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장이 1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국가의 미래를 디자인하려면 노동 개혁 없이는 안 된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윤희숙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장이 1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국가의 미래를 디자인하려면 노동 개혁 없이는 안 된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윤희숙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장(사진)이 “기본소득 논의가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경험하는 불공정을 덮는 수단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며 “현금을 줘서 청년들의 마음을 잠시 위로해주겠다는 건 휘발성 정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기가 나빠지면서 새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대기업과 공공부문 근로자는 아무도 나가지 않는 구조”라며 “청년들의 고용시장 진입을 막으면서 세대 간 불공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가의 미래를 디자인하려면 노동개혁 없이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는 ‘청년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청년 기본소득을) 말하는 지방자치단체일수록 청년보다는 기득권 근로자의 처우만 좋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중요한 건 청년들이 기성세대와 공정하게 경쟁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취업과 해고 제도, 임금체계, 정년제도 등을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본소득 논의는 기술 변화에 따라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국내 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 정책에 대해 그는 “노동 경직성 때문에 한국을 떠난 기업들이 세금 좀 줄여준다고 돌아오지는 않는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 초선 의원인 윤 위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시절 현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코로나19 위기와 이어질 산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한국의 미래를 가를 것”이라며 “노동시장 개혁을 비롯한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과잉보호가 고용 망쳐…노동유연성 높여야 기업 돌아와"
최저임금 노사합의로 정하는 나라는 한국과 남미뿐


“지금 경제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잠도 잘 안 옵니다. 너무 빠르게 기술과 산업지형이 변하고 있어요. 30년 후면 상상도 못할 재정적 어려움까지 닥칠 겁니다.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타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장은 14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커다란 도전’에 맞닥뜨려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AI) 발전 등이 유도할 산업 변화,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흔들리는 국제질서,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까지 직면했다는 것이다. 그는 “체질을 개선하고 구조를 효율화해야 할 중요한 길목에서 현 정부는 경제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가하는 정책을 펼쳤다”며 “경제 제도 근본을 재설계하는 구조개혁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했다.

“기업 세금 좀 깎아준다고 안 돌아와”

윤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한국 경제는 이미 치명적으로 망가져 있었다”고 진단했다. 기업 설비투자 지표 등 경기 선행지표가 빠르게 하락세를 타고 있었다는 것. 그는 핵심 원인으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제시했다. 윤 위원장은 “정규직 보호가 과해 노동력의 흐름 자체가 막혀 있다”며 “신규 일자리는 없는데 이른바 ‘좋은 일자리’는 기성세대가 차지하면서 진입로를 막아버려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 정책에 대해선 “노동 경직성 때문에 한국을 떠난 기업들이 규제 좀 풀고 세금 좀 줄여준다고 돌아오지는 않는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가 추진한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 기업 활력을 떨어뜨린 것은 물론 고용취약계층의 설 자리까지 줄였다고 봤다. 윤 위원장은 “기득권 정규직 근로자는 이득을 본 반면 숙련 수준이 낮은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잃었다”고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해서는 “일자리 축소를 불사하더라도 정규직의 보호 수준은 절대 약화시키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누구를 위해 누구를 희생시키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공익위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노사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 목소리만 높이는 구조”라며 “이렇게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나라는 남미 국가밖에 없다”고 했다.

윤희숙式 기본소득 고민

윤 위원장은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과 학제 개편 등 굵직한 화두를 던진 상황에서 정책을 구체화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기본소득 논의 방향에 대해 “기술 변화가 심화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국가가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들의 불안에 어떻게 대처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도울 수 있을지, 그 방식을 기본소득으로 부를지 여부는 아직 열려 있다”고 했다.

그는 전 국민에게 똑같이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기본소득엔 선을 그었다. 윤 위원장은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기본 목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본권적 의미에서 모두에게 보장하는 현금 지원과는 지향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조건 없는 소득 보장이 근로자들의 경제활동 참여 의욕을 떨어뜨릴 위험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본소득 방법론 중 하나로 언급되는 ‘청년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공정하게 경쟁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병목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주체끼리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경제 성장이 담보돼야 한다고도 했다. 윤 위원장은 “재난지원금의 30%가량이 기부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실제론 악착같이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며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안정적인 경제를 만들기 위해선 생산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돈’을 받아 한우 사 먹은 게 뭐가 문제냐는 말이 나오는 건 상당히 가슴 아픈 현실”이라며 “더 잘사는 경제를 만들어 평소에도 한우 먹는 나라가 되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현 교육 시스템 실패…교실혁명 필요”

그는 산업 생태계가 효율적으로 작동되도록 관리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택시업계와 ‘타다’ 간 논란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어떤 방향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메시지만 줬다”며 “각 당사자를 설득하고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를 논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지식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교육개혁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다른 나라는 교육개혁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한국 공교육은 독일 비스마르크(1870년대)식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 있다”며 “지금 필요한 건 소통하고 공감하고 정보를 융합하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취약계층 자녀들은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방치된 아이들에 대한 학교의 책임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정책 전환을 국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KDI 재직 때부터 소주성 비판…'포퓰리즘 파이터'
윤희숙 경제혁신위원장은


윤희숙 "청년들에게 불공정한 노동시장…기본소득이 무마 수단돼선 안돼"
1970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근무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에 경제 전문가로 영입돼 서울 서초갑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KDI 재직 시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포퓰리즘 파이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있을 때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위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