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수제맥주…'곰표 밀맥주 대란' 뒤엔 주세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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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최고 흥행 맥주 '곰표 밀맥주'
CU·대한제분·세븐브로이 합작 신제품
주세법 개정되며 세금 낮아진 수제맥주 팽창
1년새 양조장 150개로 늘고 국산이 수입 꺾어
CU·대한제분·세븐브로이 합작 신제품
주세법 개정되며 세금 낮아진 수제맥주 팽창
1년새 양조장 150개로 늘고 국산이 수입 꺾어
올 상반기 최고 화제의 맥주는 '곰표 밀맥주'다. 편의점 CU가 대한제분과 손잡고 단독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3일 만에 초도 생산물량 10만 개가 완판됐다. 1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은 30만 개를 넘어섰다. CU에서 수제맥주를 출시한 지 3년 만에 최고 실적이다.
흥행의 핵심 요인은 두 가지다. '곰표 밀가루가 만든 밀맥주'라는 이색적인 컨텐츠가 눈길을 끌었다. 결정적으로 '4캔 1만원'이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없앴다. 이 맥주의 제조사는 소형 양조장인 세븐브로이. 주세법 개정 전이었다면 1캔당 5000~6000원이었을 이 맥주는 세금이 낮아져 수입맥주 프로모션 가격과 같은 값에 팔 수 있었다.
수제맥주 업계가 주세법 개정 이 후 활기를 띄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은 줄었지만 가정 내 맥주 소비가 늘면서 편의점과 마트에서 수제맥주 점유율이 크게 올라갔다. 전국 소형 양조장 수는 1년 만에 114개에서 151개로 34% 증가했다. ○1병 2만원 프리미엄 맥주도 '완판'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600억원대다. 아직 전체 맥주 시장의 약 1.5%에 그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3년 이후 매년 30~40% 성장하고 있다. 주세법 개정 이후 활기를 띠면서 5년 뒤 약 4000억원대로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편의점과 마트에서는 수제맥주의 약진에 힘입어 올 들어 국산맥주 점유율이 수입맥주를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맥주 시장은 톡 쏘는 깔끔한 맛의 '라거 타입'이 80% 이상을 차지해왔다. 국산 맥주 대부분을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한 맥주가 차지했다. 이렇게 된데에는 세금체계가 한몫했다. 원료를 다양하게 사용하거나 병과 라벨 등의 디자인을 특별하게 하면 세금이 원가에 붙는 체계였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수제맥주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그 사이 수입원가에만 세금을 내면 되는 수입맥주가 편의점서 '4캔 1만원'을 앞세워 맥주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올 초 주세법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맥주와 막걸리에 한 해 생산량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개편되면서 수제맥주는 르네상스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핸드앤몰트의 '마왕 임페리얼 스타우트', 세븐브로이의 '엠버 에일', 플리티넘비어의 '대한IPA', 플레이그라운드 '루비세종' 등 다채로운 수제맥주가 시장이 나왔다.
새로운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맥주는 '제주맥주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사전 예약 받았는데 3일 만에 3000병이 다 팔렸다. 최상급 싱글몰트 위스키 12년산을 숙성한 오크통에 제주맥주의 흑맥주를 11개월 숙성시켜 만든 '배럴 에이징 양조 기법'이 적용됐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그 동안 한국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프리미엄 맥주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며 "질적 성장을 이끄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풀었더니 펄펄 나는 수제맥주
제품이 다양해지고, 가격이 낮아지자 소비자들은 바로 응답했다. 편의점에서 국산 맥주 판매 비중은 3년 만에 수입맥주를 제쳤다. 이마트에서도 지난해 40%까지 떨어졌던 국산 맥주 점유율이 지난달 60.1%로 상승했다. 국내에서 맥주를 만들어 팔 때의 수익성이 크게 오르자 기존 수제맥주 브랜드들은 전략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1세대 수제맥주 회사 중 하나인 플래티넘은 중국으로 이전했던 공장을 한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편의점 최대의 맥주 협업사인 카브루는 지난해 서울 청담동에 수제맥주펍 '카브루 브루펍'을 냈고, 올해 추가 투자를 받아 양조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성수동을 대표하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ABC)는 콜드체인으로 전국 생맥주 유통망을 확보했고, 올해 캔맥주로 편의점 채널에 전격 진출했다.
지난 달 주류 규제가 개선되면서 한 양조장이 다른 제조 시설에서 위탁제조를 할 수 있게 되고, 주류 통신 판매가 일부 허용된 것도 수제맥주 업계엔 호재다. 좋은 아이디어와 원료로 얼마든지 다양한 맥주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것.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기업들도 수제맥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LF가 투자한 인덜지의 문베어브루잉, 오비맥주가 투자한 핸드앤몰트 등은 브랜드를 정비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영국 1위 크래프트맥주 제조사 '브루독'의 맥주의 편의점 판매를 최근 시작했다.
○수입맥주 등 "우리도 총공세"
프랜차이즈 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2018년 500여 개 였던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올 들어 800여 개를 넘어섰다. 국내 1위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생활맥주 매장은 200여 곳으로 늘었고, 브롱스도 최근 100호점을 열었다. 프랜차이즈는 소규모 양조장들과 협업해 맥주를 함께 기획하고 유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경쟁의 룰'이 바뀌자 수입맥주 업계도 달라지고 있다. 칭따오 맥주는 무알콜 맥주인 '칭따오 논알콜릭', 생맥주인 '칭따오 드래프트' 등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자사 수입맥주인 기네스의 거품 위에 글씨나 이미지를 프린트해주는 '스타우티' 서비스 매장을 올 초 17개에서 6월 말까지 전국 100여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수제맥주 업계가 주세법 개정 이 후 활기를 띄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은 줄었지만 가정 내 맥주 소비가 늘면서 편의점과 마트에서 수제맥주 점유율이 크게 올라갔다. 전국 소형 양조장 수는 1년 만에 114개에서 151개로 34% 증가했다. ○1병 2만원 프리미엄 맥주도 '완판'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600억원대다. 아직 전체 맥주 시장의 약 1.5%에 그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3년 이후 매년 30~40% 성장하고 있다. 주세법 개정 이후 활기를 띠면서 5년 뒤 약 4000억원대로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편의점과 마트에서는 수제맥주의 약진에 힘입어 올 들어 국산맥주 점유율이 수입맥주를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맥주 시장은 톡 쏘는 깔끔한 맛의 '라거 타입'이 80% 이상을 차지해왔다. 국산 맥주 대부분을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한 맥주가 차지했다. 이렇게 된데에는 세금체계가 한몫했다. 원료를 다양하게 사용하거나 병과 라벨 등의 디자인을 특별하게 하면 세금이 원가에 붙는 체계였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수제맥주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그 사이 수입원가에만 세금을 내면 되는 수입맥주가 편의점서 '4캔 1만원'을 앞세워 맥주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올 초 주세법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맥주와 막걸리에 한 해 생산량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개편되면서 수제맥주는 르네상스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핸드앤몰트의 '마왕 임페리얼 스타우트', 세븐브로이의 '엠버 에일', 플리티넘비어의 '대한IPA', 플레이그라운드 '루비세종' 등 다채로운 수제맥주가 시장이 나왔다.
새로운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맥주는 '제주맥주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사전 예약 받았는데 3일 만에 3000병이 다 팔렸다. 최상급 싱글몰트 위스키 12년산을 숙성한 오크통에 제주맥주의 흑맥주를 11개월 숙성시켜 만든 '배럴 에이징 양조 기법'이 적용됐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그 동안 한국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프리미엄 맥주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며 "질적 성장을 이끄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풀었더니 펄펄 나는 수제맥주
제품이 다양해지고, 가격이 낮아지자 소비자들은 바로 응답했다. 편의점에서 국산 맥주 판매 비중은 3년 만에 수입맥주를 제쳤다. 이마트에서도 지난해 40%까지 떨어졌던 국산 맥주 점유율이 지난달 60.1%로 상승했다. 국내에서 맥주를 만들어 팔 때의 수익성이 크게 오르자 기존 수제맥주 브랜드들은 전략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1세대 수제맥주 회사 중 하나인 플래티넘은 중국으로 이전했던 공장을 한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편의점 최대의 맥주 협업사인 카브루는 지난해 서울 청담동에 수제맥주펍 '카브루 브루펍'을 냈고, 올해 추가 투자를 받아 양조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성수동을 대표하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ABC)는 콜드체인으로 전국 생맥주 유통망을 확보했고, 올해 캔맥주로 편의점 채널에 전격 진출했다.
지난 달 주류 규제가 개선되면서 한 양조장이 다른 제조 시설에서 위탁제조를 할 수 있게 되고, 주류 통신 판매가 일부 허용된 것도 수제맥주 업계엔 호재다. 좋은 아이디어와 원료로 얼마든지 다양한 맥주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것.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기업들도 수제맥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LF가 투자한 인덜지의 문베어브루잉, 오비맥주가 투자한 핸드앤몰트 등은 브랜드를 정비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영국 1위 크래프트맥주 제조사 '브루독'의 맥주의 편의점 판매를 최근 시작했다.
○수입맥주 등 "우리도 총공세"
프랜차이즈 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2018년 500여 개 였던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올 들어 800여 개를 넘어섰다. 국내 1위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생활맥주 매장은 200여 곳으로 늘었고, 브롱스도 최근 100호점을 열었다. 프랜차이즈는 소규모 양조장들과 협업해 맥주를 함께 기획하고 유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경쟁의 룰'이 바뀌자 수입맥주 업계도 달라지고 있다. 칭따오 맥주는 무알콜 맥주인 '칭따오 논알콜릭', 생맥주인 '칭따오 드래프트' 등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자사 수입맥주인 기네스의 거품 위에 글씨나 이미지를 프린트해주는 '스타우티' 서비스 매장을 올 초 17개에서 6월 말까지 전국 100여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