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고 현장실습 '초토화'…"취업통로 뿌리째 흔들"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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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취업한파 직격탄
"올해 취업률 30% 밑 내려갈수도"
작년 34.8%까지 직업계고 취업률, 내년 더 떨어질듯
직업계고 학생들은 "지원 더 늘려달라" 호소
직업계고 교사들 “작년 대비 현장실습 절반도 안돼”
정부 현장실습 지원방침 있지만 간접지원에만 그쳐
"올해 취업률 30% 밑 내려갈수도"
작년 34.8%까지 직업계고 취업률, 내년 더 떨어질듯
직업계고 학생들은 "지원 더 늘려달라" 호소
직업계고 교사들 “작년 대비 현장실습 절반도 안돼”
정부 현장실습 지원방침 있지만 간접지원에만 그쳐
수도권에 있는 한 관광고등학교 3학년인 A군(18)은 오후 4시 수업을 마치면 곧장 학원으로 간다. 지난해만 해도 방과 후 실습으로 학교에서 조리 실습을 할 수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퍼진 이후로는 불가능해졌다. 2학기 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려면 경험을 쌓아둬야 해 학원 강습은 필수가 됐다. A군은 “한 달에 학원비가 20만원 드는데 부담이 적지 않다”며 “직업계고 학생에겐 실습이 가장 중요한데 코로나19로 타격이 크다”고 했다.
직업계고 학생들도 코로나발 취업한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의 주요 취업 통로인 ‘현장실습’은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외면으로 크게 줄었다. 고3학생들은 학교 실습시간이 사라지면서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다 배우지도 못한 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판이다. 학교측은 정부지원이 없으면 올해 직업계고 취업률이 사상 최악인 30%대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취업통로 ‘현장실습’ 뿌리째 흔들
직업계고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3학년 2학기가 되면 학교와 협약을 맺은 업체에 나간다. 실습생으로 업무 수행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다. 실습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 채용까지 바로 이어진다. 현장실습이 학생들에게 중요한 취업통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현장실습 참여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다수 학교들의 목소리다. 경북 경산시 B공고의 장 모 교사(51)는 최근 고3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할 기업을 찾으러 경주는 물론 울산과 경남지역 기업들까지 찾고 있다. 코로나19로 현장실습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종적을 감추면서 다소 거리가 멀어도 일단 실습이 가능한 기업부터 찾겠다는 것이다. 장 교사는 “평년에는 이맘때쯤 60개 기업들에 학생들을 보낼 준비를 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절반도 채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리과, 관광경영과 전공학생들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관광·여행업계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현장실습이 거의 사라졌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병원실습이 모두 중단되면서 의무 수업시간(1520시간)을 채우지 못 해,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조차 얻지 못할 형편이다. 정부가 이를 고려해 교내실습을 156시간 인정하기로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지난달 직업계고 현장실습에 대한 종합 지원책을 내놨다. 교육부와 지자체가 선정한 ‘현장실습 선도기업’은 시중 은행에서 수신 수수료를 면제받거나 대출시 0.4~0.5%포인트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현장실습을 늘리는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학생들의 현장실습 참여율은 작년 기준 29.9%에 머물고 있다. 이전만 해도 40%가 넘던 참여율은 정부가 2018년 안전사고를 이유로 기업실습 참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그 해 22.5%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다시 정책방향을 선회했지만 참여율 상승은 더딘 편이다.
서울 소재 한 정보고 교사는 “정부가 현장실습기업에 1인당 100만원씩 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참여기업들에 대한 지원이나 규제 해제도 보다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1·2, 등교해도 “배우는 것 없어”
직업계고 교사들은 고3만이 아니라 1·2학년들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전국 고교가 등교수업을 시작했지만 격주·격일제로 등교를 하면서 당분간 온라인수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등교를 하면서 실습이 일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온라인수업으로는 실습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 한 특성화고 교사는 “드론과 같은 장비는 학생들이 직접 다뤄봐야 하는데 이론수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작 등교해서는 온라인개학 때 했던 수업내용의 수행평가를 하느라 실습을 하지 못할 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교사들은 온라인수업이 지속됨에 따른 수업 콘텐츠 고갈도 호소하고 있다. EBS를 중심으로 온라인 콘텐츠가 비교적 잘 축적된 인문계고와 달리, 직업계고는 콘텐츠가 빈약한 형편이다. 기술적으로 원격실습이 가능한 정보고·디자인고 역시 상용 소프트웨어(SW) 구매문제로 실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원격·등교수업 병행이 장기화될 경우 직업계고 전체의 취업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직업계고 취업률은 2017년 정점을 찍은 후 매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2017년 53.6%까지 올랐던 취업률은 2018년 44.9%, 2019년 34.8%로 떨어졌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30%선이 붕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일부 직업계고 학생들은 진로변경이나 자퇴까지 결심하고 있다. 서울 소재 관광고 2학년인 김 모군(17)은 “코로나19로 취업이 불투명해 9급 공무원 시험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며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르려 하지만 부모님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직업계고 학생들도 코로나발 취업한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의 주요 취업 통로인 ‘현장실습’은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외면으로 크게 줄었다. 고3학생들은 학교 실습시간이 사라지면서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다 배우지도 못한 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판이다. 학교측은 정부지원이 없으면 올해 직업계고 취업률이 사상 최악인 30%대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취업통로 ‘현장실습’ 뿌리째 흔들
직업계고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3학년 2학기가 되면 학교와 협약을 맺은 업체에 나간다. 실습생으로 업무 수행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다. 실습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 채용까지 바로 이어진다. 현장실습이 학생들에게 중요한 취업통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현장실습 참여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다수 학교들의 목소리다. 경북 경산시 B공고의 장 모 교사(51)는 최근 고3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할 기업을 찾으러 경주는 물론 울산과 경남지역 기업들까지 찾고 있다. 코로나19로 현장실습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종적을 감추면서 다소 거리가 멀어도 일단 실습이 가능한 기업부터 찾겠다는 것이다. 장 교사는 “평년에는 이맘때쯤 60개 기업들에 학생들을 보낼 준비를 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절반도 채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리과, 관광경영과 전공학생들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관광·여행업계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현장실습이 거의 사라졌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병원실습이 모두 중단되면서 의무 수업시간(1520시간)을 채우지 못 해,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조차 얻지 못할 형편이다. 정부가 이를 고려해 교내실습을 156시간 인정하기로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지난달 직업계고 현장실습에 대한 종합 지원책을 내놨다. 교육부와 지자체가 선정한 ‘현장실습 선도기업’은 시중 은행에서 수신 수수료를 면제받거나 대출시 0.4~0.5%포인트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현장실습을 늘리는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학생들의 현장실습 참여율은 작년 기준 29.9%에 머물고 있다. 이전만 해도 40%가 넘던 참여율은 정부가 2018년 안전사고를 이유로 기업실습 참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그 해 22.5%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다시 정책방향을 선회했지만 참여율 상승은 더딘 편이다.
서울 소재 한 정보고 교사는 “정부가 현장실습기업에 1인당 100만원씩 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참여기업들에 대한 지원이나 규제 해제도 보다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1·2, 등교해도 “배우는 것 없어”
직업계고 교사들은 고3만이 아니라 1·2학년들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전국 고교가 등교수업을 시작했지만 격주·격일제로 등교를 하면서 당분간 온라인수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등교를 하면서 실습이 일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온라인수업으로는 실습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 한 특성화고 교사는 “드론과 같은 장비는 학생들이 직접 다뤄봐야 하는데 이론수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작 등교해서는 온라인개학 때 했던 수업내용의 수행평가를 하느라 실습을 하지 못할 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교사들은 온라인수업이 지속됨에 따른 수업 콘텐츠 고갈도 호소하고 있다. EBS를 중심으로 온라인 콘텐츠가 비교적 잘 축적된 인문계고와 달리, 직업계고는 콘텐츠가 빈약한 형편이다. 기술적으로 원격실습이 가능한 정보고·디자인고 역시 상용 소프트웨어(SW) 구매문제로 실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원격·등교수업 병행이 장기화될 경우 직업계고 전체의 취업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직업계고 취업률은 2017년 정점을 찍은 후 매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2017년 53.6%까지 올랐던 취업률은 2018년 44.9%, 2019년 34.8%로 떨어졌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30%선이 붕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일부 직업계고 학생들은 진로변경이나 자퇴까지 결심하고 있다. 서울 소재 관광고 2학년인 김 모군(17)은 “코로나19로 취업이 불투명해 9급 공무원 시험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며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르려 하지만 부모님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