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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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서 납세자 모두가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보편 증세론’이 나오고 있다. 세금 한 푼 안 내는 면세자 비율이 높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납세 비중이 월등히 높은 국내 현실에서 기존에 주장해온 ‘부자 증세’만으로는 급증하는 재정 소요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계파로 분류되는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는 최근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수의 기여에 의존하는 지금의 조세 구조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 39% 소득세 0원…상위 10%가 총 세액의 86% 부담
국회예산정책처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는 2018년 기준으로 38.9%다. 미국(30.7%), 캐나다(17.8%), 호주(15.8%)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에 비해 한국은 고소득자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높다. 근로소득과 종합소득을 합한 통합소득 기준으로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78.5%(2017년 기준)로 미국(70.6%), 영국(59.8%), 캐나다(53.8%)보다 높았다.

종합소득세만 놓고 보면 소득 상위 10%의 납세 비중은 2018년 86.4%다. 상위 20%로 확대하면 이 숫자는 93.9%로 올라간다. 반면 같은 시기 하위 10%의 납세 비중은 0%이며 하위 50%로 확대해도 0.9%에 불과하다.

법인세도 마찬가지다. 2018년 매출 5000억원을 초과하는 733개 대기업(전체 기업의 0.2%)이 낸 법인세가 전체 법인세의 59.9%를 차지했다. 전체 기업의 0.9%인 연매출 1000억원 초과 기업으로 집계하면 74.2%로 상승한다. 반면 전체 기업의 91.1%를 차지하는 매출 100억원 이하 기업이 내는 세금은 10.5%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수 의존도가 높아진 건 수년간 이어져온 ‘부자 증세’ 때문이다. 2011년 35%였던 소득세 최고 세율은 지난해 42%로 올랐다. 지방소득세까지 합하면 46.2%다. 법인세 최고세율도 2018년 24.2%(지방세 포함)에서 27.5%로 뛰어올랐다. 소득세와 법인세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2.8%, 23.5%보다 높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내는 세금 비중은 커졌지만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여전히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다. 2018년 한국의 조세수입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OECD 평균인 25%보다 5%포인트 낮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성 보험을 합한 국민부담률도 26.8%로 OECD 평균(34.3%)과 격차가 크다.

이 때문에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 기본소득 도입 등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는 복지정책 확대를 위해선 보편 증세를 통해 세수를 확충해야 한다는 견해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자 증세’만 추가로 해 봐야 세수 증대 효과가 크지 않고 자칫 고액자산가나 기업들의 해외 이탈 확대 등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자 증세만으로는 복지 확대 등에 필요한 재정 소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부가세 인상 등을 통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