에 달해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경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송도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말이 뉴스에 나오면서 주말에 찾는 손님이 많았고 매매도 많이 이뤄졌다"며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대출이 줄어드니까 그 전에 대출을 받아 사려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은 한국감정원 통계에서 최근 3개월 동안 주택 가격 상승률이 3.28%를 기록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 교통 호재 영향이다.

송도동 송도더샵하버뷰2 전용 114㎡는 4층이 10일 7억1천500만원에 매매되고 이틀 뒤인 12일 같은 층이 7억6천만원에 거래되며 이틀 새 4천500만원이 오르기도 했다.

현재 해당 평형은 집주인들이 7억5천만∼8억원을 부른다.

군포시는 최근 3개월간 주택 가격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3개월 사이 아파트값이 9.44%나 올랐다.

역시 GTX C노선 발표와 일부 단지 리모델링 추진 등 호재 영향이다.

당정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집값이 오르지 않은 군포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을 올려놓았고, 실수요자들이 이걸 받쳐주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풍선효과에 따른 갭(격차·gap) 맞추기 아닌가 싶다.

매물도 거의 다 나가고 그마저도 주인들이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산시(5.73%) 분위기도 비슷하다.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크게 뛰면서 단원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다는 얘기가 벌써 몇 달 전부터 나오고 있다"며 "이미 팔릴 물건은 다 팔렸고, 매물도 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원구 고잔동 푸르지오3차 전용 134㎡는 11일 6억6천만원(15층)에 팔려 2월 말 5억9천만원(5층), 6억2천만원(7층)에 실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5천만원 이상 올랐다.

현재 해당 평형 호가는 6억5천만∼7억5천만원에 형성돼 있다.

같은 아파트 전용 101㎡는 3일 6억원에 거래돼 연초 대비 최대 1억원가량 값이 뛴 것으로 국토부 실거래가 정보에 확인된다.

부동산 과열로 2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수원 등 지역은 통계상 집값 상승률은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현지에서는 외부 투자 수요가 많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 영통구 한 중개업소 대표는 "수원은 신규 분양에 관심이 많았고, 상대적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은 지역에 투자 수요가 몰렸지만, 이제는 외지 사람들은 한 바퀴 다 돌고 나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추가대책 나온다"…분주해진 수도권 부동산시장
◇ '곳곳 호재에'…잠실·용산·목동 등 서울도 '들썩'
서울에서도 매수 심리가 살아나면서 그동안 붙지 않던 추격 매수세가 붙어 거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12·16대책 이후 15억원 초과 대출 중단, 9억원 초과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 축소 등으로 매수심리가 꺾이고 보유세 등 절세 급매물이 나오며 가격이 하락했으나, 최근 절세 급매물이 소진되고 잠실 마이스 개발이 속도를 내는 등 호재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급매물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분위기였는데, 급매들이 다 소진되고 나니 가격이 1억∼2억원 비싼 일반 물건만 남았고, 집값이 더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는 심리에 매수를 고민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파크리오 전용 84㎡는 마이스 관련 발표 당일인 5일 16억6천만원에 거래되며 월초 대비 1억원가량 올랐고, 잠실 리센츠 전용 84㎡도 최근 20억원에 거래가 이뤄지는 등 거래가 하나둘 성사되고 있다.

재건축 추진 대표단지인 잠실 주공5단지는 전용 82㎡가 최근 21억5천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고점인 21억5천500만원에 바짝 다가선 것이라고 현지 중개업소는 말했다.

정비창 부지에 8천가구 공급 계획이 있는 용산 지역과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은 목동이 있는 양천구도 들썩이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6단지가 최근 1∼14단지 중 처음으로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인근 단지의 재건축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6단지 안전진단 통과 소식 후 집주인들이 대부분 물건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5단지 전용 95㎡가 지난달 17억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가격이 18억∼19억원으로 올라갔다.

6단지 94㎡도 2월 10억9천만원에 가장 비싸게 팔렸는데, 지금은 11억5천만원까지 부른다.

이마저도 발표 당일 집주인들이 일제히 물건을 거둬들여 물건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용산구 서부이촌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나온 물건은 다 팔렸고,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저가의 중소형 아파트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로구 고척동 벽산베스트블루밍 아파트는 11일 전용 84㎡가 6억9천500만원(10층)에 매매 계약돼 이 면적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고척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6억∼9억원 사이 물건이 지난달부터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다가 금리 인하 등 영향으로 문의도 많고 방문자도 많다.

집값은 오르는데 전세가는 큰 변동이 없어 갭투자자들은 망설일 가격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원구 하계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계속 매매가 활발하고, 문의와 방문 손님도 많다.

코로나19 때문에 정체됐던 물건들이 싹 없어진 상태다.

매수하려면 지난달보다 값을 더 줘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대책 나온다"…분주해진 수도권 부동산시장
◇ 정부 '추가대책' 만지작…전문가 "뒷북 대책 우려…선제적 조치 필요"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일부 수도권 비규제 지역 아파트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조정대상지역 추가 등 규제 강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연수구와 서구, 군포시, 안산 단원구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편입하고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1일 브리핑에서 "규제지역을 지정할 수 있고 대출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으며, 세제에 미비점이 있으면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종합부동산 대책에 담길 수 있는 모든 카드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대책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개발 호재가 변수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조만간 투기 수요에 대응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갭투자 차단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공급된 상황에서 실물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높아져 경기, 인천, 지방 몇몇 지역에 투기적인 거래가 포착되고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 규제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미 비규제지역으로 자금이 흘러가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뒤라 사후 규제로는 일반 수요자들이 오히려 손해를 볼 우려도 있어 보인다"며 "정부가 규제 의지가 있다면 사후 조치보다 선제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12·16대책과 코로나 사태로 강남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핀셋 규제가 오히려 규제가 없는 지역으로 풍선효과를 일으키는 면도 있었다고 본다"며 "GTX 등 광역교통망 투자나 용산 정비창, 잠실 마이스 등 개발도 정부로서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업이지만, 시중 자금을 자극할만한 소재"라고 지적했다.

안 센터장은 "대출 규제 강화는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이 적다는 시장의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