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짜리 '에르메스' 슬리퍼 동났다…온라인도 명품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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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에르메스 한국 온라인몰 주요제품 품절
▽ 에르메스 가방 30여종서 4종만 남아
▽ '귀한 몸' 켈리백 버킨백은 팔지도 않아
▽ 샤넬, 제품 가격 인상 소식에 '오픈런'
▽ 에르메스 가방 30여종서 4종만 남아
▽ '귀한 몸' 켈리백 버킨백은 팔지도 않아
▽ 샤넬, 제품 가격 인상 소식에 '오픈런'
# 3대 명품 브랜드로 손꼽히는 에르메스가 지난 3일 문을 연 한국 공식 온라인몰. 15일 여성용 가방란에는 4종의 제품만 남아있었다. 첫 날 개장 당시에는 30여 종의 가방이 입고됐으나 인기제품이 모두 팔린 결과다. 가방뿐 아니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80만원대 슬리퍼 등도 품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 구매실적을 쌓아야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귀한 몸' 켈리백과 버킨백은 처음부터 온라인몰에 입점하지도 않았다.
#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백화점에서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 매장마다 긴 줄이 늘어선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부산 한 백화점에서는 개장 시간에 맞춰 100여 명의 사람들이 개장과 동시에 샤넬 매장을 향해 뛴 '오픈런'도 벌어졌다. 지난달 14일부터 '샤넬'이 8개월 만에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에 벌어진 일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샤넬 뿐 아니라 올해 들어 루이비통, 셀린, 펜디 등도 가격을 인상했다"며 "'샤테크(샤넬+재테크)'란 신조어와 함께 '명품은 오늘 사는 게 제일 싸다'는 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더믹)으로 글로벌 경기 불황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한층 흥청이는 곳이 있다. 한국의 명품 시장 얘기다. 주요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소식과 함께 줄었던 것 만큼의 재화 소비가 이뤄지는 이른바 '보복소비(보상소비)'가 국내에서 잇따라 포착됐다.
15일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의 소비성향과 보복소비 현상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명품 브랜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명품시장은 그동안 불경기 속에서도 꾸준히 고성장세를 구가했다. 대표적인 명품 구입 채널인 백화점에서 명품(해외유명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두자릿수 급증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월에도 한자릿수(4.2%) 증가해 전 부문에서 유일하게 매출 증가를 달성했다. 팬더믹으로 번진 3월에도 전체 백화점 매출 감소폭(-40.3%)의 절반 수준(-19.4%)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리고, 4월이 되자 다시 증가세(4.2%)로 돌아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한국 명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여덟 번째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6% 증가한 14조829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이 전체의 90.5%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에서는 기존 고객층 뿐 아니라 20~30대 소비자의 '플렉스'(돈을 쓰면서 자랑한다는 뜻의 신조어) 문화를 명품 인기의 배경으로 꼽는다. 자기과시를 위해 고가 명품을 구매하는 문화가 젊은층에 확산하면서 MZ세대의 명품 소비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MZ세대는 한 제품을 오랫동안 소유, 간직하는 과거 세대와 달리 빠른 트렌드에 발맞춰 원하는 제품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손바꿈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들어 스트리트 패션이 주목받고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지금의 스트리트 패션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으로 자리잡았다"며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가 허물어져 베트멍, 버버리,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브랜드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일환이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명품 브랜드들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마케팅에 나선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올 여름 '트위스트백' 마케팅활동에 나서면서 제시카·크리스탈·박소담·슬기·선미 등 20~30대 여성 연예인 5명을 한꺼번에 내세웠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의 명품 소비가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결혼을 미루는 대신 자신을 가꾸고 문화 활동을 늘리는 남성 '포미족'의 등장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남성 고객 매출은 지난해 35.8%를 기록해 2010년 28.1%에서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이성환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최근 남성 명품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도 패션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성 못지 않은 패션감각과 자기 주도적인 소비를 하는 남성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명품을 통한 플렉스 문화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사람들은 ‘죽음’ 혹은 안전에 대한 위협을 느낀 이후 명품 브랜드에 대한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전세계는 코로나19 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럭셔리로 플렉스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샤넬의 오픈런 등은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의 추세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15일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의 소비성향과 보복소비 현상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명품 브랜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명품시장은 그동안 불경기 속에서도 꾸준히 고성장세를 구가했다. 대표적인 명품 구입 채널인 백화점에서 명품(해외유명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두자릿수 급증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월에도 한자릿수(4.2%) 증가해 전 부문에서 유일하게 매출 증가를 달성했다. 팬더믹으로 번진 3월에도 전체 백화점 매출 감소폭(-40.3%)의 절반 수준(-19.4%)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리고, 4월이 되자 다시 증가세(4.2%)로 돌아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한국 명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여덟 번째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6% 증가한 14조829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이 전체의 90.5%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에서는 기존 고객층 뿐 아니라 20~30대 소비자의 '플렉스'(돈을 쓰면서 자랑한다는 뜻의 신조어) 문화를 명품 인기의 배경으로 꼽는다. 자기과시를 위해 고가 명품을 구매하는 문화가 젊은층에 확산하면서 MZ세대의 명품 소비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MZ세대는 한 제품을 오랫동안 소유, 간직하는 과거 세대와 달리 빠른 트렌드에 발맞춰 원하는 제품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손바꿈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들어 스트리트 패션이 주목받고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지금의 스트리트 패션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으로 자리잡았다"며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가 허물어져 베트멍, 버버리,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브랜드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일환이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명품 브랜드들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마케팅에 나선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올 여름 '트위스트백' 마케팅활동에 나서면서 제시카·크리스탈·박소담·슬기·선미 등 20~30대 여성 연예인 5명을 한꺼번에 내세웠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의 명품 소비가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결혼을 미루는 대신 자신을 가꾸고 문화 활동을 늘리는 남성 '포미족'의 등장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남성 고객 매출은 지난해 35.8%를 기록해 2010년 28.1%에서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이성환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최근 남성 명품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도 패션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성 못지 않은 패션감각과 자기 주도적인 소비를 하는 남성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명품을 통한 플렉스 문화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사람들은 ‘죽음’ 혹은 안전에 대한 위협을 느낀 이후 명품 브랜드에 대한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전세계는 코로나19 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럭셔리로 플렉스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샤넬의 오픈런 등은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의 추세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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