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9일 오후 이천시 모가면의 한익스프레스 신축공사 화재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29일 오후 이천시 모가면의 한익스프레스 신축공사 화재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 화재는 지하 2층에서 산소용접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공장 전반의 안전관리 수칙 미준수가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발주사, 시공사, 감리단, 협력업체 등 공사 관계자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하2층 용접작업 중 화재 발생

경기남부경찰청은 15일 경기 이천경찰서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화재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 4월29일 화재 당일 오전 8시부터 시작된 A씨의 산소용접 작업 중 불꽃이 천장의 마감재 속에 들어있던 우레탄폼에 옮겨붙으면서 불길이 시작됐다고 봤다. 이후 저온창고 대부분의 천장과 벽체에 도포돼 있던 우레탄폼을 타고 화염이 급속도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지하 2층의 2구역 3번 실내기(유니트 쿨러) 주변이 상대적으로 심하게 연소된 흔적이 관찰됐다. 3번 실내기 주변에서 발생한 화염이 1구역 천장을 따라 1구역 전실 쪽으로 접근, 1구역 전실 천장과 벽체 틈새 등을 통해 바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는 진단이다.

○“방화문엔 벽돌 쌓아두고…경보장치도 설치 안 해”

경찰은 또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원인은 ‘인재’라고 봤다. 화재 당일은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평소보다 두 배 많은 67명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하 2층에서 옥상에 이르기까지 동시에 많은 종류의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특히 지상 2층의 조리실 내부에는 12명이 투입돼 주방 덕트와 소방배관 작업을 진행하다 모두 숨졌다.

경찰은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항도 적발했다. 우레탄 발포와 용접 등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공사장엔 비상유도등, 간이 피난 유도선 등 임시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싸이렌 등 비상 경보장치도 설치하지 않아 지하 2층 이외의 층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은 화재를 조기에 인지하지 못했다. 화재 예방이나 피난 교육을 하지 않는 등 전반적인 안전 관리에 소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허가 관청에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엔 지하 2층에서 화재 등 위험이 발생했을 때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계획했지만, 방화문 설치 공간을 벽돌로 쌓아 폐쇄한 바람에 대피로가 차단되기도 했다. 지하2층 근로자 4명은 폐쇄된 방화문 지점을 뚫고 대피하려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지상 1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된 옥외 철제 비상계단은 설계와 다르게 외장을 판넬로 마감해, 지하 2층에서부터 시작된 화염과 연기의 확산 통로가된 점도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비상계단으로의 대피가 차단됨으로써 다수의 근로자가 인명 피해를 입었다는 설명이다.

○공기단축 관련 책임자 집중 수사

경찰은 화재 발생의 원인과 인명피해에 책임이 있는 공사 관계자 24명(발주사 5명·시공사 9명·감리단 6명·협력업체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 중 책임이 중한 9명(발주자 1명·시공사 3명·감리단 2명·협력업체 3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공기단축과 관련한 중요 책임자들에 대해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잘못된 공사 관행에 대한 제도개선 대책 마련 등과 관련해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32분쯤 발생했다. 이 불로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경찰은 화재 발생 직후 119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수사본부를 편성, 전방위로 수사를 벌여왔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