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위기 닥친 쌍용차…이번엔 '효자' 티볼리에 발목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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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시장 열며 대박
-티볼리로 부활 조짐 보였지만
-경쟁사들 잇따라 소형SUV 출시
-사실상 장악했던 시장 대부분 잠식 당해
-티볼리로 부활 조짐 보였지만
-경쟁사들 잇따라 소형SUV 출시
-사실상 장악했던 시장 대부분 잠식 당해
쌍용자동차가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적은 지난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다. 회계법인(삼정KPMG)은 1분기 연결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 판정을 내렸다. 삼정KPMG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898억원 초과하는 등 계속기업으로서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다. 파완 고엔카 사장은 지난 12일 컨퍼런스콜에서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쌍용차에 대한 신규자금 투입을 꺼리는 분위기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이자 국내 소형 SUV 대중화를 이끈 쌍용차는 왜 휘청이고 있을까.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티볼리'를 꼽는다. 회사 회생의 1등 공신인 소형 SUV 티볼리가 역설적으로 쌍용차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티볼리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자 경쟁사들이 모두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독식하던 시장을 잠식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쌍용차 내부의 문제도 있다. 티볼리 흥행 이후 쌍용차는 티볼리를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볼리는 쌍용차가 2015년 내놓은 소형 SUV다. 이 때까지 국내에 소형 SUV는 르노삼성자동차의 QM3가 유일했다. 당시 SUV는 레저용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SUV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덩치가 큰 모델을 선호했다. 젊은 세대는 생애 첫 차로 SUV보다는 소형 또는 준중형 세단을 선택했다. 당시 쌍용차가 한 부품업체에 "연간 5만~10만대 가량 소형 SUV를 생산할테니 부품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하자 해당 업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펄쩍 뛰었을 정도였다.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소형 SUV는 소수의 소비자들만 선택하는 차량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티볼리는 출시 첫 해부터 '대박'이 났다. 2015년 국내 시장에서만 4만5021대(수출 포함 6만3693대) 팔렸다. 2016년엔 내수와 수출을 더해 8만5821대 판매됐다. 연 5만~10만대 생산이 현실이 됐다. 2030세대가 소형 SUV로 갈아탄 결과였다. 길거리에서 쉽게 보이는 소형 세단보다는 개성 있는 소형 SUV를 선택하자는 심리가 발동했다. 거친 외양의 다른 SUV와 달리 날렵하면서 귀여운 디자인을 가졌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 티볼리 인기에 힘입어 쌍용차는 2016년 흑자(영업이익 280억원)를 내기도 했다. 9년 만의 흑자전환이었다. 이제 쌍용차가 되살아 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좋은 날'은 길지 않았다. 경쟁자들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티볼리 판매량은 줄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기아자동차가 니로를, 2017년엔 현대자동차가 코나를 내놓았다. 2018년 티볼리는 코나에 소형 SUV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2019년엔 현대차 베뉴, 기아차 셀토스가 등장했다. 올 들어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XM3, 한국GM의 트레일블레이저까지 추가됐다. 올 1~5월 티볼리 국내 판매량은 7824대. 셀토스(2만3613대)와 XM3(1만6922대), 코나(1만5501대), 니로(9882대)에 밀렸다. 베뉴(7714대)와 트레일블레이저(6508대)에도 언제 뒤쳐질 지 모르는 처지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티볼리가 인기를 끌자 다른 업체 경영진들은 '하루라도 빨리 소형 SUV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티볼리가 독점하던 시장은 다른 회사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변화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쌍용차는 지난해 준중형 SUV 코란도의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2011년 이후 첫 완전변경 모델 출시에 소비자들은 많은 기대를 걸었다. 간만에 오프로드 주행에 걸맞는 거친 SUV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많았다. 코란도는 1990년대 한국 SUV를 대표하던 모델이다. 하지만 공개된 신형 코란도는 기대와 정반대였다. 티볼리와 디자인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코란도를 내놓을 줄 알았더니, 조금 더 큰 티볼리를 내놨다"고 평가했다.
쌍용차가 비슷한 시기에 티볼리 에어(길이가 긴 롱보디 모델)을 단종시킨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았다. 코란도와 티볼리 에어가 겹칠까봐 우려한 게 아니냐는 이유다. 쌍용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코란도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월 판매량은 2000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6월 나온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도 부진했다. 경쟁 차량이 워낙 많아진데다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진 결과다.
쌍용차는 최근 티볼리 에어를 올 하반기 다시 내놓겠다고 밝혔다. 일부 관계자는 "쌍용차가 티볼리 외 믿을만한 차량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했다"며 "티볼리가 인기를 끌 때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어야 했는데, 티볼리 흥행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너무 보수적으로 움직였다"고 꼬집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소형 SUV라는 틈새 시장을 정조준했고, 결과는 '대박'이었다"며 "단순히 티볼리 영광에 머물기 보다는 당시처럼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꿰뚫는 역발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이자 국내 소형 SUV 대중화를 이끈 쌍용차는 왜 휘청이고 있을까.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티볼리'를 꼽는다. 회사 회생의 1등 공신인 소형 SUV 티볼리가 역설적으로 쌍용차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티볼리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자 경쟁사들이 모두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독식하던 시장을 잠식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쌍용차 내부의 문제도 있다. 티볼리 흥행 이후 쌍용차는 티볼리를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볼리는 쌍용차가 2015년 내놓은 소형 SUV다. 이 때까지 국내에 소형 SUV는 르노삼성자동차의 QM3가 유일했다. 당시 SUV는 레저용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SUV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덩치가 큰 모델을 선호했다. 젊은 세대는 생애 첫 차로 SUV보다는 소형 또는 준중형 세단을 선택했다. 당시 쌍용차가 한 부품업체에 "연간 5만~10만대 가량 소형 SUV를 생산할테니 부품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하자 해당 업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펄쩍 뛰었을 정도였다.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소형 SUV는 소수의 소비자들만 선택하는 차량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티볼리는 출시 첫 해부터 '대박'이 났다. 2015년 국내 시장에서만 4만5021대(수출 포함 6만3693대) 팔렸다. 2016년엔 내수와 수출을 더해 8만5821대 판매됐다. 연 5만~10만대 생산이 현실이 됐다. 2030세대가 소형 SUV로 갈아탄 결과였다. 길거리에서 쉽게 보이는 소형 세단보다는 개성 있는 소형 SUV를 선택하자는 심리가 발동했다. 거친 외양의 다른 SUV와 달리 날렵하면서 귀여운 디자인을 가졌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 티볼리 인기에 힘입어 쌍용차는 2016년 흑자(영업이익 280억원)를 내기도 했다. 9년 만의 흑자전환이었다. 이제 쌍용차가 되살아 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좋은 날'은 길지 않았다. 경쟁자들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티볼리 판매량은 줄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기아자동차가 니로를, 2017년엔 현대자동차가 코나를 내놓았다. 2018년 티볼리는 코나에 소형 SUV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2019년엔 현대차 베뉴, 기아차 셀토스가 등장했다. 올 들어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XM3, 한국GM의 트레일블레이저까지 추가됐다. 올 1~5월 티볼리 국내 판매량은 7824대. 셀토스(2만3613대)와 XM3(1만6922대), 코나(1만5501대), 니로(9882대)에 밀렸다. 베뉴(7714대)와 트레일블레이저(6508대)에도 언제 뒤쳐질 지 모르는 처지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티볼리가 인기를 끌자 다른 업체 경영진들은 '하루라도 빨리 소형 SUV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티볼리가 독점하던 시장은 다른 회사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변화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쌍용차는 지난해 준중형 SUV 코란도의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2011년 이후 첫 완전변경 모델 출시에 소비자들은 많은 기대를 걸었다. 간만에 오프로드 주행에 걸맞는 거친 SUV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많았다. 코란도는 1990년대 한국 SUV를 대표하던 모델이다. 하지만 공개된 신형 코란도는 기대와 정반대였다. 티볼리와 디자인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코란도를 내놓을 줄 알았더니, 조금 더 큰 티볼리를 내놨다"고 평가했다.
쌍용차가 비슷한 시기에 티볼리 에어(길이가 긴 롱보디 모델)을 단종시킨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았다. 코란도와 티볼리 에어가 겹칠까봐 우려한 게 아니냐는 이유다. 쌍용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코란도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월 판매량은 2000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6월 나온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도 부진했다. 경쟁 차량이 워낙 많아진데다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진 결과다.
쌍용차는 최근 티볼리 에어를 올 하반기 다시 내놓겠다고 밝혔다. 일부 관계자는 "쌍용차가 티볼리 외 믿을만한 차량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했다"며 "티볼리가 인기를 끌 때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어야 했는데, 티볼리 흥행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너무 보수적으로 움직였다"고 꼬집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소형 SUV라는 틈새 시장을 정조준했고, 결과는 '대박'이었다"며 "단순히 티볼리 영광에 머물기 보다는 당시처럼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꿰뚫는 역발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