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카 관계자가 기자의 차에서 사고 흔적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케이카 관계자가 기자의 차에서 사고 흔적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고
관리가 잘 됐는데..사고차네요.
490만원 드릴 수 있겠습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직영중고차 기업 케이카 영등포직영점에서 기자의 차를 살펴본 전문평가사의 최종 판정이었다. "사고가 없었다면 700만원 중반은 됐을 것"이라며 평가액으로 490만원을 제시했다.

눈물이 날뻔했다. 신차로 3000여만원을 주고 샀던 기자의 기아차 2009년식 K7. 어느새 내 기억에도 없던 사고차가 됐다. 케이카 관계자는 "매입해 정비 등 상품화 과정을 거쳐도 고객에게 선보일 가격은 600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10년 넘게 운행하며 자잘한 사고로 소모품인 범퍼와 휀다(펜더·타이어를 덮고 있는 부분), 문 등 부품을 교체하긴 했지만 큰 사고는 없었다.

범퍼나 휀다는 단순교환 아니냐고 기자가 '발끈'하자 케이카 관계자는 보닛을 열어 금속제 라디에이터 지지대를 가리켰다.
"미세하지만 망치로 편 흔적이 있습니다.
이게 휠 정도로 앞에서 크게 충격을 받았네요.
보험에도 사고 내역이 남았을텐데요?"
이두성 케이카 주임이 영등포직영점에 매입된 K5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두성 케이카 주임이 영등포직영점에 매입된 K5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손으로 만지며 자세히 보자 그제야 희미한 망치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수년 전 정비를 맡겼던 단골 정비소에서 정비를 마치고 시험주행을 하던 중 앞을 약간 박아 수리한다며 이틀 정도 걸렸던 일이 떠올랐다. 당연히 보험엔 이력이 남지 않았다. 차주도 몰랐고 보험사도 몰랐던 사고 사실이 밝혀진 순간이었다.

이 관계자는 "2010년식 K7부터는 이 부속이 플라스틱으로 바뀌며 교환 가능해졌다. 10년식이었다면 무사고차로 분류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골 정비소와 차량 제조사가 살짝 원망스러웠다.

케이카는 신차 영업소, 내차팔기 홈서비스, 중고차 플랫폼 입찰 등을 통해 중고차를 매입한다. 매입 부서에서 차량 상태를 확인해 구입하면 검수 부서에서 174개 항목을 통해 차량 상태를 다시 검사하고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확인해 정비소로 보낸다. 수리를 받은 차량을 검수 부서에서 다시 확인하고 이후 청소와 재검수 등을 거쳐 상품으로 판매된다.
이두성 주임이 K5 엔진룸에서 누유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두성 주임이 K5 엔진룸에서 누유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케이카 영등포직영점에서 차량 검수를 맡는 이두성 주임은 무사고차의 기준에 대해 "보닛, 문, 휀다 트렁크 등의 부분을 교체한 것은 무사고 단순교환에 해당한다. 이 범위를 넘어서야 사고차"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잘한 범퍼 긁힘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점검 대상도 아니다. 그보다 기본 점검을 꾸준히 받고 오일류를 주기마다 꼼꼼하게 교환하는 것이 중고가를 더 높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 주임은 최근 매입한 K5 차량의 검수 과정을 공개했다. 엔진부터 안전벨트까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한 뒤 엔진룸 등 차량 내부와 오일 색상, 내부 용접 상태 등에 대한 점검이 이어졌다.

엔진룸 안에 조명을 비춰 상태를 확인하고 차 앞문과 뒷문, 트렁크에 달린 고무패킹도 걷어냈다. 이 주임은 "고무패킹을 벗기면 차체의 스팟용접 자국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고가 나서 수리한 경우 용접 자국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고무패킹을 걷어내면 차체에 스팟용접 자국을 확인할 수 있다. 출고 이후 수리했을 경우 용접 자국이 달라진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고무패킹을 걷어내면 차체에 스팟용접 자국을 확인할 수 있다. 출고 이후 수리했을 경우 용접 자국이 달라진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후에는 차량을 들어올려 하부 파손과 부식, 누유, 브레이크 마모도 등을 점검한다. 이날 점검한 차량도 리프트에 싣고 하부 상태와 브레이크 패드·캘리퍼 마모도를 검사했다. 하부 커버에서 일부 긁힘과 미세한 부식 조짐이 발견됐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이 주임은 "과거에는 하부 부식이 심한 차량들이 있었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많이 사라졌다"면서 하부 부식이 발생한 중고차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중고차 구매 요령으로 고무패킹 까보기, 안전벨트 뽑아보기 등이 공유되곤 한다. 이러한 요령이 실제 침수차를 확인하는데 효과적인지 묻는 질문에 이 주임은 "이미 중고차 업계에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며 "고무패킹을 까서 닦으면 되고 안전벨트는 새 것으로 교체하면 된다. 되레 요령없이 고무패킹을 벗기다 찢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요령만 믿고 중고차를 샀다가 뒤통수를 맞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던 자동차를 판매하는 경우에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우선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한다. 사고가 가장 큰 감가 요인인 탓이다.
매입한 차량의 하부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이두성 케이카 주임.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매입한 차량의 하부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이두성 케이카 주임.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에 더해 이 주임은 "색상이나 튜닝(사제 개조)이 감가 요소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무조건적인 감가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통상 흰색과 은회색, 검은색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서 선호되지만, 제조사별 주력 색상의 경우 감가 요인이 되지 않는다. 현대차 쏘나타의 '글로잉 옐로우', BMW의 다양한 블루 계열 색상 등이 이에 해당된다.

튜닝 역시 자동차 검사에서 문제되지 않는 합법 튜닝은 감가 요인이 아니다. 포르테, K5, 제네시스 쿠페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차량에서는 튜닝이 가격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케이카 측은 브레이크 성능을 높이는 개조, 올인원 내비게이션 매립 등의 경우에도 차의 가치를 높인다며 다만 개조에 들인 가격의 20~30% 수준만 인정받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중고차 가치 산정에 있어 연식과 주행거리의 우선순위는 케이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논쟁 대상이었다. 한 관계자는 "사원마다 서로 견해가 다르고 지금도 논쟁거리"라며 "하지만 매년 1만5000~2만km는 타야 엔진 성능이 유지된다는 시각이 많다. 주행거리가 극단적으로 짧으면 엔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