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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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에서 이동통신사를 통한 출시에 번번이 도전했던 샤오미가 이번에도 신제품을 자급제폰으로 내놓을 처지에 놓였다. 국내 통신사들이 소비자 거부감을 이유로 샤오미폰 출시를 고심하고 있어서다.

1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는 샤오미의 신형 5G(5세대 통신) 스마트폰 '미10 라이트' 출시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 출시 예정이었으나 아직 출시일은 커녕 출시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앞서 샤오미는 지난달 전략 스마트폰 '미10'의 보급형인 '미10 라이트'의 국내 전파 인증을 획득했다. 스마트폰은 전파인증을 통과한 뒤 한 달 내 출시가 일반적이다.

국내 통신사 관계자는 "이번에도 국내 이동통신사 영업망 내에서 출시가 어려울 수 있다"며 "국내 총판 업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까지 출시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자급제폰으로만 출시를 해온 샤오미는 판매량 확대를 위해 이동통신사를 통한 출시에 전력을 다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해 새로운 동아시아 지역 총괄 매니저를 선임하고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애프터서비스(AS)를 대폭 강화했다. 전국 공식 운영되는 AS센터에서 최장 2년간 무상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 콜센터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같은 준비 덕에 지난달 샤오미가 출시한 '홍미노트9S'는 사전예약에서 초도물량 2000대가 완판됐다. 20만원대 가격을 앞세운 가성비 전략에 수요자들이 몰렸다. 이같은 흥행 기세를 몰아 샤오미는 미10 라이트를 국내 이통사를 통한 첫 출시 모델로 낙점했다. 출고가 40만~50만원대로 저렴한 가격에 5G 스마트폰을 쓰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할 계획이었다.

업계에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침체에 빠져 있는 데다 중국 제조사들을 향한 소비자들의 '보안 불신'이 통신사들을 고심하게 만드는 이유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 1차 합의 이후 잠잠해졌던 화웨이발 보안 이슈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화웨이는 스페인 정보국 산하 인증기관인 CCN(Centro Criptologico National)으로부터 국제 보안 인증을 획득했다며 반박하고 나섰지만, 샤오미가 화웨와 같은 중국 기업인 만큼 소비자 인식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여기에 삼성, LG, 애플 등 국내 시장에 자리잡고 있는 브랜드들이 비슷한 가격대의 최신 휴대폰을 대거 출시한 만큼 수요자들이 쉽게 돌아설 것 같지 않은 점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5G 스마트폰인 갤럭시A51를 58만2000원으로 출고했고, 애플도 아이폰SE를 50만원대에, LG전자도 3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LG Q61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안 문제가 불거진 데다 외산폰이라 소비자 충성도도 높지 않아 통신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출시 여부를 정하는데 요즘 같은 어려운 분위기에는 출시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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