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감사라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부실 대출에 책임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제일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제일저축은행 전 감사인 이모씨와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자기자본이 600억원이었던 제일저축은행은 2004년 10월~2009년 12월 자본금 5000만원에 불과한 회사들에 수십억원을 대출해 주는 등 총 322억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이씨와 김씨는 은행이 채무자와 연대보증인에 대해 신용조사 및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제일저축은행은 부실 대출을 남발했다가 2011년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 금융회사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 파산이 선고됐다. 이씨와 김씨는 대출 승인 서류에 서명할 때 이미 대출이 끝난 상태여서 관리가 어려웠고, 당시 감사가 경영진의 대출 의사 결정에도 관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출 서류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로 검토했다면 각 대출이 충분한 채권 보전 조치 없이 이뤄지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며 이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로 부실 대출 책임이 있는 12명의 전 제일저축은행 임원에게 총 43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액이 확정됐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