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에 투자한 민간 금융회사와 수익률 조정 협상에 나선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연 0.5%로 내려오는 등 초저금리 시대에 들어선 만큼 연 3~5%에 이르는 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투자수익률이 깎일 위기에 놓인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신한은행 등 지하철 9호선 투자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1단계(개화역~신논현역) 구간 민간투자자의 사업수익률(보장 이자율)을 조정하는 자금 재조달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은 대표적인 지하철 민간 투자사업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글로벌 금융그룹 맥쿼리가 설립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MKIF)가 2대 주주(지분율 24.53%)에 올라 주목받았다. 이후 2012년 맥쿼리를 중심으로 민간 운영사 측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을 추진하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분쟁을 벌이다가 2013년 민간 운영사 주주가 전면 교체됐다.

당시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신한은행, 시민펀드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총 7464억원을 투입했다. 구체적으로 연 4.78% 고정금리로 2764억원, 연 5%(5년 국고채수익률+1.89%포인트) 변동금리로 3700억원, 시민펀드 1000억원 등이다. 현재 변동금리를 적용하면 금융회사가 받아가는 수익률은 연 3.35~4.78% 수준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민간 투자자 수익률을 1%포인트 이상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회계법인의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지하철 9호선 사업수익률을 1%포인트 낮출 경우 2038년까지 서울시의 예산 절감액은 400억원, 1.5%포인트 낮출 경우 6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3년 투자 유치 당시 한은 기준금리(연 2.5%)보다 시장 상황이 크게 변화한 만큼 이에 맞춰 수익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계약서상 예산 절감을 위해 수익률 조정을 협의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9호선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고정적인 수익률을 내온 지하철 9호선 사업의 이익률이 축소될 위기에 놓여서다. 그동안 서울시가 몇 차례 수익률 하향 검토를 제안했지만 금융사들은 난색을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이번에 투자자들과의 협상이 불발되면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해 자금 재조달 작업을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이번에 회계법인 용역안까지 마련하며 공격적으로 수익률 조정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협상해야 할 것”이라며 “수익률이 깎이면 자금 운용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수정/박종서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